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가상통화,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뛰어든다고 합니다.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을 통해 일본에서 라인 파이낸셜을 설립해 가상통화 거래소 사업까지 넘보고 있으며 카카오도 자체 블록체인 자회사를 설립해 퓨처플레이의 한재선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초대 대표로 내정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가상통화와 블록체인에 접근하는 두 회사의 차이입니다. 현재 가상통화에는 투기열풍, 사행성 조장이라는 묘한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대중의 시각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반면 블록체인 기술은 가상통화의 근간을 이루는 기술이지만 4차 산업혁명에 꼭 필요한 육성 대상으로 여겨집니다.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는 가상통화 광고를 내리면서 대중의 비판을 비껴가려고 했습니다. 다만 네이버는 다소 노골적으로 가상통화 시장을 노리는 반면, 카카오는 블록체인에 한 발 걸쳐두고 가상통화 시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라인은 가상통화 교환이나 거래소, 대출, 보험 등 다양한 금융 관련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카카오는 굳이 블록체인 자회사를 내세우지만 사실상 가상통화의 매력에 빠져있는 분위기입니다. 범 카카오 계열사로 분류되는 두나무의 존재감만 봐도 매력을 느끼지 않으면 이상합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가상통화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래 신성장 동력을 제고하기 위함이라는 말은 너무 정형적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면 ‘가상통화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이는데’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진짜 의도는 어디에 있을까요?

네이버와 카카오는 플랫폼 사업자입니다. 포털과 O2O, 모바일 메신저 등 방식은 다양하지만 궁극으로 추구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플랫폼으로 생태계를 만드는 것. 네이버 월드와 카카오 제국을 건설하는 것이 지상과제라는 뜻입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자금, 즉 돈입니다.

여기서 돈은 두 가지 관점으로 봐야 합니다. 먼저 순수한 의미의 돈. 네이버 월드와 카카오 제국이 건설되려면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가상통화에 관심을 둔 이들의 일차 노림수가 확인됩니다. 맞습니다. 최근 텔레그램은 가상화폐공개(ICO)를 통해 총 8억5000만달러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습니다. 네이버코인, 카카오코인 ICO가 열린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많은 돈이 조달될까요? 상상 이상일겁니다.

지금은 국내에서 ICO가 불법이지만, 한때 ICO가 가능할 당시 소위 묻지마 투기세력이 IC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먹튀’하는 사건이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기본이 수십억 단위였습니다. 그렇다면 네이버코인과 카카오코인은? 엄청난 자본이 모일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고스란히 네이버 월드와 카카오 제국의 주춧돌이 될 수 있습니다.

▲ 네이버와 카카오가 가상통화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여기서 말하는 돈은 일차 접근이고 가상통화와 돈, 즉 재화의 가치에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가상통화 시장에 집중하는 이유를 더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은 플랫폼으로 생태계를 만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외국의 사례를 먼저 보겠습니다. 미국의 아마존과 중국의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입니다. 그리고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궁극으로 최고의 생태계 전략이 구현될 수 있는 곳입니다. 다른 플랫폼과 달리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실제로 ‘돈’이 돌고, 데이터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으며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에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오프라인까지 더해지면 게임은 끝납니다. 아마존이 무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보면 됩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를 봅시다. 아마존과 비교하기는 무리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도 사실 아마존과 같은 길을 걸으려고 합니다. 스몰 비즈니스 내세우고 기술기반 플랫폼 사업으로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네이버와, O2O를 중심에 두고 생활밀착형 기술에 집중하는 카카오 모두 아마존 모델을 추구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ICO가 더해진다면? 아마존은 대부분 달러로 움직이지만 네이버는 네이버코인, 카카오는 카카오코인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전체 플랫폼 생태계를 100% 손에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성공 가능성은 별도로 살펴야 하고, 가상통화의 미래에 대한 이견이 엇갈리기 때문에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구석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가 욕을 먹지 않는 블록체인을 내세우며 ‘수줍게’ 가상통화 시장에 진출하는 장면에는, 자체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100% 자기들 통제에 두겠다는 의도가 생생하게 보입니다. 전자상거래에서 돈의 흐름이 곧 데이터의 흐름, 인사이트로 수렴된다면 제일 좋은 방법이 하나 있지요. “그래, 그냥 돈을 만들면 되는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