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미국 증권감독당국인 증권선물거래위원회(SEC)의 규제 칼 끝이 가상통화 거래소를 정조준했다. SEC는 등록되지 않은 가상통화 거래소가 엉망(mess)이라고 지적하며 새로운 가상통화를 시장에 상장하는 가상통화공개(ICO)에 대해서도 적정성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SEC는 성명서를 통해 많은 가상통화 거래소들이 제대로 된 규제를 받지 않으며 투자자들의 자금을 갖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성명서에서 SEC는 “많은 거래소들은 마치 일반 증권거래소처럼 등록업체인 양 투자자들을 호도하고 있다”면서 “이는 투자자들에게 가상통화 거래소가 정부 규제를 받는 공인된 업체라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 증권법에 따르면 ‘디지털 자산’의 거래를 ‘교환’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은 국가 증권 거래소로 등록한 후 운영돼야 한다. 디지털 자산에 해당하는 가상통화 교환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래소도 마찬가지다. 등록 면제 대상이 아닌 이상 가상통화 거래소 역시 SEC에 증권거래소 형태로 등록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SEC는 미국 내에서 운영 중인 대형 거래소조차도 제대로 등록돼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미국 1위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지닥스(GDAX)는 SEC에 거래소로 등록되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다. 거래소 제미니(Gemini)의 경우 SEC가 아닌 뉴욕 주 금융서비스에 ‘신탁 회사’로 등록돼있으며, 리퀴드 M 캐피털이 운영 중인 거래소 템플럼은 ‘대체 투자 시스템’이라는 분류로 등록돼있을 뿐이다.

SEC는 새로운 가상통화를 상장하는 가상통화공개(ICO)에 대해서도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SEC는 “많은 가상통화 거래소가 새로운 가상통화를 상장할 때 자체 규칙을 마련해 반영한다고 하지만 이 과정에서 SEC는 발언권이 없다”면서 “우리는 그러한 과정이 안전한 투자라고 담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번 성명으로 SEC는 향후 등록된 거래소만 가상통화 취급업체로 운영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SEC의 규제 강화로 미국을 기반으로 한 가상통화 시장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SEC의 성명 발표 이후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1만700달러 대에서 2시간만에 9690달러까지 수직 낙하했다.

미국발 악재에 국내 가상통화 시장도 출렁였다. SEC가 성명서를 발표한 같은 시간 빗썸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1194만원에서 1092만원까지 100만원 이상 하락했다. 국내 시장 가격이 글로벌 가격보다 높은 ‘김치 프리미엄’이 상당수 빠지면서 국제시장에서 보인 낙폭만큼 국내 시장에서도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