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한현주 기자]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이용하고 싶습니다" "아쉽지만 채권자가 대부업체가 아니라서 채무자 대리를 못 해드리겠습니다"

카드대금을 연체한 채무자 A씨는 계속되는 독촉 전화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이 혼자 있는 집에 찾아오겠다는 문자에 채무자 대리제도를 이용하려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갔지만 채권자가 대부업체가 아니라서 채무자 대리를 이용할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채권추심법)은 채권 추심 과정에서 채무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채권 독촉에 대해 채무자가 변호사 등을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채권 추심과정에서 채무자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면 채권자는 대리인을 통해서만 연락을 취해야 한다.

문제는 이 제도를 적용하는데 예외 규정이 많아 사실상 이용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법률이 채권자가 대부업체인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신금융사, 신용정보사가 채권자라면 채무자는 추심이 있더라고 채무자 대리제도를 이용할 수 없다.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김준하 사무처장은 이코노믹리뷰에 “채권자 대리인 제도는 채권자와 채무자간의 공정한 지위를 보장하기 위해서 일방적인 금융사보다 약자인 금융소비자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미국 같은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시행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제윤경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9일 불합리한 채권시장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채무자 대리인 제도의 예외 규정을 삭제하고 전 금융권으로 확대적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채권의 매각을 2회 이상 허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채무자가 분쟁조정이나 채무조정 절차를 진행 중일 경우 채권양도를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제윤경 의원은 “현행 채권추심법은 금융사의 약탈 관행으로부터 채무자를 실제로 보호하는데 제도상의 허점이 많다”면서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사에게 일방으로 유리한 채권시장이 약자인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시장이 되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