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성동조선의 구조조정이 회생절차를 밟기로 가닥이 잡히면서,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이 산업적 측면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굳어질지 주목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성동조선의 회생절차 신청(법정관리)를 확정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성동조선의 회생신청 결정에 대해 정부가 몇 가지 원칙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그 원칙중에 ‘산업과 금융 측면을 균형 있게 고려한 점’이라는 대목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정부가 성동조선의 구조조정에서 고려한 구체적인 산업적 요소로는 ▲경쟁구도 속에서 공급능력 ▲회사의 부문별 경쟁력 ▲구조조정 및 사업재편 방안 등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두달간 전문 컨설팅 회사를 통해 업황과 지역적 경제 현황 등에 대한 실사를 진행했다. 

이런 구조조정 방식은 기존 투자금 회수를 중심으로 논의된 구조조정과는 다른 양상으로 평가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강감찬 조선해양플랜트과장은 “이번 성동조선의 경우 한 차례 재무적 실사를 거쳤지만, 산업적 측면에서 국내 조선업계와 글로벌 조선업계의 시황속에서 중소 조선소가 차지하는 위치를 추가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다만 성동조선은 이런 산업적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매년 350억~400억원의 금융비용 때문에 채무조정이 불가피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성동조선의 구조조정에 있어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법원 주도의 강제적 법정관리가 구조조정의 한 축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강 과장은 “과거 조선업계 구조조정은 재무적 관점에서 회수가 먼저 일어나고 ‘다음’이 없었다”며 “법원의 법정관리는 구조조정 관점에서 회사의 장래를 설계하는 데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강 과장은 이어 “법정관리가 곧 파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M&A이나 새로운 사업재편에 여유로운 공간이 된다는 점을 정부가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동조선 앞으로 회생절차는?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성동조선의 회생절차는 최대 채권자인 수출입은행이 법원에 신청하고 회생계획안도 수출입은행이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에 회생신청서를 제출하면 법원은 모든 채무를 동결하고 재정 지출 등 경영을 통제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성동조선의 회생절차가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사전 실사에서 회사의 존속가치(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가 3배나 높은 재무구조로 되어 있어 회사의 회생절차가 어렵다는 것이다.

회사의 청산가치가 높다는 것은 회생을 진행하는 것보다 파산절차를 밟을 때 채권자가 성동조선으로부터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3배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구조조정 전문회사인 유암코 관계자는 "사전 실사가 반드시 회생절차에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법원 주도의 실사(조사위원 조사)는 채무를 탕감을 전제하고 회계적 조사관점도 달라 사전 실사와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원이 다시 조사한 실사 결과에서도 청산가치가 높더라도 바로 파산절차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유암코 관계자는 “회사의 채무를 조정하고 청산가치만큼을 매매가로 정해 회생절차 M&A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성동조선의 청산가치는 70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누군가 청산가치만큼 가격을 제시해서 사들이기로 하면서 회생절차를 그대로 진행시킬 수 있다.  

회생절차에 돌입하지 않고 M&A가 이뤄진다면 막대한 채무를 인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회생절차 M&A는 인수자 입장에선 이점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성동조선의 자산 일부를 매각하고 제 2야드 공장 중심의 사업재편도 고려한다고 밝혔다.

구조조정 업계는 회생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업황이 개선돼 수주의 변화가 있을지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