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산업은행(이하 산은)이 한국GM에 '선 실사 후 지원'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러나 GM측이 사실상 실사를 거부하고 있어 자금투입 등에 대한 논의는 늦어질 전망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중견조선소 처리방안 기자간담회에서 한국GM에 대한 상황을 언급했다. 이 회장은 그동안 배리 엥글(Barry Engle) GM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3차례 면담했다.

이 회장은 간담회에서 ‘선 실사 후 지원’에 대한 입장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이 회장은 “올드머니는 GM 본사의 책임이고 산업은행은 한 푼도 지원할 수 없다”면서 “대신 한국GM의 비용구조와 원가구조를 확인한 후 회생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뉴 머니(신규투자)를 검토하겠는 조건부 구두약속을 (배리 앵글과) 했다”고 말했다.

‘올드 머니(Old Money)’란 한국GM의 경영실패에 대한 손실을 메우는데 들어가는 돈을 말한다. GM본사는 그동안 한국GM 회생을 위해 한국GM에 대출한 27억달러(약2조9000억원)를 출자전환하겠다고 선언하며 산은에게도 지분율 17.02%에 대응하는 5000만달러(약 54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 참여를 요구했다. 그러나 산은은 경영부실 비용을 책임질 수 없다며 출자전환을 거부했다.

반면 산업은행은 실사 후 신규투자에 조건부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GM본사는 한국GM에 10년간 28억달러(약 3조원)를 투자하는 대신 산업은행도 지분에 대응하는 약 5000만달러를 신규 투자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산은은 ▲ 중·장기 로드맵 제시 ▲ 신차 배정 ▲ 투자금액 신차 생산시설에 투자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실사가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어 지원에 대한 검토도 늦어지고 있다. 산은과 GM이 실사의 규모와 방법 등에 갈등을 빚고 있는 중에, GM측이 ‘영업기밀’등을 이유로 회계자료를 보내주지 않는 등 사실상 실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만족할 만한 실사가 이뤄져야만 자금지원 검토를 진행할 것이다”라면서 “그러나 실사를 위한 협의 과정에서 한국GM이 굉장히 민감한 자료를 아직 제출하지 않아 실무진 협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엥글 사장이 지난 7일 입국해 산업은행과 산업부 등 정부 관계자들과 한국GM 실사와 구조조정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