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다오에 개장한 롯데 마트에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외국자본이 중국을 외면하는 가운데서도 대형 할인매장으로 불리는 소매유통업은 중국 내 사업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996년 중국에 첫발을 들인 미국의 월마트는 올해 들어 23개 매장을 추가로 열어 총 140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1년 전 19개, 2년 전 30개 매장이 늘어난 데 비하면 올해 매우 공격적인 행보다.

까르푸는 올해 확장 계획에 대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마트보다 1년 앞서 진출한 이 프랑스 업체는 지난해 23개 매장을 오픈했으며 총 매장 수는 135개에 달한다.

24시간 편의점의 대명사로 불리는 세븐일레븐은 조만간 상하이 시내에 3~4개 매장을 열 방침이다. 이번에 처음 상하이에 진출한 세븐일레븐은 3년 내 100개 매장을 상하이에 열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차오리셩(曹立生) 국가상업정보센터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사치품 같은 고가 제품에 대한 소비를 줄였지만 상대적으로 생활필수품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 수석연구원은 백화점 매출과 비교해볼 때 할인매장 매출은 덜 줄었다고 덧붙였다.

페이량(裴亮) 중국 체인점협회장은 “중국 내 주요도시의 부동산가격의 거품이 빠지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도 할인매장의 확장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대도시뿐 아니라 중소도시들에도 매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월마트는 3년 전부터 중소도시 입지에 눈독을 들이고 있고 테스코 또한 올해 개점한 7개 매장 가운데 5개 매장이 중소도시에 위치해 있다. 할인매장 입장에서 교통여건 등이 취약한 중소도시들의 최대 매력은 대도시에 비해 4분의 1도 안 되는 저렴한 임대료가 꼽힌다.

베리 프리드먼 월마트 중국법인 부회장은 “이들 중소도시는 인프라가 확충되면 소비 전망이 밝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며 “초기 경쟁 상대가 없기 때문에 선점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무부가 최근 외자 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방정부에 심사권한을 대폭 이양한 것도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할인매장들은 요즘 들어 정부정책 발표에 민감하다. 농민보조정책인 쟈덴샤상(家電下鄕) 같은 내수진작책이 발표될 경우 그야말로 대박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4조위안(약 800조원)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는 등 소비를 늘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그렇다고 대도시가 시장 포화 상태인 것도 아니다. 중국 시장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역 가운데 할인매장들은 어느 지역에 신규매장을 확대하길 원할까. 페이량 회장은 “이미 상당한 발전을 이룬 해안도시보다는 중앙지역이나 서부지역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내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인 중앙 및 서부지역은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지역이기도 하다.

외국의 할인매장들은 매장 수 확장과 더불어 가격 전쟁도 준비 중이다. 까르푸는 농산물 직접구매를 통해서 가격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천보(陳波) 까르푸 중국법인 대변인은 “중간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구매하기 때문에 구매원가를 10~15% 낮출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인하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처럼 외국계 할인매장들의 득세로 중국 토종 유통업체들의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해 중국업체 매장 수는 10% 남짓 증가해 지난 10년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아시아경제신문 김동환 베이징특파원(don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