모두들 퇴사를 종용하고 있다. 2017년 한 해 동안 나온 책 중에 제목에 ‘퇴사’가 들어간 책이 스무 권이 넘는다. 책 이외에도 관련된 콘텐츠와 각종 강연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더 많다. 퇴사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절이 싫어진 중은 끊임없이 다른 절을 기웃대거나, 다른 종교에 귀의할 준비를 언제든지 하고 있다.

평생 고용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 나라 또는 나라 전체를 리드하는 일부 대기업이 정해놓은 정년까지 채우고 나오는 사람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른바 ‘조직의 일손 부족에 의한 고용’이 끝난 것이다. 마치 조직은 더 이상 ‘사람’을 원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농업시대에는 많은 일손이 필요했지만, 지식과 연결 중심의 4차 산업 시대에는 많은 사람보다는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이 더 귀한 대접을 받는다.

필자가 코칭할 때, 가장 먼저 부탁하는 말이 “퇴사하지 마세요”다. 이른바 묻지 마 퇴사는 추천하지 않는다. 창업이든 이직이든 자기의 전문 영역 또는 되고자 하는 미래의 모습에 대한 구체화된 이미지 없이 무작정 그만두면 100명 중에 98명은 슬럼프에 빠진다. 대부분 자기는 아닐 것이라고 하지만, 퇴사 후 2~3개월을 허송세월을 보낸 이후에 다시 찾아온다. 그만큼 살아왔던 방식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이해와 적용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퇴사를 준비하는 것보다는 독립을 준비하는 것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조직으로부터 온전한 독립, 경제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철저한 분리를 통해 자기가 가진 자생력을 키우는 훈련을 직장에서부터 하는 것이다. 그 시작이 목적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다. 다른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직장 인생의 표석이 될 만한 지점을 정해놓고, 그곳으로 나아가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생각지도 못한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이른바 직장 속 독립의 시작이다. 목적을 분명하게 정했다면 그 다음은 현재 하는 일 및 조직과 시스템에 집중해 조직을 구성하는 모든 것을 ‘왜’라는 질문에 적절한 답변을 찾아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미 만들어져 꾸역꾸역 굴러가는 조직에는 수년 동안 이미 검증된 다양한 비즈니스 방법론이 존재한다. 물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지만 이론 검증을 통해 또 다른 성장 가능성 내지는 방향을 발견할 수 있다.

설사 발견하지 못해도 좋다. 그러한 노력에 더 의미를 두어야 한다. 그러다가 예전에는 될 것이라 믿지 않았지만 현재는 가능하게 된 사업을 우연한 기회에 발견할 수도 있고, 과거에 묵혀놓은 때 묻은 제안서가 마침내 빛을 보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활용해 창업도 하고, 심지어 이직을 위한 준비에 활용도 가능하다.

따라서 비즈니스 현장에서 어떤 관점으로 해석하고 바라보는가에 따라서 성장과 상생, 생존의 가치는 무한한 가능성과 방향을 가지기에, 아무리 작은 조직과 하찮은 일이라도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수많은 세월을 거치며 그 많은 역경을 이겨내어 한 자리를 지켰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노하우는 몇 년의 세월로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를 창업에 적용해도 다를 바 없다. 예를 들어 3대째 이어오는 서울에 하나밖에 없는 대장간의 비즈니스 가치와 향후 성장 가능성을 매년의 매출과 수익의 추이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노하우, 이를 갈고 닦는 데 들이는 시간과 요령 등이 지금의 완성도 있는 스물 비즈니스를 갖추게 했다. 또한 유일무이한 브랜드는 대체 불가능함을 가져왔기에 존재만으로 의미가 있다. 이는 꾸준하게 내려놓지 않고 유지 존속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에 꾸준하게 무언가를 해놓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노력은 직장 안에서뿐 아니라, 직장 밖에서도 꾸준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만약 두 활동에 일관성이 없거나, 뚜렷한 목적 없이 단순 호기심에 시작된 일이라면 유지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욕망의 기준과 척도 우선순위를 따져보는 것이 필수다. 이를 통해 당장 취하려고 하는 것과 좀 더 먼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 그리고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어서 유지할 것들의 구분이 필요하다.

퇴사도 이직도 창업도 무언가로부터 끝에 이은 또 하나의 시작일 뿐이다. 그 행위 자체가 가져오는 시원함 때문에 창창한 커리어를 놓치면 가장 크게 후회할 수 있다. 퇴사를 준비하기 보다는 삶의 목적에 대해서, 앞으로 자기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오래도록 즐길 수 있는 일을 찾는 여정 속에서 하나의 경험이자 관문 정도로 바라봐야 한다. 그래서 퇴사는 답이 아니다. 퇴사를 종용하지도 권고해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