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완성차 5개사의 2월 판매가 크게 감소했다. 국내 완성차 5개사 2018년 2월 판매 실적. 자료=각 사 취합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국내 완성차 5개사의 2월 판매가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이 같은 부진에 대해 전문가들은 설 연휴(2월15~18일)에 한국GM의 철수설까지 겹치며 내수 판매량이 하락했고, 수출은 중국의 춘절, 미국 통상압력과 함께 자동차 경쟁력 부재를 이유로 꼽았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GM,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지난 2월 판매량은 56만791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2% 감소했다. 내수 판매는 10만5432대로 11.85% 감소했다. 수출은 46만2487대로 9.37% 줄었다.

판매량 감소에 대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설 명절이 1월에 있던 전년과 비교해 국내공장 근무일수가 감소함에 따라 국내 및 해외 판매가 감소세를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평일인 15일과 16일이 설 연휴에 포함돼 있어 지난해 2월보다 영업일수가 2일 줄었다.

내수의 경우 소비심리 위축이 나타난 결과라는 의견이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8.2로 지난해 11월 112.0에서 12월 110.6으로 떨어진 뒤 3개월 연속 하락세다. 이 지수가 기준값(2003년 1월∼2017년 12월 평균)인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이고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국내 완성차 판매의 경우 지난달은 미국 금리 상승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했다”면서 “금융시장 불안과 함께 가계수입전망 하락에 따른 소비자 심리가 위축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기에 설 연휴와 한국GM의 철수설까지 겹치며 시장 전체가 흔들렸다"고 덧붙였다.

2월에는 하락세를 탔지만 1월의 유가 상승 흐름에 따른 심리상 위축도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 1월 말 배럴당 65달러 안팎까지 오르는 등 2014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70달러를 목전에 두고 있을 만큼 높은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국내 한 산업정책 연구위원은 “지난달은 1월부터 이어져 온 각종 완성차 업계 프로모션에 불구하고 가계수익이 줄었다”면서 “여기에 1월말까지 유가가 급등하면서 나타난 소비심리 불안감이 2월 중순까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자료=각 사 취합

수출의 경우 G2(미국·중국)시장 부진이 컸다. 중국은 아직 사드 여파가 남아있는 데다가 춘절(2월 15~21일)까지 겹쳤다. 미국의 경우 현지 시장 경쟁력 하락과 함께 통상압력의 결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수출입 동향을 보면 우리나라 2월 총 수출액은 444억8000만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늘었다. 그러나 미국 시장 수출액은 47억4600만 달러로 지난해 2월보다 무려 10.7%나 감소했다.

대미 수출 품목 가운데 자동차 수출이 대폭 줄었다. 지난달 미국 시장 자동차 수출액은 4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보다 무려 48.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자동차 부품 수출액도 2억8000만 달러로 17.3% 줄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정부의 통상압력 영향이 우리나라 수출통계로 증명된 것이다. 반면 2월 미국산 수입액은 43억8600만 달러로 지난해 37억5400만 달러보다 무려 16.8% 늘었다.

국내 자동차 수출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 실장은 “국내 차량의 경우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선호하는 미국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 미국 전체 판매량은 감소했으나 SUV 판매량이 증가하며 반등 조짐을 보였다. 지난달 미국에서 판매된 현대·기아차 SUV는 지난해 같은 기간 3만7110대보다 7.6% 증가한 3만9917대를 기록했다. 특히 현대차는 SUV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0.4% 증가했다.

다만 올해 전체 시장 전망은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기덕 부국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저가형 모델 출시와 함께 신형차종 출시로 인해 오는 2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자동차업종에 대한 실적개선 기대감은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