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5G는 네트워크의 발전을 의미한다. ICT 기술의 발전으로 정보통신이 질주할 수 있는 양질의 고속도로가 갖춰진다는 뜻이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ICT 콘텐츠, 플랫폼 전략이 불을 뿜을 전망이다. 5G 상용화에 대한 밑그림이 대부분 공개된 가운데 5G 자체의 비즈니스 모델 등에 대한 이견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5G가 반드시 다가올 미래라는 점과, 피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각자 할 일이 있다

5G 시대를 맞아 통신사와 장비업체, 콘텐츠 업체와 ICT 기업 모두 각자의 영역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단말기를 비롯해 장비 전반의 원스톱 솔루션을 확보하고 있으나 이는 삼성전자만의 강점이며 일반적인 사례가 아니다. 각 플레이어들이 5G 시대를 맡아 해주어야 할 일이 있다는 뜻이다.

통신사는 5G의 최전선에 섰다. 4G에서 5G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인프라를 건설하는 한편 기술발전을 현실적으로 끌어내야 한다. 통신사의 손에서 5G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정부가 주파수 할당부터 5G 표준에 대한 지원은 물론 표준화 작업 전반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5G 로드맵과 더불어 ICT 플랫폼 정책에도 집중해야 하는 과제도 남았다. 최근 통신사들이 스마트홈과 사물인터넷을 넘어 소물인터넷, IPTV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 전략에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5G라는 네트워크 고속도로를 구축하는 한편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ICT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도 맡아야 한다는 뜻이다.

5G 기술력을 주도하는 통신사가 탈 통신 전략에도 집중하면서, ICT 플랫폼 업체와의 전력 비대칭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망 중립성과 제로레이팅 현안이 부상할 수 있다. 5G 시대에 이르러 통신사가 망 중립성을 폐기해 자기에게 유리한 사업자에게 트래픽 편의를 봐주는 제로레이팅 현상이 벌어지면, 거대 기업이 된 기존 ICT 기업들은 살아남을 수 있으나 스타트업 ICT 플랫폼 기업들은 고사할 수 있다.

따라서 수위조절이 필요하다. 미국 통신사 T모바일은 탈 통신 전략 중 하나로 데이터 차감 없이 음원을 스트리밍할 수 있는 뮤직 프리덤과 같은 제로 레이팅 서비스를 내세우며 스프린트를 따라잡기도 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윤상필 대외협력실장은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ICT 법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통신사 제로레이팅이 이용자의 데이터 비용 부담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과유불급의 원칙에 따라 통신사가 5G 기술 발전, 탈 통신 기조를 건전한 생태계 구축에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5G 시대를 맞아 삼성전자와 화웨이를 비롯해 인텔과 퀄컴 등 다양한 장비업체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ICT 기업의 5G 진출도 눈에 띈다. MWC 2018에서 구글은 통신사들과 접점을 넓히며 존재감을 키웠다. 하드웨어 제조사의 제품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연결하고 5G를 앞둔 통신사들에게도 구애의 손짓을 보냈다. 구글은 지난해 초경량 모바일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오레오 고를 선보였다. 저가 스마트폰에 탑재되어 가벼운 구동으로 부담을 줄인다는 개념이다. MWC 2018에서 많은 제조사들은 안드로이드 오레오 고를 탑재한 저가 스마트폰을 속속 공개하며 안드로이드 제국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5G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실감형 미디어가 5G의 선봉장 중 하나로 꼽히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로드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KT와 협력해 실감형 미디어 사업에서 두각을 보인 드래곤플라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트워크 기반의 가상현실 게임인 스페셜포스 VR 게임은 콘텐츠 업계가 5G 시대를 맞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가를 잘 보여줬다는 평가다. UHD를 비롯한 초고화질 TV 시장도 5G 시대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UHD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업자의 행보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표준, 그리고 경쟁자 중국

5G 표준을 잡는 플레이어가 5G를 장악한다.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양강 대결이 돋보인다. 지난해 12월 3GPP는 5G 주파수 대역으로 기존 LTE 주파수는 물론 3.5㎓와 28㎓ 대역을 새롭게 포함시켰다. 삼성전자는 28㎓ 대역 주파수 네트워크 솔루션 기술을 이미 확보했으며, 화웨이는 3.5㎓ 대역에 주로 집중하고 있다. 화웨이는 단말기와 라우터, 셋톱박스를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은 물론 모든 유형의 기지국을 지원할 수 있는 5G 네트워크 제품까지 공개했다. 삼성전자와 미국 버라이즌의 5G 장비 상용화에 자극을 받았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5G로 가는 길에 중국의 ‘통신굴기’가 버티고 있는 점은 명확해졌다. 중국의 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은 5G 기술 개발과 망 구축에만 약 1800억달러(약 196조원)를 투입하며 세를 불리고 있다. 강력한 연구개발에 따른 5G 표준, 그리고 상용화 일정이 실생활에 녹아들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미 물밑 전쟁은 시작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