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중국의 화웨이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8에서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의회(GSMA)가 수여하는 글로벌 모바일 어워즈 8관왕에 올랐다. 최고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혁신과 최고 모바일 네트워크 인프라스트럭쳐 등 5G와 관련된 기술이 대부분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갤럭시S9과 삼성페이, 가상현실 관련 솔루션 등 3관왕에 머물렀다.

올해 MWC 2018이 모바일 단말기보다 5G 상용화에 맞춘 네트워크 기술력에 방점을 찍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화웨이의 독무대였다는 평가다. 물론 모바일 기기와 5G 장비 시장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기계적으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도 있다.

씨넷은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각) “두 회사가 맞대결을 피했다”면서 모바일 기기에서 갤럭시S9을 통해 존재감을 보여준 삼성전자와 별도 스마트폰 공개 없이 네트워크로 승부를 본 화웨이의 엇갈린 행보를 조명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장비 시장에서 5위권에 머물러 있다.

▲ 5G 고객 댁내 장치. 출처=화웨이

5G 괴물 화웨이

화웨이는 스마트폰부터 네트워크 장비를 비롯해 5G 전반에서 힘있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3GPP에 집중한 5G 장비를 대거 공개하며 업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12월 3GPP는 5G 주파수 대역으로 기존 LTE 주파수는 물론 3.5GHz와 28GHz 대역을 새롭게 포함시켰다. 삼성전자는 28GHz 대역 주파수 네트워크 솔루션 기술을 이미 확보했으며, 화웨이는 3.5GHz 대역에 주로 집중하는 분위기다. 나아가 화웨이는 단말기와 라우터, 셋톱박스를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은 물론 모든 유형의 기지국을 지원할 수 있는 5G 네트워크 제품까지 공개했다. 지난 1월 삼성전자와 미국 버라이즌의 5G 장비 상용화에 자극을 받은 듯, 3GPP에 집중한 5G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발표된 논스탠다드얼론(NSA)를 넘어 2020년 공표될 정식 5G 표준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각오다.

특히 화웨이 5G 고객 댁내 장치는 세계 최초로 3GPP의 5G 통신 표준을 지원한다. 실내용 및 실외용으로 구성되며, 최대 2Gbps의 초고속 다운로드 속도를 제공하고 4G와 5G 네트워크에서 모두 사용 가능하다. 3GPP 5G 고객 댁내 장치는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세계 최초의 3GPP 5G 표준 지원 상용 칩셋인 발롱 5G01(Balong 5G01)을 채택, sub-6GHz와 밀리미터파(MMW)를 포함한 모든 5G 주파수 대역과 호환이 가능하다.

화웨이는 5G 장비 개발에만 약 10년간 450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나모바일과 함께 3GPP 기술 호환 테스트를 이어가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LG유플러스와 함께 협력하고 있다. 이상철 전 LG유플러스 부회장이 화웨이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 두 회사는 AAU 장비를 통해 싱글 유저(Single User) MINO 대비 최대 3배 속도를 내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화웨이와 중국 정부의 연결성에 주목하며 화웨이 망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최근 메이트 스마트폰의 미국 시장 진출 좌절도 화웨이 네트워크 장비가 국가 안보에 심각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미국 하원의 강력한 반발 때문이다. 그러나 화웨이는 “망 사업자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신뢰”라는 입장이다. 5G를 위한 미래는 물론 실질적인 기술, 나아가 망 안정성과 신뢰를 통해 화웨이 제국을 건설하겠다는 의지다.

▲ MWC 2018 기간 화웨이 부스에 참관객들이 몰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16배 수준의 넓은 면적에 부스를 차렸다. 출처=화웨이

강력한 5G 장비 인프라를 바탕으로 일종의 플랫폼 사업까지 노리고 있다. ‘더 나은 연결(better connections)’, ‘더 나은 비즈니스 성장(better business growth)’, ‘더 나은 경험(better experience)’ 등 세 가지 경쟁력을 통해 지능형 인프라 창출에 전사적으로 나서고 있다.

