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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꼼꼼함을 배워야 하나승부는 디테일에서 갈린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8.03.11  11:00:00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다. 굳이 좋은 뜻으로 해석하자면 미처 살펴보지 못한 곳에 핵심 키워드가 있다는 정도로도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거대한 ICT 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용하는 사업자들에게도 통용된다. 초연결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아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맞물려 움직이는 생태계가 익숙해지면서  그 무엇보다 꼼꼼한 사용자 경험이 중요해지고 있다. 아마존이 보여준 3가지 행보를 통해 확인해보자.

   
▲ 아마존의 대시 이미지. 출처=아마존

#고객의 습관도 나의 것

이커머스의 아마존은 AWS의 클라우드, 드론, 스마트홈, 인공지능 스피커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격하고 있다. 심지어 파이어라는 스마트폰과 킨들이라는 태블릿도 꾸준히 제작하는 중이다. 실패하는 일이 있어도 모든 시도가 아마존 제국이라는 거대한 그림을 맞추는 퍼즐의 일부며, 교체될 수 있는 톱니바퀴다. 아마존 프라임으로 대표되는 아마존 생태계로 유입된 고객들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아마존은 고객의 습관까지 꼼꼼하게 나의 것으로 만든다.

2015년 3월1일 만우절. 아마존은 홈페이지를 통해 독특한 상품을 하나 공개했다. 주인공은 대시. 버튼으로 만들어진 대시는 생수나 세제, 이유식은 물론 다양한 생필품이 필요할 때 즉시 버튼만 누르면 제품이 배달되는 형태다. 공교롭게도 만우절에 발표돼 업계는 아마존의 장난 정도로 이해했다. 그러나 실제 출시되는 제품이었다.

고객은 작은 대시 버튼을 자유롭게 부착시킨 후, 만약 제품이 떨어지면 버튼만 눌러 제품을 배송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기 기저귀가 떨어져 가면 기저귀 가방에 부착된 대시 버튼을 눌러 상품을 주문한다는 뜻이다.

버튼은 집안의 와이파이를 통해 아마존 앱이 깔린 스마트폰과 연동되며 고객은 앱을 이용해 대시 버튼으로 품목과 수량을 미리 정할 수 있다. 오작동을 막기위한 기본 장치도 있으며, 취소도 가능하다. 처음 대시버튼을 지원하는 생필품은 254종으로 출시했으나 지금은 기하급수로 많아졌다. 대시의 킬러 콘텐츠는 '대시 채워넣기(Replenishment) 서비스'다. 센서를 바탕으로 이용자의 제품이 부족한 것을 자동으로 파악해 주문하는 기술이다. 사물인터넷의 결정체로 여겨진다.

아마존 대시는 행동주의 심리학자 스키너가 보여준 스키너의 상자를 연상시킨다. 스키너는 결과에 의해 행동이 결정된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다. 그의 유명한 실험 중 하나가 바로 스키너의 상자인데, 우선 상자 안쪽에 지렛대를 설치한다. 그리고 상자에 들어간 쥐는 지렛대를 누르면 밑에 있는 먹이통에서 먹이가 나온다는 것을 확인한다. 이를 반복하면 보수를 얻는 것이 강화(强化)되어 쥐는 지렛대 누르기를 학습하게 된다는 실험이다.

비유가 이상하지만 대시도 마찬가지다. 고객은 생필품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버튼을 바라본다. 그리고 누를 것이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고객은 무의식으로 대시에 의존하며, 이러한 의존은 결국 무감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고르고 고민하는 과정은 생략된다. 고객은 아마존이 팔기를 원하는 물품에 익숙해지고, 기계처럼 쇼핑에 길들여질 것이다.

