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숙박 O2O 업계의 양대산맥인 야놀자와 여기어때 사이에서 '여전한 불편함'이 감돌고 있습니다. 한 때 두 회사 대표가 만나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협력을 다짐했다는 말이 나오는 등 해빙모드가 엿보였지만, 최근 두 회사의 상황을 보면 다시 차가운 기류가 흐르는 것 같습니다.

 

두 회사는 업계 라이벌로 다년간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왔습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의 충돌이나 부동산 O2O의 다방, 직방 상표권 분쟁은 이미 일단락되거나 서로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지만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대립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치열합니다.

지난해 야놀자의 소위 댓글 조작 이슈가 불거졌을 당시, 두 회사의 신경전은 극에 달했습니다. 야놀자가 여기어때의 뉴스 콘텐츠 등에 악성댓글을 게시해 논란을 일으켰으며, 이는 경찰의 압수수색과 임직원 조사로 문제가 커졌습니다.

두 회사 모두 "상대방이 먼저 잘못했다"는 비판과 폭로전을 불사하며 강대강 대치를 보였습니다. 기자인 저는 별도의 취재를 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비위사실을 제보하는 사업자들의 자료가 알아서 쌓이는 '신묘한 일'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어때의 크롤링 이슈도 있습니다. 야놀자의 데이터베이스에 무단으로 들어와 정보를 탈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야놀자가 구축한 정보를 여기어때가 허락을 받지 않고 활용했다는 의혹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며,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관련된 검찰 수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평가는 뒤로 밀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야놀자와 여기어때 모두 '절대악'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업을 열심히 전개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고, 그 도중에 열의가 지나친 구석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부 부적절한 사건들이 있지만 여기에 대한 처벌은 달게 받고, 앞으로 두 회사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노력하면 끝입니다. 모두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보석이고 간판입니다. 둘 다 잘못한 부분이 있고, 둘 다 잘해온 부분도 있습니다.

다행히 지난해 말 두 회사 사이에 대화의 물꼬가 트였습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알지만, 두 대표가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도 나누고 의기투합하기도 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법적인 조치도 취하할 가능성까지 제기되었습니다.

▲ 야놀자와 여기어때 사이에서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일이 그렇게 끝났으면 참 좋았겠지만, 한동안 다른 취재에 매몰되었다가 최근 숙박 O2O 업계 취재를 다시 시작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반전을 봤습니다. 한 때 무르익었던 데땅트의 분위기가 사라지고 다시 '예정대로 법적 소송 진행을 밟는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자세한 내막은 차치하고 댓글 이슈에 대한 부분만 봤을때, 두 회사는 다시 포문을 열어 상대방을 조준한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고있는 야놀자 관계자는 "개인의 비위로 있었던 일부의 행동이라는 점이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 수사를 차분히 기다리는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경쟁은 시장을 풍성하게 만듭니다.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경쟁도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발전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1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받았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물론, 이제 그 이상의 수준을 바라보는 대형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제 소모적인 논쟁을 벗어버리고 미래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잘못된 것은 지적하고 처벌받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가 대승적 관점에서 처벌의 수위를 조절해 확실한 상생의 틀을 만드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두 대표의 SNS에 서로 어깨동무하고 웃는 사진을 기대해봅니다. 

[IT여담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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