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있다. 미친듯한 집값 상승에, 임대료 상승으로 영리 기업들도 힘들겠지만, 지역에 기반한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 활동 역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는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다. 비싼 임대료로 인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게 되면 지역 주민들과 유대감을 쌓기도 어렵고, 장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이웃 나라 영국 역시 일찌감치 이런 문제에 봉착했다. 그리고 커뮤니티링크스(Community Links)라는 비영리 기관은 이런 문제를 스마트하게 접근했다. 1977년에 설립되어 동런던(East London)에서 활동하는 자선단체, 커뮤니티링크스는 뉴엄(Newham) 지역에 방치되어 있던 정부 소유의 역사적인 건물을 ‘후추알 임대’로 장기 임대해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후추알 임대’는 중세시대에 영주가 후추 한 알 값을 받고 농민에게 척박한 땅을 빌려주는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커뮤니티링크스는 후추알 임대를 일종의 에셋 매니지먼트(Asset Management)로 전환했다. 정부나 지자체가 소유한 방치되거나 비어 있는 건물을 무상에 가까운 저렴한 임대료를 받으면서 민간단체에게 건물 사용권을 주고, 민간단체는 지역의 공적 이익을 위한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해 민간단체는 임대료 없이 공간을 사용하고, 정부는 지역의 재생 효과를 노릴 수 있는 일종의 윈윈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커뮤니티링크스가 사용하고 있는 건물은 1886년도에 지어져 뉴엄 구청으로 쓰였으며, 1894년도 이후로는 시민들의 모임공간인 ‘타운홀’로, 1960년도부터 20여년간은 학교 건물로 사용된 오랜 역사를 가진 곳이다. 그러나 노후된 건물의 관리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학교가 타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1989년 이후부터는 방치되어 있었다. 공간을 찾던 커뮤니티링크스에서는 의회를 찾아가 이 빈 건물을 개조해 지역주민을 위해 활용하겠다며 협상을 시도했고, 무료에 가까운 적은 임대료로 125년간의 장기 임대를 받게 되었다. 당시에는 공동체 조직에게 공공건물을 양도하는 것과 관련된 정책이 없었기 때문에 공개입찰의 형식을 갖추어야 했다.

방치되어 있던 오래되고 낡은 건물을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개조하는 것도 어마어마한 자금이 드는 큰 난관이었다. 커뮤니티링크는 자금 마련을 위해 전국의 기업체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벌였고, 모금 행사에 찰스 황태자를 초청하면서 전국적인 이슈를 만들기도 했고 결국 150만파운드(약 27억원)의 성공적인 모금과 동시에 125개 기업에서 도움의 손길을 받았으며 약 2년 2개월의 리모델링 기간을 거쳐 1994년 문을 열 수 있었다. 그 덕택에 현재 뉴엄 건물에는 커뮤니티링크스의 본사 외에도 임대료 걱정할 필요 없는 다양한 단체들이 입주해 구직상담, 재정상담, 청소년 클럽, 연구활동 등 다양한 지역 서비스와 자선 활동을 펼치고 있다.

http://www.community-links.org/

 

INSIGHT

커뮤니티링크스는 ‘에셋 매니지먼트’라는 비영리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지역 공동체가 정부로부터 유휴지, 공유지 등 토지나 비어 있는 건물을 싼 가격에 매입하거나 혹은 대여해서, 이를 경영해 창출되는 수익을 지역 주민의 공공이익을 위해 사용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수혜자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이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들 역시 사업을 영위할 때 중요한 장소 제공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기 때문에 일종의 수혜자가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지역 변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장기적 관계 성립이라는 측면이다. 단체들은 그 지역 내에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 주민 입장에서 이것이 지역에 대한 자부심으로 연결될 수 있다. ‘우리 마을은 이런 것도 있어.’ ‘이런 프로그램들도 돌아가.’ 생각해 보면 하나의 영리 기업이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이를 돕는 수많은 기업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생태계 안에서 영리 기업들은 보이게 보이지 않게 많은 혜택들을 누린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들은 생태계가 필요하다.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를 돕는 즉, 비영리를 위한 비영리가 더 많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