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한국은행 노동조합원 10명 중 6명은 이주열 현 총재의 연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총재가 4년간 이끌어 온 한은 내부 경영에 대해선 응답자의 76%가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9일 한국은행 노동조합의 긴급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 830명 중  458명(55%)은 이 총재 연임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긍정 평가한 이들은 370명(45%)에 불과했다.

지난 4년간 이 총재의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392명(47%)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정적 응답은 279명(34%), 미응답은 159명(19%)으로 답변을 유보하거나 부정 평가한 이들이 과반수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 총재의 재임기간 동안 기준금리가 1.25%로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4년 4월 취임한 이 총재는 취임 직후인 8월을 시작으로 5년간 다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거푸 인하했다. 낮은 금리를 등에 업고 가계부채는 가파르게 증가해 이 총재 취임 이후 400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이 과정에서 이 총재는 가계부채 급증세를 막지 못 했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한은 노조 관계자는 “편파적 인사나 고충처리, 복지 문제 등 내부적으로 직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며 “설문 결과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 노조는 지난 2일 성명서를 통해 이 총재 재임 시절 한은 내부에서 벌어진 현금 도난 사건과 성폭력 문제 등에 대한 후처리가 미흡했음을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2017년 성폭력 사건 발생 이후 노조 차원에서 성명서를 3번이나 냈으나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했다”면서 “가해자는 3개월 감봉 이후 아직도 한은에서 근무 중”이라고 말했다.

노조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지만 사측은 별다른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난 2일 노조의 성명 발표 직후 사측에서는 “이거(성명서) 내면 끝이다”, “앞으로 노사관계 그만하자는 건가”라며 협박성 멘트를 남기고 간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 관계자는 “후배된 입장에서 연임을 축하드려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문제가 있는데 이를 무작정 축하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면서 “앞으로 추이를 지켜보며 노조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