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5060세대의 세 가구 중 한 가구가 노후대비자금을 헐어 부모와 자식을 동시에 부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따르면 성인 자녀가 있고 양가 부모 중 한 명이상 살아 있는 국내 만 50~69세 가구 중 34.5%가 성인 자녀와 부모를 동시에 부양하는 ‘더블 케어(Double Care)’를 하고 있다.

5060의 ‘더블 케어’ 비용은 평균 가구 소득 579만원의 20%인 118만원이다. 소득의 5분의 1을 부양비로 지출하는 셈이다. 소득이 낮아질수록 더블케어 비중은 더 커진다. 소득 상위 20%는 가구 평균 소득(1061만원)의 16%(148만원)을 더블케어에 쓰는 반면, 하위 20%는 평균소득(417만원)의 28%(92만원)을 사용한다.

▲ 출처=미래에셋은퇴연구소 '행복한 은퇴발전소'

'더블 케어' 가구의 23.3%는 노부모 간병도 병행하고 있다. 이 경우 더블케어 비용은 평균 가구 소득의 약 29%인 월 170만원에 올라간다.

특히 저성장에 따른 청년실업률이 10% 안팎을 기록하는 등 청년취업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5060세대의 부양비는 더욱 늘어난다.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가 발간한 ‘2018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준비생들의 취업준비기간은 1.4년이며, 취준생의 66%가 부모로부터 생활비를 제외한 순수 취업준비 비용으로 약 468만원을 지원받는다.

취업 후에도 부모의 집을 떠나지 못하는 ‘캥거루 족’도 문제다. ‘보통사람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30대 미혼의 45.6%가 생활비 절약, 독립자금 부족 등의 이유로 부모에게 얹혀 살고 있다. 이들 중 31.3%만이 부모에게 생활비를 지급하며, 23.3%는 오히려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5060세대가 자식에게 주는 '목돈'은 부양비의 규모를 더욱 늘린다. 5060세대는 자녀들에게 주택자금으로 평균 6380만원, 학자금 3140만원, 결혼자금 3336만원을 지원한다.

▲ 출처=미래에셋은퇴연구소 '행복한 은퇴발전소'

심지어 '더블 케어' 가구 중 5.6%는 자식의 맞벌이 등으로 부모, 자식, 손주 등 3대까지 돌보는 이른바 ‘트리플 케어’를 하기도 한다. 이들의 71.8%는 평균 26.5개월동안 손자를 양육하면서도 자녀에게 손자양육비를 받지 않는다.

심현정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원은 “5060세대의 더블 케어 가구가 소득 중 가계 유지에 필요한 소비지출을 제한 나머지의 상당 부분을 더블 케어에 쓰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더블 케어 상황이 유지되는 가운데 소득 변화에 맞춰 성인 자녀와 노부모에 대한 생활비 지원을 줄이지 못하면 은퇴 생활이 진행될수록 가계 경제가 점점 어려움에 처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5060세대가 노후 대비 부실을 감안하면서도 자식과 부모에게 헌신하는 것은 부양을 '도리'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에 따르면, '더블 케어'중인 5060세대의 90%가 노부모를 경제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도리며, 70%는 성인 자녀를 경제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도리라고 응답했다.

‘보통사람 보고서’에 따르면, 은퇴자들은 매월 생활비로 261만원을 사용한다. 이를 참고해서 노후자금을 계산하면, 은퇴 평균연령인 56세 기준으로 약 6억이 있어야 한다.

특히 은퇴 이후에는 소득이 525만원에서 381만원으로 감소하는 등 수입이 크게 줄어드는 반면, 연금은 소득의 50%밖에 되지 않으므로 연금 이외의 추가 자금이 반드시 필요한 실정이다.

그러나 5060세대는 '더블 케어' 등의 이유로 현재 노후준비를 못 하고 있다. 50대 이상의 비은퇴자의 34.8%는 노후 대비 저축을 아예 못 하고 있으며, 저축하는 사람들 중 65.3%는 비정기로 저축 중이고, 정기로 저축하는 34.7%도 월 20만원 정도만 저축하고 있다.

통계청의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도 '노후준비가 잘 돼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9.3%에 불과했다. 반면 '잘 돼있지 않다'고 대답한 사람은 56%나 됐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5060세대가 부양비를 줄이고 노후자금을 조금이라도 마련하는 등 미리미리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심현정 연구원은 "5060세대는 본인 가계의 더블 케어 부담 수준을 진단하고,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노후 생활에 가져올 영향을 가늠해야 한다"면서 "더블 케어를 하고 있는 40대 역시 가능하다면 재정적 준비를 해 둘 것"이라고 조언했다.

윤치선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원도 “더블 케어 상태는 본인이 원해서 되는 것이 아니므로 피할 수 없다면 대안을 미리 생각해서 조금이라도 부담을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특히 부모님 간병비 문제는 아프시기 전에 대안을 생각해 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 관계자도 “현재 은퇴자들의 생활과 비교했을 때, 50대 이상의 비은퇴자들은 은퇴가 가까워졌음에도 은퇴 후 경제생활에 대해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어 보다 철저한 노후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