사실 아마존은 고객의 습관,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의 찰라를 잡아내는 것에 집요한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이다.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도 음성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하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스마트홈 전략의 큰 그림에 불과하지만 인간의 생활패턴을 장악하려는 시도로 여겨진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지며 생활 인공지능의 가치가 각광을 받는 가운데, 아마존은 고객의 습관마저 지배하려고 한다. 제조사의 가전제품에 알렉사가 탑재되고 통신사와의 협력으로 네트워크 연합의 길로 들어선다면, 아마존은 그 누구보다 고객 개개인의 습관과 취향을 지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난 1월 아마존은 대시의 소프트웨어개발키트까지 공개했다. 아마존의 하드웨어를 넘어 다른 회사의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제품에서도 대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미국의 월풀과 제휴를 맺었으며 국내의 코웨이도 대시 버튼 동맹군에 편입될 예정이다. 대시 그 자체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셈이다. 알렉사와 같은 전체 스마트홈 전략에서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 아마존이 인수한 링의 제품이 구동되고 있다. 출처=링

#고객이 원한다면야
지난해 홀푸즈를 인수해 오프라인 거점을 확보한 아마존은 택배, 증권, 심지어 은행과 헬스케어 사업 진출도 타진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스마트홈 기기 업체 링을 10억달러에 인수한 이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링은 스마트 비디오 도어벨을 비롯해 보안 카메라 등을 공급하는 스마트홈 업체다. 아마존이 링을 품은 이유는 알렉사 에코를 필두로 전개되고 있는 스마트홈 전략을 공고히 만드는 한편, 그 범위를 라스트 마일에 옮기기 위함이다.

링의 인수와 함께 살펴봐야 할 게 아마존의 '집안 배송'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단순히 배송하거나 부재 시 경비실에 맡기는 차원이 아닌, 아예 집 내부로 배달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고객은 아마존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배송시간을 예약한다. 이후 배달기사가 와 아마존 키라는 스마트 잠금장치 앞에서 바코드를 인식, 집으로 들어와 제품을 놓고가는 방식이다. 이때 아마존이 설치한 카메라가 집 내부에서 움직이는 택배기사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시스템이다.

링의 인수와 아마존 입안 배송은 스마트홈 전략이 단순한 가전기기 연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이 집은 물론 집 외부, 심지어 부재 시에도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택배 기사의 움직임을 아마존이 인수한 링의 비디오 도어벨과 보안 카메라가 잡아내는 전략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 전략은 월마트도 채택해 현재 운용중에 있다. 상품 분실을 막고 신선식품의 효과적인 보관에 탁월하다는 후문이다.

아마존은 국내의 쿠팡이 보여준 라스트 마일의 진수, 이른바 택배 기사의 배송완료 물건 사진 촬영 통보 서비스도 시작했다. USA투데이는 지난 3일(현지시각) 아마존이 배송완료된 물건의 사진을 찍어 고객의 스마트폰에 보내는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역시 물품의 분실을 방지할 수 있고 아마존과 배송 기사, 고객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불필요한 분쟁을 걷어낼 수 있다.

아마존의 최근 ICT 전략은 생태계 구축에 있으며, 이제 플랫폼 로드맵은 스마트홈의 내부와 외부를 모두 아우르기 시작했다. '어떻게 고객의 마음에 들 것인가'를 중심에 두고 파격적인 실험을 거듭하는 중이다.

   
▲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가 강의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DB

#꼼꼼하게 복수한다

아마존과 구글이 전쟁을 시작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주요 외신은 5일 아마존이 구글의 스마트홈 브랜드인 네스트의 추가 판매를 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현재 네스트는 온도조절기와 보안시스템 브랜드며 최근 구글의 하드웨어 팀에 통합되며 스마트홈 시장 공략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네스트가 아마존에서 팔리지 않는다면 하드웨어 생태계 저변 확대를 노리는 구글에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는 두 회사의 신경전이 깔려있다. ICT 플랫폼 업체와 전자상거래 업체가 초연결 시대를 맞이해 사업영역이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 AWS가 장악한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구글은 최근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으며 아예 온라인 광고 시장 진출까지 선언했다.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에서도 두 회사는 라이벌이다. 그

연장선에서 구글은 지난해 말 아마존 인공지능 스피커인 에코쇼에서 자사 유튜브 서비스 지원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아마존이 구글의 네스트를 버린 원인은 이러한 원한에 따른 복수에서 찾을 수 있다. 아마존은 복수도 꼼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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