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인구 5000만명의 작은 나라 한국은 전세계가 주목하는 가상통화 시장 중 하나다. 가상통화 정보업체 코인힐스에 따르면 원화는 가상통화 시장에서 엔화, 달러화에 이어 전세계에서 3위로 가장 많은 거래가 이뤄지는 화폐다.

업비트, 빗썸 등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는 한때 거래대금 기준 세계 1위에 올랐다. 가상통화 전문매체인 코인데스크는 지난해 가상통화 5대 이슈 중 하나로 ‘한국시장의 호황’을 꼽기도 했다. 한국 시장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그만큼 뜨겁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국내 가상통화 시장을 바라보는 전망이 언제나 밝지만은 않다. 국제 시세보다 국내 시세가 더 높은 ‘김치 프리미엄(김프)’과 함께 가격 거품 논란은 주된 이슈 중 하나였다. 해외 작전세력이 국내 가격을 띄우고 시세 차익을 챙기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긍정과 부정이 엇갈리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세계 가상통화 열풍의 중심에 놓여 있다. 

한국은 정말 세계권 시장일까?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수도권과 6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25~64세 성인 2530명 중 가상통화를 구매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351명(13.9%)였다. 이들은 지난해 평균 421만9000원을 가상통화 투자에 사용했으며,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투자금액도 고액으로 변하는 양상을 보였다. 평균금액을 바탕으로 계산해 본 이들의 투자금 규모는 14억8000만원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전체 가상통화 투자자들의 총 거래대금 규모는 어느 정도가 될까? 정부나 기관의 공식 발표는 아니지만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의 조사 내용과 통계청 인구분포를 토대로 간접으로 추정해볼 수는 있다.

먼저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25~64세 인구는 약 2986만명이다. 재단이 공개한 가상통화 투자자 비율을 적용하면 2986만명 중 415만명(13.9%)이 가상통화 투자를 경험한 셈이다. 여기에 평균 투자금액인 421만9000원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전체 가상통화 투자자들의 총 거래대금 규모는 17조5000억원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는 국내 대형 거래소의 일 거래대금과 얼추 비슷한 규모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 기준 업비트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7조원, 빗썸은 2조5000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가 수십개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나머지 거래소의 거래대금을 합치면 하루에 10조원 이상의 거래대금이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가상통화 시장, 예전같지 않아…거품 빠지며 자연스런 결과”

2월 이후 가상통화 가격이 연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며 가상통화 거래대금 역시 쪼그라들었다. 코인힐스에 따르면 8일 오후 2시 14분 기준 업비트, 빗썸, 코인원의 24시간 거래대금은 21만7704BTC(비트코인)다. 1BTC는 현재 약 1060만원으로 3대 거래소의 일 거래대금 총합은 2조3076억원 수준이다. 두 달 전에 비하면 불과 5분의 1 규모다.

업계에서는 한국 시장의 명성이 예전같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거래소의 총 회원수는 늘어가고 있으나 거래대금 규모로 봐도 시장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 이날 기준 빗썸의 회원수는 320만명, 업비트 250만명, 코인원은 약 64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을 모두 합치면 634만명으로 통계청 인구로 추산한 국내 가상통화 투자인구 415만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통화 거래소 회원수를 단순히 합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대부분 투자자들은 여러 거래소에 동시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서 대부분이 중복되는 회원들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가격에 국제 가격을 뛰어넘는 ‘김프’가 대부분 사라졌다는 점도 한국 시장의 메리트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현재 비트코인은 빗썸에서 1093만원, 코인마켓캡에서 987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KEB하나은행 송금환율 기준을 적용하면 1065만원으로 과거 수백만원 가량 프리미엄이 붙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통화)로 내려가면 프리미엄은 더욱 적어진다. 같은 시간 이더리움은 국내 83만원-국제 80만원, 비트코인캐시는 121만원-118만원으로 3만원 차이에 불과했고 라이트코인 역시 20만원-19만원으로 1만원 정도의 차이만을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가격 거품이 빠지며 자연스럽게 생긴 결과라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1월 거래실명제 이후 신규 유입이 크게 늘어나지 않으면서 투기적인 성향이 점차 빠졌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전문가는 “올 초 가상통화 가격이 폭등하던 때에는 신규 투자자를 기반으로 투기적인 수요가 굉장히 컸다”면서 “2월 들어서 가상통화 가격이 크게 오른다는 기대 심리가 꺾이면서 투기 수요도 자연스럽게 낮아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