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사장들은 비슷한 수준의 사람끼리 모이려는 성향이 있다. 이해가 된다. 누구나 기왕이면 성공한 사람 옆에 있으려고 한다. 그 이유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에게 도움을 주기보다는 뭔가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편이라, 아무나 만날 경우 여간 성가신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업가에게 줄을 대려는 입장에서 보면 성공한 기업에는 기회가 많다. 일자리도 풍부하고 돈이 많으니 기부도 크게 할 수 있다. 다양한 거래의 기회도 생겨난다.

관계를 맺을 기회가 없다고 하더라도 ‘내가 성공한 아무개를 만났다, 잘 안다’는 사실만으로도 으깨가 으쓱해지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장들을 교육시키는 한 강사는 자기가 교육프로그램에서 만난 성공한 사장들을 모두 본인이 키운 것처럼 이야기하고 다녀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어떤 사장은 “그렇죠. 그 배움이 큰 도움이 됐죠”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내가 이룬 성취를 왜 당신이 가로채느냐. 당신이 아니라 내가 한 거다”라고 반발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쨌든 이 모든 일은 성공이라는 열매가 귀하고 누구나 열망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문제는 거기서 발생한다. 성공한 사장들이 이른바 위에서만 놀려고 하다 보면 점점 시장의 기회에서 멀어진다. 큰 기회는 대중 시장에 있는데 성공한 사람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안목은 대중의 그것과 격차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거기에는 또 다른 갈등이 생긴다. 그런 자리에서도 우열이 생기기 때문이다.

크게 성공한 사업가를 보면서 배우고 자극받기도 하지만, 과도하게 성장지향적 경영스타일로 바뀌게 된다.

사장들이 모이다 보면 매출이 인격이고 기업규모가 품위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얕보이지 않으려고 씀씀이는 커지고 안목은 점점 위를 향한다. 그래서 현장을 등한시하게 되고 자기가 마치 완성된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게 된다. 그렇게 되기 전에 충분히 배우고 내부 운영시스템도 잘 갖춰진 경우는 무방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문제다.

“사장님의 대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정신을 못 차리겠어요. 밖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으면 그걸 다 하시려고 하는데, 우리 여건이나 규모를 생각하셔야 하는데.”

필자가 현장에서 종종 듣게 되는 말이다. 성장 기업의 한 유망한 CEO는 중견기업 사장들 모임에 참여하게 됐다.

처음에는 일반 회원이었는데 나중에 떠밀리다시피 해서 회장이 됐다. 운이 나빴는지 그 무렵 사회적 이슈가 맞물려 사업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했으나 회장을 맡은 후 사업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또 주변 사람들에게 위신을 세우려는 마음에서 무리하게 있어 보이는 전략을 추진하게 됐다.

결국 최악의 상황이 닥쳤고 그는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매우 불행한 상황을 맞게 됐다.

<히트메이커스>의 저자 데릭 톰슨은 생각보다 운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한다.

성공의 비결이 CEO의 진짜 능력이 아닌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번의 성공으로 성공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지상의 삶을 버리고 천상으로 올라가 버리면 다음 파도가 밀려올 때 파도타기에 성공하기 어렵다.

자기의 성공에는 운이 많이 작용했고, 또한 조직원이나 시장 요인, 고객의 성원 덕분이라는 생각으로 현장에 머물며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굿 투 그레이트(Good to Great)>의 저자 짐 콜린스도 자신의 성공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경영을 더 잘한다고 말했다. 이유야 어쨌건 성공의 원인을 운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사장들은 자기 과신에서 벗어날 수 있다.

벤처컨설팅을 하는 한 전문가는 아직 익지도 않았는데 이미 정상에라도 선 것처럼 겉멋을 부리고 위에서 놀려고 하는 사장들은 백전백패라고 말한다.

기업은 지속성장해야 한다. 기업의 지속상장은 사장의 성장 없이는 불가능하다. ‘나는 성공한 사장이다’라는 나르시시즘에 빠져 하늘로 승천해버리면 성장이 멈출 수 있다. 지금 자기의 성공과 지위는 자기의 능력이 아니라 누군가의 도움과 지지 덕분이라는 겸손만이 지속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정치나 기업경영이나 개인의 삶이나 모두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