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하나은행 등 은행권 채용비리를 조사하던 금융감독원장이 같은 채용비리 관련 의혹으로 취임 6개월 만에 물러났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6개월만이다.

지난 10일 한 언론은 최 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당시 지인 자녀 채용 관련 의혹을 보도했다. 금융권에서는 최 원장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제대로된 해명조차 내놓지 못했고 (의혹이)사실로 드러날 경우 퇴진이 불가피했던 만큼 크게 억울할 것은 없다는 분위기다. 채용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금감원장으로 재직할 순 없다는 논리다.    

이처럼 외형상으로는 최 원장에 대한 채용비리 관여 의혹이 그의 낙마 이유다. 그러나 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해 최 원장이 걸려들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이 하나은행에 대한 채용비리 조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난 1월 초 이미 하나은행 고위임원은 최 원장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언제든 옷을 벗을 수 있다는 취지로 사석에서 말을 했었다는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12일 하나금융노조에 따르면 지난 1월초 금감원의 하나은행에 대한 채용비리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시점에 이 은행의 고위 임원은 노조관계자를 만나 “금감원이 채용비리 조사를 한다고 하지만 최흥식 원장역시 자유롭지 못할 것. 옷을 벗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시 이 말을 전해들은 노조 고위관계자는 “(이 임원의) 발언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최근 언론 보도를 보고 이미 하나은행 고위 임원들은 지난 1월이전 혹은 당시부터 문제가된 최 원장의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채용관련 서류를 파악하고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최 원장이 연루된 2013년 하나은행 채용관련 서류가 어떻게 언론사에 제보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보존된 채용관련 서류의 경우 인사관련 부서의 고위층이 아니라면 접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원장의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퇴진은 물론 처벌까지 감당해야 마땅하다. 이와함께 금융당국과 업계에서는 "피감기관이 감독기관장의 비리를 확보하고 이를 폭로해 감독기관의 기능을 무력화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이 또한 응분의 대가를 지워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한편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최 원장이 이날 오전 청와대에 사의를 밝혔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최 원장 사임과 자세한 내용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최 원장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먼저 사의 표명을 요구해와 곧바로 사의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또 "최 원장이 주도한 (금융권에 대한)특별검사단은 최대한 독립적으로 앞으로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최 원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내부 규정에 따라 유광열 수석부원장 대행 체제를 가동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