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보좌진의 사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경제정책 사령탑인 국가경제위원회(National Economic Council, NEC) 위원장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최고 경제 자문인 게리 콘 NEC 위원장이 예고한 대로 6일 오전(현지시간) 사임했다.

게리 콘 위원장은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더 확대하면서 수출국에 폭탄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반대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계획이라고 발표해 세계 무역 시장에 논란을 일으켰다.

게리 콘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철강과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자동차 분야와 같은 산업에서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 등 폭탄관세 여파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부과를 끝까지 밀고 나간다면 사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부과 방침이 돌아서지 않자 결국 사퇴했다.

외신은 게리 콘 위원장이 NEC직을 사퇴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정치 일간지 폴리티코(Politico)는 콘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철강업계 관계자가 함께한 기자 간담회 하루 전에 “(관세부과는)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트럼프를 설득하면서 ‘미친 24시간’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일어난 백인우월주의 시위 유혈사태 때 발언한 내용을 두고 콘 위원장이 사퇴를 검토한 것만으로도 금융시장이 폭락했었다고 뉴욕타임즈(NYT)는 보도했다.

콘 위원장은 민주당 당원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친시장ㆍ성장 중심 정책을 지지하면서 백악관에 들어갔다. 그는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나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 같은 ‘무역 매파’,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자들과 대립하면서 자유무역을 옹호했다.

콘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한미FTA 등을 일방적으로 파기하지 않도록 설득해왔다.

콘 위원장의 빈자리는 미국을 우선하는 보호무역 정책을 기획한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장이 채울 가능성이 있다. 이로써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등 경제 기조에 고삐가 풀려 트럼프 일방주의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외신과 시장을 중심으로 나온다.

통상 온건파, 트럼프 행정부에서 안정적인 인물이라고 평가받는 콘 위원장은 사임 후 보호무역주의자와 자유무역주의자가 백악관에서 벌인 관세 논쟁은 언급하지 않고 단지 “나라에 봉사하고, 미국 국민에게 혜택을 주는 친성장 정책, 특히 역사적인 세금 개혁의 통과가 영광이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게리 콘 위원장은 지난해 세법을 간소화해서 세금 공제액을 줄여, 미국 중산층의 세금을 낮추고 최상위층 세금을 늘리는 개혁을 했다. 당시 콘 위원장은 세제개혁에 따라 기업들이 불만을 표출하자 “고용이 늘어나면 국민소득이 오를 것”이라면서 “미국엔 임금 상승과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고, 이로써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춘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그는 드물게 재능이 있는 인물”이라면서 “그가 미국인들에게 헌신해준 것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11월 대선이 끝난 후 골드만삭스의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게리 콘을 NEC 위원장으로 발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현지시간) 트위터에 “곧 새로운 경제수석고문 임명을 결정할 것”이라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을 원하기 때문에 새로운 경제수석고문은 현명하게 결정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