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가 올해 임지훈 대표 체제에서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로 사령탑을 교체하고 핵심인력 재배치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기 위한 행보를 빠르게 이어가는 가운데 블록체인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조만간 블록체인 기술을 전담하는 자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사명은 미정이지만 초대 대표로는 스타트업 양성기업인 퓨처플레이의 한재선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내정했다. 한 CTO가 이끌 블록체인 자회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카카오는 가상통화 거래소 두나무 지분 약 20%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업계는 카카오가 어떤 방식으로든 가상통화와 블록체인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가상통화와 블록체인은 긴밀한 관계가 있으나 두 시장의 육성방안은 엄밀히 다르다. 전자는 금융의 관점이 강하고 후자는 ICT 기술의 측면으로 봐야한다.

▲ 카카오가 블록체인 자회사 설립에 나선다. 출처=픽사베이

경쟁사인 네이버는 전자, 모바일과 연계된 금융에 무게를 두고 있다. 네이버는 1월31일 자회사인 모바일 메신저 기업 라인이 라인페이에 이어 금융 사업에 집중한 라인 파이낸셜을 설립했다고 발표했다. 상대적으로 가상통화에 대한 규제가 약하고 라인에 우호적인 일본을 시작으로 가상통화 시장을 단계적으로 잡겠다는 의지다. 라인은 가상통화 교환이나 거래소, 대출, 보험 등 다양한 금융 관련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이미 라인은 일본 금융청​에 가상​화폐 교환업자 등록을 신청했으며, 현재 심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라인페이와 같은 모바일 핀테크 기능과의 시너지가 예상된다.

라인페이는 지난해 전세계 연간 결제​액 4500억엔을 돌파하고 등록 사용자 수 4000만명을 달성하는 등 크게 성장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통한 가상통화 거래는 글로벌 ICT 플랫폼 시장 공략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반면 카카오는 후자, 즉 블록체인에 더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상통화 거래소 두나무가 범 카카오 계열사로 묶이지만 가상통화의 금융 측면보다 블록체인이라는 분산형 장부 기술에 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육성 기업인 퓨처플레이의 한 CTO를 초대 대표로 내정한 지점이 중요하다. 스타트업과 기술이라는 연결고리가 강하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금융의 측면에서 블록체인 자회사를 설립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말이 나온다. 라인이 가상통화를 활용해 거래소와 연계된 다양한 핀테크 사업에 집중한다면, 카카오는 블록체인 기술의 O2O 적용 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분산형 장부기술을 확보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카카오가 일반적인 의미의 가상통화 발행 사업 등에 진출할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

최근 텔레그램은 가상화폐공개(ICO)를 통해 총 8억5000만달러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모바일 메신저와 가상통화 거래가 막대한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당장 카카오코인이 등장할 개연성도 충분하다는 말이 나온다. 카카오가 가상통화에 집중해 자금을 유치하고, O2O 플랫폼과 전자상거래 시장에 연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가 여민수, 조수용 공동대표 체제를 통해 광고와 브랜딩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올해를 '실질적인 수익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힌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카카오의 인공지능 접근법과 블록체인 접근법이 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범수 의장이 주도하는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은 순수한 인공지능 연구에 특화되어 있으며, 실질적인 생활밀착형 서비스는 별도의 사내 인공지능 부서가 담당한다.

블록체인 자회사가 카카오브레인처럼 순수한 연구 목적의 자회사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중요하다. 카카오 관계자는 “블록체인 자회사에 대한 것은 모든 것이 미정이지만, 최소한 카카오브레인처럼 연구에 집중하는 곳은 아닐 것”이라면서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도 만들고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무언가 만드는 곳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실이라면 카카오의 가상통화 시장 진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