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세관국(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이 텍사스의 정육가공공장에 들이닥쳤을 때, 생산라인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혼비백산해서 이리저리 도망을 가고 숨었다. 또한 다른 동료들에게 ‘이민국’이라고 소리 지르며 경고를 했다. 이날 해당 공장에서 체포된 사람만 무려 1300명에 달한다.

특히 텍사스의 한 마을은 전체 인구의 10%인 300명이 이날 정육가공공장의 일제 단속에 걸려서 체포됐다. 트럼프 정부가 불법으로 미국으로 이민 온 사람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고 밝히면서 벌어진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이들 불법 이민자들이 낮은 임금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텍사스 지역 사람들은 불법 이민자가 아니면 아무도 일이 고되고 힘든 정육가공공장에서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인들에게 일자리를 돌려주기 위해 트럼프 정부가 이민 장벽을 높이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주로 전문직들의 취업을 위한 H1B비자다. H1B취업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사람들은 학사 이상의 학위를 소지해야 하며, 본인의 전공분야를 살려 전문직을 갖고 있어야 미국에서 직장을 갖고 체류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H1B 비자의 70%가 인도 출신 지원자들에게 편중되어 있고 이들이 낮은 임금에도 일하기 때문에 미국의 고급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언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가 미국에서 활동하던 1996년에서 2000년 사이에 H1B를 받아서 거주했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멜라니아는 패션모델로 활동할 당시 널리 알려진 모델도 아니었고, 명품 브랜드의 패션쇼에 설 정도로 유명하지도 않았는데 H1B를 받았다는 것이 의아해지는 대목이다.

더욱이 멜라니아가 영주권을 받은 것이 취업이민 1순위인 EB1으로 받았다는 사실이 추가되면서 더욱 논란이 커졌다.

EB1 영주권 프로그램은 미국에 현재 직업이 없거나 고용주가 없더라도 스스로 신청할 수 있는데, 자격 조건이 본인의 분야에서 ‘매우 뛰어난 능력(Extraordinary Ability)’을 가진 사람들로 상당히 까다롭다.

까다로운 자격조건으로 인해 노벨상을 받았거나 국제적인 대회에서 수상을 한 경력, 혹은 예술분야의 경우 아카데미상 수상이나 스포츠에서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사람 등이 이를 신청할 수 있다.

멜라니아는 트럼프와 연애 중이던 1999년 EB1 프로그램으로 영주권을 신청했고 2001년 영주권을 받았다. EB1은 매년 100만명 넘게 발급되는 미국 영주권 중 3000명 정도만 이 프로그램으로 받을 만큼 드문 경우다.

문제는 멜라니아가 아카데미상이나 오스카상을 받은 유명 여배우도 아니었고 파리에서 열리는 샤넬 패션쇼의 메인 모델로 등장할 만큼 유명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이민 전문 변호사들은 EB1 프로그램으로 영주권을 신청하는 사람들은 주로 연구 업적이 있는 유명한 학자나 다국적 기업의 임원, 오스카나 아카데미 등의 수상 경력자, 올림픽 메달 수상자 등의 연예인, 스포츠 선수들이라고 밝혔다.

당시 남자친구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영향을 행사한 것인지, 아니면 영주권 신청 자체가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는지에 의혹이 생긴다.

더구나 멜라니아의 부모인 빅토르와 아말리야 부부도 영주권을 받아서 미국에 살고 있으며 조만간 시민권까지 받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또한 도마에 올랐다.

70세가 넘은 멜라니아의 부모가 취업 이민 등으로 영주권을 신청했을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멜라니아가 부모를 초청해서 영주권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가족 초청 이민이 트럼프 대통령이 꾸준히 비난해온 정책이라는 점이다.

가족 초청 이민은 미국 시민권자나 그린카드(영주권) 소지자가 배우자나 부모, 미성년 자녀의 이민을 지원할 수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50% 정도로 대폭 줄이고 학력, 언어 수준, 직업 등을 기준으로 이민을 받겠다고 주장해왔다.

합법 이민도 계속 문호를 줄이겠다고 호언장담해오던 트럼프 대통령이 정작 자신의 가족들은 자신이 비난하던 정책을 통해 줄줄이 미국으로 터전을 옮겼으니,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비아냥거려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