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미국정부의 철강 수입품 관세 부과에 따라 국내 철강업계 미칠 파장이 큰 가운데 어떤 대응책으로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철강 관세 면제국가에 지정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업계는 개별 기업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수출선 다변화 등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한국을 포함한 주요 철강 수출국에 25%의 관세를 부과키로 한 미국 정부의 결정 이후 정부와 철강업계는 대응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먼저 업계는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 호주는 철강 관세를 면제해 주기로 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미 철강 수출 상위 10개국 중 1위와 4위를 차지하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를 면제한 만큼 3위 수출국인 한국도 관세 면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호주는 맬컴 턴불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9일 이후 철강재 관세가 면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를 발표한 8일 트위터를 통해 “진정한 친구들과는 유연성과 협력이 있다”며 추가 협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 2017년 미국 철강 수출국별 비중. 출처=미국상무부

정부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에게 한국산 철강을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 서한에는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근거해 발표된 미국 수입철강 관세 부과 결정에 우려를 표하고 한국산 철강을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부총리는 또 서한에서 한국 이 철강 관련 미국에 행한 투자와 고용창출, 한국과 미국의 긴밀한 경제협력 등에 대해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19일부터 열리는 G20재무장관회의에서는 므누신 재무장관을 직접 만날 계획이다.

정부는 미국의 관세 부과가 결정된 8일(현지시간)에도 관련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과의 협의, 관련국 공조와 WTO제소, 철강업계 경쟁력 강화 등을 대응 방안으로 내놨다.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도 수출선 다변화, 해외시장 실적 확보, 내수를 위한 첨단화학 특화단지 조기 조성 등을 언급했다.

 

업계, 관세 면제국 지정 바라며 수출선 다변화 등 노력

철강업계 역시 관세 부과는 개별 기업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동감하면서도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국내 전체 철강 수출 중 미국 비중이 11%라서 이번 관세 부과가 업계에 치명적인 타격은 될 수는 없지만 기업별로 주력 제품이 다르기 때문에 세부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전체 수출 중 미국 수출이 4%내외라서 면밀히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의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도 "현재는 정부의 관세부과 지정 면제 노력을 기다리면서 업계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고 있다"면서 "우선 23일 이후 어떤 상황이 되는지 지켜보고 대응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대미 수출 품목 중 강관 비중이 높은 철강업체들은 타격이 큰 만큼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강관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넥스틸과 세아제강의 대미수출 비중은 각각 90%와 70%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아제강은 정부의 대응을 기다리면서 다양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아제강 관계자는 "관세 부과 결정 후 15일이 지난 23일 이후에 어떤 식으로든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현재는 특별하게 대응 방안은 없다"고 말했다.

관련 협회도 대응책을 내놨다. 지난 8일 한국철강협회 강관협의회는 올해 첫 이사회를 개최해 올해 사업 목표를 밝히며 대응책에 대해 논의했다. 이사회에서 강관협의회는 “보호무역 확산 등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 지원, 국내외 강관 시장 확대를 위한 기반 구축 활동 등을 중점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수출에 편중됐던 판로를 다변화한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지역 등의 에너지강관 조사를 진행키로 했다. 또 유럽 지역의 강관수요업체와의 기술교류도 활발히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또 내수 시장에서는 건설구조용 강관 수요 확대를 위한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