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혜빈 기자] 상서로운 분위기가 감도는 창덕궁 맞은편의 조용한 골목길. ‘만찬’은 그 분위기에 걸맞게 얌전히 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작은 식당이다. 입구의 테라스에는 흰색 알전구가 여기저기 걸려 있어 여름 오후 밤 같은 느낌을 주고, 반짝반짝 빛나는 철제 간판부터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외관은 얼핏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처럼 보인다. 주머니가 가벼운 근처 직장인들은 이곳 근처에서 서성이다 발걸음을 돌리기 일쑤다.

▲ 서울 종로구 운니동 '만찬'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그러나 만찬에 들어서 막상 메뉴판을 받아든다면 생각은 달라진다. 근처의 식당들과 비슷한 가격에 놀라고, 그런 음식을 분위기 좋은 곳에서 즐길 수 있어 더 놀란다. 친절하고 싹싹한 대표와 직원들의 서비스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도 확실히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줘 고객의 만족감을 더한다. 운니동 골목길의 숨은 강자 ‘만찬’에 다녀왔다.

 

1. 음식 종류

한식, 일식, 양식

 

2. 위치

▲ 서울 종로구 운니동에 있는 ‘만찬’ 위치. 창덕궁을 등지고 맞은편 골목길로 걸어서 5분. 출처=네이버 지도 캡처

주소 : 서울 종로구 율곡로6길 31

영업시간 : 11:30~23:00/ 주말 휴무

메뉴

종일 메뉴

수제 포크 커틀렛 8000원, 매운 소고기 토마토 카레 8000원, 카레 돈까스 덮밥 9000원, 아보카도 연어덮밥 9000원

저녁 메뉴

매운 등심 토마토 카레 8000원, 해물우동볶음(2인 기준) 1만6000원, 계절회 2만3000원, 찹스테이크 2만4000원, 메로 스테이크 1만9000원, 된장치즈 프로슈토 1만8000원, 피시 앤 칩스 1만5000원

코스 메뉴

코스 A(에피타이저, 샐러드, 계절회, 소고기냉채·찹스테이크·소고기타다끼 중 선택 1, 해물계란탕, 메로구이, 만찬두부, 식사, 후식) 3만5000원

코스 B(샐러드, 계절회, 해물계란탕, 갈릭새우버터구이, 소고기냉채·찹스테이크·소고기타다끼 중 선택 1, 메로구이, 만찬두부, 식사, 후식 4만5000원

 

3. 상호

만찬이라는 상호에 대해 현승훈(47) 대표는 담백하게 설명했다.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했고 현재는 의상 관련 일을 하는 ‘예술가’인 그의 아내가 지었다고 한다. 손님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만찬’을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도 덜도 없이 반영된 이름이다. 만찬(晩餐)이란 주로 저녁식사를 뜻하는 단어인데, 손님을 초대해 함께 식사한다는 의미도 있다. 여러 사람들이 어울려 여유롭고 즐겁게 음식을 즐기는 분위기가 상호명에서부터 생생하게 그려진다.

▲ 만찬 내부.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4. 경영철학

만찬의 메뉴 콘셉트는 편안한 '집 밥'이다. 세련된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집 밥이라니, 뭔가 안 어울리는 콘셉트인 것 같은데 현 대표의 생각은 단순 명쾌하다. 손님들이 편안하게 와서 마음도, 속도 편하게 즐기다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인테리어도 최대한 자기가 잘하는 것으로 했고, 메뉴도 스스로 잘 만드는 것 위주로 정했다. 인테리어든 요리든 억지로 꾸미는 것 없이 정직하게 성의를 다하고, 그것이 손님에게 가 닿기를 담담하게 기다리고 있다.

 

5. 주메뉴

이곳의 메뉴판을 처음 받아든 손님들의 반응은 한결같다고 한다. “대체 뭘 먹어야 하지?”

일식과 한식, 양식이 한데 섞여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다소 정신 없어 보인다는 게 오히려 장점이 되고 있다.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할 필요 없이, 여러 명이 모여도 의견 충돌 없이 편하게 이곳으로 오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만찬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들의 국적은 다양하다. 점심에는 살짝 매우면서도 부드러운 고기가 씹히는 매운 토마토 소고기 카레가, 저녁에는 이탈리아 햄인 프로슈토가 들어간 된장치즈 프로슈토가 인기가 높다고 한다.

▲ 매운 토마토 소고기 카레.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매운 토마토 소고기 카레는 일본 카레가 베이스다. 진하면서도 살짝 매콤한 카레 맛은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익숙한 듯 새롭게 다가온다. 걸죽한 카레 국물에는 소고기 육즙이 느껴지고 큼직하게 썰어 넣은 소고기 덩어리가 반갑다. 소고기는 입 안에서 부드럽게 씹히고, 위에 부담 없는 카레 맛은 숟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한다. 당근, 버섯, 감자 등 함께 들어간 채소들도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카레 맛과 잘 어우러진다. 카레에는 본래 항암·항산화 효과를 가져오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처럼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 다 잡은 메뉴인 셈이다.

