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우 기자] 금융감독원이 KEB하나은행의 아이카이스트 부실대출 의혹을 검사한 결과 특혜나 외압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자료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선 금감원의 이같은 결과보고에대해 수사기관이 범죄 의혹이 있는 피의자의 사실관계 부인만을 듣고 수사를 종결하는 것과 마찬가지 경우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금감원의 솜방망이식 감독관행이 계속되는한 금융권 적폐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카이스트 부실대출 문제는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혐의점이 모두 드러난 사항인 데다 함영주 KEB은행장의 위증 논란도 제기된 상태다.

2일 금감원이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설명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KEB하나은행의 아이카이스트 대출 취급절차 및 심사과정에서 특혜로 볼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금감원은 아이카이스트 부실대출 의혹에 대해 KEB하나은행 대출 담당자와의 대질문답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담당자는 대출 취급 부당압력 사실을 부인했고 전결권자 등 대출 관련자 5인도 부당압력이 없었다고 응답했다.

금감원측은 “특혜로 볼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사후관리 절차 미흡 등에 대해서는 향후 부책심사시 반영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EB하나은행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1호 기업이자 부실기업인 아이카이스트에 2015년 7월부터 11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약 20억원의 자금을 대출한다. 이중 보증서 대위변제 부분을 제외하고 8억여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는 지난 2016년 9월 투자금 사기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고 대전중앙지법은 1심에서 징역 11년에 벌금 61억원을 선고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결국 아이카이스트는 폐업한다.

금감원은 자료에서 이 대출에 대해 성장성을 담보로 취급한 기술형 창업지원대출로 취급절차 및 심사과정 등에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첫 신용대출 거래에서 중소기업에 3억원을 대출해주는 것은 이례적인 경우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한 영업지점장은 “아이카이스트 대출건은 담보대출이 아닌 일반 신용대출”이라면서 “첫 대출의 경우 아무리 은행이라도 이정도 컨디션의 회사에 3억원을 신용대출 해주지는 않는다. 추가 대출을 계속해서 실시했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 여신관리부 심사역과 논의가 이뤄졌어야 정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금감원은 대출 과정에서 부당대출압력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하다고 적시했지만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아이카이스트에 방문한 사실이 있다. 은행장이 거래처 중소기업을 방문하는 일조차 국내에서는 낯선 일인데, 하나금융은 지주사 회장까지 함께 아이카이스트를 방문했던 것이다.

아이카이스트에 대한 KEB하나은행의 2차 대출과 3차 대출은 각각 2015년 10월과 11월에 발생한 것으로 김 회장과 함 행장의 방문인 2015년 9월 이후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사의 회장이 방문하는데 해당 기업과 어떤 거래관계가 있는지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전결이 됐다하더라도 은행의 시스템상 상부에 보고했을 정황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함 행장은 국회 위증 의혹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함 행장은 지난해 10월 국감에 나와 “아이카이스트의 대출은 하나은행과 통합 전인 2015년 7월 옛 외환은행에서 발생한 건이기 때문에 관련된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함 행장은 2015년 9월 이미 통합 KEB하나은행장으로 취임했다. 즉 2차 대출과 3차 대출은 함 행장이 은행장으로 있을 당시 발생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부실검사에 대한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사측의 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현직 담당자들에게 질의응답을 받은 것으로 검사를 마감한다면 제대로 결과를 얻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대출 적정성에 대해서도 하나금융측의 자료가 허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대출 담당자들이 입을 맞춰서 다른 이야기를 하니까 수사권한이 없는 금감원이 사실관계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제대로 검사를 한다면 충분히 밝히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대출심사를 했던 직원들과 앞장서서 거짓말을 한 지점장을 조사해야 할 것이고 금융당국 차원의 검사가 어렵다면 검찰에 이첩해서라도 수사가 제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후도 금융당국의 검사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카이스트 부실대출 이외에도 사외이사의 부당거래와 중국 특혜투자 의혹 등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 금감원에 ▲아이카이스트 부실·특혜 대출 ▲(박문규)사외이사 및 (김정태회장)아들이 운영하는 회사와 부당한 거래 ▲중국 특혜 투자 등 3가지 의혹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또 최근 불거진 금융권 채용비리에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에 대한 채용비리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에 자료를 이첩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2016년 공채에서 유력자의 자녀 13명을 특혜 채용하고 55명의 ‘VIP 리스트’를 관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