23조달러를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이 나왔다. 화웨이는 더 나은 연결을 위해 데이터 파이프를 확대, 업계 전반에 걸친 디지털화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통신사들이 5G의 영향력과 클라우드-네트워크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각오다. 더 나은 비즈니스 성장을 통해 통신사들이 네트워크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통신사들이 설치한 기지국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더 나은 경험은 애자일 비즈니스와 올 올라인 전략 등이 포함된다.

켄 후(Ken Hu) 화웨이 순환 CEO는 “올해 MWC에서 화웨이가 발표하는 것 중 ‘실제 경험(real experience)’은 최첨단 기술과 서비스를 소개하는 개념이며 현재 300여 이상의 통신사 및 파트너사와 함께하고 있다. 또 화웨이는 개인, 가정과 기업을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별 솔루션을 출시하고 있으며 선도적인 제품과 솔루션에 집중할 것”이라면서 “5G와 IDN(Intent-driven Network), 오틴 디지털 운영관리 플랫폼(AUTIN digital O&M platform), 도라도18000 플래시 메모리 솔루션(Dorado18000 flash memory solutions) 등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들과 5G 슬라이싱 협회까지 창립한다. 화웨이를 중심으로 차이나모바일과 도이치텔레콤, 디지털도메일, 프라운호퍼 GE, 중국전력과학원, 텐센트, 폭스바겐AG(Volkswagen AG) 등 참여 회사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버티컬 산업의 요구사항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정의하는 과정 내 5G 네트워크 슬라이싱의 잠재적인 애플리케이션 시나리오를 다룰 예정이다.

양 차오빈(Yang Chaobin) 화웨이 5G 제품 사업부 사장은 “협회를 통해 이종산업간 협업, 모바일 산업과 버티컬 산업 간의 협력을 증진할 것이다”며 “화웨이는 함께하는 회원사와 버티컬 산업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연구하고, 5G E2E 솔루션을 개발 및 검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차세대 모바일 네트워크를 활용해 eMBB 경험을 향상한다는 목표를 이루고자 한다. 앞으로 5G네트워크는 언제, 어디서든 유비쿼터스한 모바일 연결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고 밝혔다.

▲ MWC 2018에 공개된 화웨이 메이트북 X 프로. 출처=화웨이

거침없는 화웨이..비결은 연구개발

올해 MWC 2018에서 화웨이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1전시장의 절반을 화웨이가 활용했으며 3전시장과 4전시장에도 부스를 마련해 자기들의 5G 전략을 공개했다. 화웨이가 사용한 면적만 6300㎡에 이르며, 삼성전자 부스 면적의 약 16배에 이른다.

전시 면면도 화려하다. 2인용 플라잉 택시부터 다양한 모바일 기기들이 참관객들을 맞았다. 스마트폰 시장이 혁신정체와 직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화웨이는 네트워크와 장비 중심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가다. 화웨이는 MWC 2018의 최대 스폰서이기도 하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등 MWC 2018 현장을 찾은 국내 주요 인사들도 한 목소리로 화웨이를 의식했다. 유 장관은 지난달 26일 부스를 돌며 “화웨이 등 중국의 행보가 무섭다”고 말했으며 박 사장도 기자회견에서 “화웨이 기술력이 눈길을 끌었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MWC 2018을 돌며 출입증 로고가 메인 스폰서인 화웨이인 것을 확인하고 부랴부랴 출입증 목걸이를 바꾸기도 했다.

화웨이의 저력은 네트워크 산업을 내다본 선견지명, 그리고 5G 기술을 위한 치열한 연구개발에 있다. 실제로 화웨이는 소규모 전화 교환국 장비 판매업체에서 통신사,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크 솔루션, 컨슈머 디바이스를 아우르는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연구개발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으며, 지난 2007년부터 2016년까지의 총 연구개발 투자 금액은 480억달러를 돌파했다. 2016년 한 해에만 110억달러를 투자했다.

화웨이는 현재 클라우드, 인공지능, 5G 기술 분야의 혁신을 추진해 차세대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매해 연 매출의 10%에서 15%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다가오는 5G 시대를 맞아 화웨이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