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우 기자, 장영성 기자] 금감원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단독 사내이사 체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또 이달 말 진행될 예정인 하나금융 지배구조 검사에서 김 회장 단독 사내이사 체제에 대한 부작용 조사를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9일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은 최근 하나금융이 김 회장 단독 사내이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며 “하나금융의 이번 조치는 내부에서 편의에 맞춰 조정한 것으로 금감원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하나금융, 김정태 단독 사내이사 체제전환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리스크관리위원회의 독립성 약화 우려가 있다며 하나금융에 대해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하나금융 리스크관리위에는 김 회장과 함께 김병호 부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등 3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 부회장과 함 행장은 또 하나금융에서 각각 경영관리부문장과 경영지원부문장도 맡고 있다.

경영부문의 직위가 있는 이들이 사내이사로 리스크 관리를 맡는 것은 이해상충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 금감원의 지적이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금감원의 지적을 무시하고 김 부회장과 함 행장을 사내이사에서 제외한 뒤 김 회장은 남겨두는 아전인수격 대응을 보였다. 하나금융은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김 회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김 회장과 김 부회장, 함 행장 등 3인 체제에서 김 회장 단독 사내이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하나금융 이사회는 “김 회장과 함 행장이 지주사 사내이사로 리스크관리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기능의 독립성 약화와 이해상충의 우려가 있다는 금융당국의 경영유의 사항을 반영해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지배구조 검사에 단독 사내이사 부작용 포함

금감원은 하나금융의 이번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이달 말로 예정된 하나금융 지배구조 검사에서 김 회장 단독 사내이사 체제에 대한 조사를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차기 회장 후보선임으로 미뤄졌던 하나금융 지배구조 검사 안에서 단독 사내이사 체제의 부작용에 대한 조사가 함께 이뤄질 수 있다”면서 “금감원의 지적은 하나금융 리스크관리위의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취지였지, 3인 사내이사 체제를 해체하고 김 회장 1인 사내이사 체제로 가라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도 단독 사내이사 체제로 하나금융에 대한 김 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 회장은 회장과 사외이사들이 서로 추천해주는 셀프 연임으로 논란이 된 데다 김 회장 개인의 비위문제는 물론 KEB하나은행에 대한 채용비리 문제도 검찰 조사 중으로 CEO 리스크가 대두된 상태다.

국민연금, 왜 침묵하나

하나금융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경영감시 소홀에도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연금이 대주주이자 투자자로써 불공정 거래나 CEO의 비위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경영견제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하나금융의 지분 9.6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지만 그동안 배당을 받는 정도의 소극적인 투자자에 머물러왔다.

보건복지부 역시 지난해 12월 제7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내년 하반기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본격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 지배구조의 기준을 만들고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에 대한 명단공개는 물론, 사외이사와 감사 후보도 추천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부문은 회사 영업의 엑셀을 밟아야 하는 반면 리스크관리위원회는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입장이어서 사내이사가 두 업무를 동시에 맡으면 제대로 된 견제역할을 할 수 없다는 금감원의 지적에는 공감한다”면서 "그렇다고해서 사내이사의 업무조정대신 은행장과 지주사 부회장을 사내이사에서 배제시킨 하나금융그룹 조치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앞으로 하나금융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리를 찾아야 한다"면서 "주주가 권리행사를 제대로 하지 않다보니 김 회장 중심의 1인 사내이사 체제가 구축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금융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