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업이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은 과거에 비해 훨씬 다양해지고 있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등과 같이 고객들의 직관적인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 구현됨에 따라, 기업들의 CRM 활동 또한 디지털화(Digitalization)되었다. 대표적 사례인 챗봇(Chatbot)은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불만 또는 문의사항이 생겼을 때 과거와 같이 고객상담센터의 근무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기반의 메신저에서 24시간 실시간으로 응대를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접점에서 단지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추천 등과 같은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기업의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렇듯 CRM에 활용할 수 있는 신기술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들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바로 고객만족(Customer Satisfaction)이다. SNS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거나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도,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결국은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활동의 일환이다. 서비스나 제품의 품질이 뛰어나야 고객들은 만족하고, 그것들이 지속되면 충성도(Loyalty)가 생기면서 결국 기업의 매출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데 필자가 기업의 CRM 또는 마케팅 담당자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점은 대부분이 전략 수립과 기획, 그리고 실행에는 집중하나 고객들의 피드백에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기관과 달리 일반 기업의 실무자 입장에서는 끊임없이 매출이나 반응률, 교환율 등과 같은 정량적 관점에서의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고객만족을 측정하기 위한 별도의 작업보다는 바로 다음을 위한 실행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필자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특히 CRM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 데이터 분석뿐만 아니라 캠페인에 대한 정확한 고객들의 피드백을 수집해야만 추후 개선된 기획안이 나올 수 있다.

고객 만족도 조사를 하는 기업들 중 일부는 현재 상황에 대한 개선이나 충성도 확보를 위한 프로세스가 아니라 단지 형식적인 활동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과거에 필자는 모 회사 제품의 사후 서비스가 너무 불친절해서 실망을 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그전까지는 충성도가 꽤 높았지만 이후 재구매를 전혀 하지 않았고, 주변에 계속해서 부정적인 입소문을 냈다. 그러던 와중에, 해당 기업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사후 서비스에 대한 정기 만족도 조사 이메일을 보내왔다. 필자는 과거 CS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고객 접점에서 근무하는 사람의 어려움을 잘 알기에, 기업에서 만족도 조사 관련 전화나 이메일이 오면 항상 매우 만족과 함께 간단한 칭찬의 글을 남긴다.

하지만 그 회사의 응대는 너무 불쾌했던 나머지 모든 항목에 매우 불만족을 표기하고, 기타 의견에 아주 상세하게 그 이유를 적었다. 그리고 필자는 내심 형식적이라도 좋으니 간단한 사과와 함께 개선의 의지가 담긴 메일이 오길 기대했지만,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 결국 그 회사는 단지 고객 만족도 조사를 내부 통계 산출이나 정기적인 현황 분석 정도로만 생각했지, 실제로 참여한 회원들에게 어떤 추가 CRM 캠페인을 할지는 전혀 준비하지 않았던 것이다. 덕분에 필자는 현재 그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있으며, 지인들에게 개인적으로 불편했던 경험을 전파하는 부정적 입소문의 주체가 되어버렸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CRM의 핵심 중 하나인 충성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이 자가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기업에서 좀 더 전략적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조사를 실시할 경우에는 해당 고객들에게 특정 사항에 대해 단지 만족의 정도만 물어볼 것이 아니라 그것이 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만족도와 중요도가 둘 다 높은 것들은 유지하고, 만족도는 높되 중요도가 낮으면 축소, 반대의 경우에는 개선, 둘 다 낮으면 삭제하는 식으로 CRM 전략 수립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한다면 현황 분석이 아닌 실제 CRM 활동으로의 의미 있는 만족도 조사를 실행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