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이 왔습니다. 봄은 우리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합니다. 여러분은 ‘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예쁜 꽃과 아름다운 새들의 노랫소리가 떠오르지 않는지요? 필자는 좀 더 극적인 장면을 상상해 봅니다. 꽁꽁 얼어붙은 얼음제국에 태양에너지가 강력하게 비추면, 마치 회오리바람이 몰아치듯 꽃과 나무가 퍼지면서 얼음이 사라지고, 카메라는 얼음이 녹는 경계선을 따라 빠른 속도로 이동하다가 하늘로 솟구쳐 올라가면서 화려하게 바뀐 들판을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그런 장면을 머릿속으로 연출해 봤습니다.

이런 자유로운 상상은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영상연출 전문가와 그렇지 않은 일반인의 상상에는 디테일의 차이가 있지만, 괜찮습니다. 상상한 것은 오로지 자기만의 것이기에 어느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마음껏 하면 됩니다. 이렇게 애니메이션氏가 사는 곳은 상상으로 가득한 즐거운 곳임을 지난 칼럼에서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언급한 것이 있는데요, 이런 상상들을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고 직접 형상화하고 싶지만 손재주가 부족해 그러지 못하고 있을 때, 어떤 만화나 애니메이션 장면에서 자기 상상과 같은 것을 발견한다면 참으로 놀랍고 기쁠 것이며, 그것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공감한다면 더 큰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필자가 언급한 감상법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요. 대부분은 먼저 상상하고 작품에서 찾는 것보다는 작품을 먼저 보고 특정 장면에서 상상력이 펼쳐지는 순서로 감상들을 합니다. 필자는 이렇게 된 이유를, 상상하는 것은 아주 전문적인 특별한 일이라고 선을 긋고 일상생활에는 상상하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생각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루트번스타인 부부가 쓴 교양서적 <생각의 탄생>에서는 생각의 시작으로 ‘관찰’을 제시합니다. 관찰은 생각할 수 있는 무한한 재료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바쁘게 살아 왔습니다. 이 칼럼을 보고 있는 여러분은 지금이라도 하루 중 잠깐씩 하늘의 구름을 보며, 또는 화분의 꽃을 관찰하며 애니메이션氏가 살고 있는 상상의 세계에 들어가 잠시 쉬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추천합니다.

지금까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상상의 세계를 이야기했다면 이제 애니메이션氏에 대해서 한걸음 더 들어가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우리는 뭔가 즐거운 것이 있을 때 혼자 누리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누군가와 교류하고 싶은 본성이 있습니다. 식사도 같이 하면 더 맛있고, 여행도 같이 하면 더 즐거운 것처럼 자기만의 상상의 세계도 즐거운 것이기에 다른 이와 같이 공유하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자기 생각으로 머물러 있던 ‘상상’을 말(이야기), 글(소설), 그림(만화) 등으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런 행위를 통틀어서 ‘창작’이라고 합니다. 앞서 언급한 <생각의 탄생>에서는 ‘생각’의 재료와 방법,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창작’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상상’은 다른 이가 알 수 없기에 마음대로 하면 되지만 ‘창작’은 다른 이가 알 수 있도록 만드는 행위이므로, 재료가 되는 기초적인 ‘방법’과 그것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기 위한 ‘기법’이 필요합니다.

먼저 ‘말(이야기)’를 살펴봅시다. 자기 나라의 ‘말’은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으로서 특별한 ‘방법’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정말 쉬운 ‘창작’ 행위입니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도 말로서 자유롭게 상상의 세계를 표현합니다. 여러분은 조카나 자녀에게서 생각지 못한 말을 들었던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그것을 제대로 된 ‘창작’ 활동이라 보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말’을 하려면 자기만의 생각, 절절한 단어 선택, 목소리의 강약, 정확한 발음, 듣는 이를 향한 시선 처리와 같은 여러 가지 ‘기법’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말(이야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창작 행위임은 분명합니다.

두 번째로 ‘글(소설)’을 생각해 봅시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말’에는 없는 ‘글자’라는 ‘방법’을 알아야만 합니다. 다행이 ‘한글’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표음문자’라서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여담으로 ‘한글’은 세계의 문자들 중 제작자, 제작 과정, 제작 이유를 알고 있는 유일한 문자이며, 오늘날의 모바일 디바이스 사용이 필수적인 시대에 알파벳보다 더 적은 수의 키보드를 사용해서 입력할 수 있는 매우 실용적인 문자이기도 합니다. ‘한글’은 정말 자랑스러운 우리의 유산입니다. 이렇게 글자라는 한 가지 ‘방법’만 배우면 자기 생각을 쓰는 창작 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역시 ‘기법’이 필요합니다. 과장법, 반복법, 영탄법, 점층법, 대조법, 도치법, 인용법, 대구법 등 여러 가지 표현법을 배울수록 글의 내용은 풍부해집니다.

세 번째로 ‘그림(만화)’를 살펴보면 앞선 ‘말’과 ‘글’보다 좀 더 생각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그림’도 연필 한 자루만 있으면 어린아이 누구나 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수많은 ‘방법’ 중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방법은 연필 드로잉 외에도 색연필, 파스텔, 물감 등 많으며 심지어 컴퓨터로도 그릴 수 있습니다. 전문가조차 이런 다양한 ‘방법’들을 다 알지 못하며 이 중에서 몇 가지만을 선택해서 사용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인 ‘기법’까지 확장해 보면 그 경우의 수는 너무나 많습니다. 이렇게 비교하면 ‘그림’이란 ‘말’이나 ‘글’보다 꽤 복잡한 창작행위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필자는 이것을 “창작을 위한 진입장벽이 높다”라고 학생들에게 설명합니다. 사실 창작의 분야는 ‘음악’도 있고, 몸으로 보여주는 ‘행위’도 있으며, 그 외에도 여러 가지로 세분화할 수 있지만 설명을 위해 3가지로 줄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애니메이션氏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애니메이션은 움직이지 않은 것을 움직이게 하는 영상제작 기법이라고 첫 칼럼에서 이야기했는데요, 어떻게 움직이지 않는 것을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요? 여기에는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에게는 기본적이지만 일반인들이 볼 때는 매우 전문적인 여러 가지 ‘방법’들을 같이 사용해야 합니다. 게다가 효과적으로 보이기 위한 ‘기법’은 그림의 ‘기법’을 모두 포함하고서도 그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이렇게 애니메이션氏는 정말 복잡하고 배워야 할 것들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애니메이션은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창작행위”라고 설명합니다.

오늘은 설명이 많다 보니 조금은 딱딱한 글이 되었네요. 다음 칼럼에는 이번 칼럼에 이어서 어떻게 그림이 움직일 수 있는지, 그 ‘방법’과 함께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애니메이션氏의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그럼 다음 칼럼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