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이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란 무엇일까. ‘커플즈’는 관객에게 연애의 조건을 보여준다. 운명적인 만남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함께 저마다 만들어 놓은 조건들.
쉬우면서도 어려운 문제에 대한 답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비록 정답은 아닐지라도….

제작:바른손
감독:정용기
출연:김주혁·이윤지·이시영·오정세·공형진

‘커플즈’를 보면서 왜 ‘싱글즈’가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2003년 7월에 개봉을 했으니 8년이 지난 지금. 연애란 비슷한 소재를 중심에 둔 스토리 때문이 아닐까 싶다. 차이는 있다. 싱글즈는 20대의 끝자락에 선 남녀의 복잡한 연애관을 건드린다. 또 관객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묻는다. 연애, 조건은 무엇인가라고.

현실성이란 방부제가 팍팍 들어간 만큼 씁쓸하지만 연애에 대한 쌉싸름한 맛에 초점을 뒀다. 싱글즈가 연애에 대한 현실성을 보여줬다면 커플즈는 연애에 대한 기대감을 영화의 중심에 뒀다. 연애를 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를 묻고, 해답을 제시하기 위해 애쓴다. 싸움의 기술처럼 연애에도 기술이 있다는 식이다.

그것도 운명처럼 말이다. 언제 어디서 인연을 만날지 모르니 필요한 준비정신. 누구나 갖고 있는 운명적인 만남에 대한 기대감을 스크린에 옮겼다. 연애에 대한 기대감. 현실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선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무조건 연애를 해야 한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투다. 그렇다 보니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자칫 관객으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도 있지만 감독은 이 점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능력을 발휘했다. 비현실성 속에 갖는 즐거움이랄까.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작심하고 프러포즈하는 날 갑자기 사라진 애인, 그녀를 찾기 위해 흥신소를 찾는 남자, 교통경찰과의 운명적 만남 등 하루 동안 이뤄진 일련의 사건들. 한 가지도 일어나기 힘든 사건들이 연속으로 이뤄진다.

그 속에서 만난 다섯 명의 남과 여. 묘하게 얽히고 설키며 퍼즐을 맞추듯 관계가 만들어진다. 그것도 끝에 가선 해피엔딩이다. 각각의 인물의 캐릭터를 살려야 하다 보니 영화의 한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점이 특징이다. 로맨스 코미디 영화로 코미디의 제 1법칙 ‘반복’을 사용한 것인지 알 수는 없다.

정용기 감독은 “사랑이라는 주제는 언제나 1대1의 개인적인 관계로 이뤄진다. 커플즈에서는 사랑이 개개인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초반부 비현실적인 설정에 웃고, 중반엔 복잡하게 얽힌 러브스토리에 또 웃고, 후반부엔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로맨스 코미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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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기자 fax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