▲ 된장치즈 프로슈토.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된장치즈 프로슈토는 현 대표가 직접 만든 된장치즈와 리코타 치즈, 프로슈토가 주재료다. 고유의 방법으로 치즈에 된장을 넣었는데, 흔히 우려할 수 있는 된장의 냄새나 맛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치즈 맛만 난다. 몸에 좋은 된장의 장점만 효율적으로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이 메뉴의 플레이팅을 처음 본 사람은 당황할 수도 있다. 딸기가 곳곳에 놓여 있고, 그 옆에 햄이 있으며 각종 채소와 올리브, 발사믹 식초에다 자세히 보면 꿀까지 둘러져 있다. 된장치즈 프로슈토를 먹는 방법을 물었더니, “부담 없이 먹고 싶은 것들을 편하게 먹으면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살짝 짭쪼름한 프로슈토를 치즈에 감싸 먹어도 맛있고, 채소와 딸기를 꿀에 찍어 먹어도 맛있다. 단맛, 신맛, 짠맛, 느끼한 맛까지 한 접시에서 모두 맛볼 수 있게 설계한 요리다. 저녁에 이곳에 들렀을 때 가벼운 술 한 잔과 함께 시키기에 좋다.

▲ 수제 포크 커틀렛.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수제 포크 커틀릿은 바삭하게 튀긴 돼지고기와 밥, 양상추로 깔끔하게 구성돼 있다. 두툼한 고기를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두께에 어울리지 않게 부드럽게 갈라지고 편하게 씹히는 식감이다. 현 대표는 이러한 식감을 완성하기 위해 고기를 재우는 데 공을 많이 들인다고 한다. 잘게 썬 양상추 위에 뿌린 흰 소스는 마를 갈아 만든 것이다. 덕분에 커틀릿의 기름진 맛을 보완해주어 서로 궁합이 잘 맞는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커틀릿을 즐길 수 있다.

 

6. 맛의 비결

현 대표는 “이곳의 요리는 새롭거나 아주 특이한 것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그렇지만 한 가지는 자신이 있다. 20년 동안 일식과 한식 요리를 해온 그는 “베테랑 요리사가 빠지기 쉬운 매너리즘은 요리 절차를 간소화하면서 조금씩 음식의 맛이 죽도록 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요리할 때  타협하거나 게으름 부리지 않고 정석대로, 최대한 맛있는 방법으로 요리하는 것을 고집한다. 매일 아침 일찍 나와 직접 식재료를 일일이 준비하고, 양파에 재워둔 고기가 질기다는 생각이 들자 키위를 추가하는 등 꼼꼼하고 부지런하게 요리에 임한다.

요령 부리거나 한눈 팔지 않고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는 것이 맛의 비결이다.

 

7. 특별한 서비스

현 대표는 곧 다가오는 봄을 맞아 테라스를 예쁘게 꾸밀 예정이다. 그는 “우리 식당 같은 분위기에서는 야외 테이블에 앉기를 원하는 손님이 많다. 그분들을 위해 야외 테이블을 내고, 지금보다 더 예쁘게 장식을 하려 한다”고 밝혔다.

▲ 만찬 내부.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최근 방문객이 많아진 ‘익선동 한옥 밀집 지역’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이어서 그렇게 붐비지도 않고, 동네 사람들과 직장인이 오가는 곳에 자리 잡은 만찬은 야외 테라스에 딱 어울리는 공간이다. 조용하면서도 싹싹한 현 대표의 서비스를 그대로 이어받은 직원들의 친절함도 손님들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요소다.

 

*식재료는 어디서 구입하는지

대부분의 식재료는 배달을 받는데, 그중에서도 최상급을 고집한다. 메뉴의 가격을 근처의 식당과 비슷하게 맞춘 탓에 마진이 높지 않다. 그래도 현 대표는 ‘요리가 맛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좋은 재료를 꾸준히 받고 있다. 고기는 대부분 국내산이고, 찹스테이크와 와규타다끼에 들어가는 소고기만 호주산을 쓴다.

저녁에는 맥주와 와인을 판매하는데, 크래프트 비어 세 종류가 눈에 띈다. 플래티넘 페일에일, 트레비어 호피라거, 카브루 IPA인데, 이 셋을 고른 이유는 각각의 맛이 달라서다. 강하면서도 시원한 맛의 페일에일은 이미 유명하고,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맛으로 식사에 곁들이기 좋은 호피라거, 그리고 가장 강하고 센 맛의 IPA를 각자 다른 양조장에서 가져온다.

 

8. 고객이 전하는 ‘만찬’

만찬을 찾는 고객층은 주로 30~40대 여성이다. 한 번 온 손님은 꾸준하게 방문하는 편이라고 한다. 단골이라고  한 손님은 “다른 것보다 맛이 깔끔하고 좋아서 마음에 든다. 분위기도 고급스럽고, 음식이 맛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메뉴판에 ‘음식이 모자랄 경우에는 더 드린다’라고 쓰여 있는데, 이 부분이 만족스럽다는 그는 “메뉴판에 있는 그대로다. 부족하다고 말하면 편하게 더 준다. 마음도, 뱃속도 풍족한 기분”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