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서에 특기란을 보니 ‘노래 부르기’라고 되어 있네요. 노래를 잘 한다고 써 놓았는데 한 곡 불러 볼래요??”

“예!”

“♬ 해 저문~~ ♪♩소양강에… ♭ 노을이 지면♬….”

‘소양강 처녀’라는 1970년 나와 50년이나 된 노래로 요즘 청년들은 잘 모르는 곡이다.

모의면접 경진대회를 하는 어느 전문대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갓 20을 넘긴 여학생들이 모의면접장 단상에 올라왔다. 면접관은 필자를 포함한 4명. 필자를 제외한 모두가 최근까지 대기업에서 인사과장, 인사부장으로 근무한 사람들이었다.

이 일은 그 모의면접장에서 일어난 상황이다.

면접자의 전공은 ‘네일아트(NAIL ART)’이며 몇 개월 후면 졸업을 앞둔 상황이었다. 노래 가락과 부르는 분위기가 너무 구성져 물어 보았다.

“랩이나 팝송이 어울릴 것 같은 어린 여대생에게 너무 안 어울리는 트로트를 애절하게도 부르네요. 무슨 이유라도 있나요?”

“할머니가 좋아하셔서 부르게 되었습니다. 같이 박수쳐 주시며, 제일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아니 할머니는 왜?” 면접관 전원이 궁금해 집중적으로 물어본다. 대개의 경우 할머니는 할머니이고 좋아하는 노래는 노래인 것이 요즘의 젊은이들 아닌가?

사연을 더 캐물었다.

어릴 적에 엄마 아빠가 이혼하며 엄마 밑에 있기로 했는데, 엄마도 돈 벌러 집을 나가 몇 년 동안 외할머니와 같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중학교 때부터인가 힘들어 하는 할머니를 보고 위로의 마음으로 매일 한 번 어깨 안마를 해드리며 제일 좋아하시는 이 곡을 같이 불러드리다 보니, 지금의 가락과 분위기의 음악이 나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예사롭지 않은 가락이었다.

면접관 모두가 서로 쳐다보며 약속이나 한 듯이 머리를 끄덕이며 합격 범주로 점수를 주었다. 필자의 눈에는 작은 이슬도 맺혔다. 하도 노래만큼이나 애절해서…. 이 글을 쓰며 면접 당시를 기억하는 지금도 눈물이 날 지경이다. 여학생은 그날 경진대회에서 1등을 했다. 시상하는 자리에서 학생이나 교직원도 예외 없이 축하해 주었다. 같은 또래들끼리도 충분히 공감한다는 것이 또 다른 모습이며 우리 세대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예민한 중고등학교 성장기를 부모 없이, 그것도 이혼이라는 사유로 할머니 슬하에서 성장을 했다는 최악의 상황에서 감각적으로 극복해낸 감동 스토리이기 때문이었다.

기업에서 일을 잘 하기 위한 취업준비에는 크게 두 가지 역량을 필요로 한다. 냉철한 분석과 논리성의 이성적 역량으로 갖추는 전문성과 따뜻함을 바탕으로 하는 인간에 대한 배려의 감성적 역량이다. 직업과 산업에 따라 다르게 배합된다.

준비한 전문성이라고 하는 것의 수준 차이는 다양하다. 나름대로 잘 한다고 해도 입사하면 도긴개긴이다. 오히려 입사 후에 꾸준히 연마하며 수준차가 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뽑을 때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뽑아 놓고 가르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꾸준히 하겠다는 의지, 모르고 부족한 것은 동료나 선배를 찾아가서 협조를 이끌어내는 모습에 훨씬 많은 관심을 가진다. 이때 필요한 역량이 삶에 대한 태도이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끌어내는 능력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본인의 직업이 바뀌거나 다른 산업영역으로 전직(轉職)을 할 때도 생각을 해보자. 창업을 했다고 가정을 해보자. 심지어는 새로운 세상, 예컨대 4차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한다고 생각해 보자. 누가 빠르게 상황에 적응해 가겠는가?

또 다른 측면에서 구체적인 기업 현장도 들어가 보자. 마케팅이라고 하는 고객의 마음을 사서 회사의 제품을 팔아야 하는 전쟁터에서 구사하는 전략인 마케팅. 최고의 제품을 싸게 만드는 분석적이고 이성적인 전문성 역량도 있어야 하지만 뭔지 모르는 이끌림으로 고객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사람 사이의 감성역량도 중요한 것이다. 이 둘의 적절한 조합이 취업준비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대학생들은 인간관계의 감성역량 개발은 뒷전에 두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래서 어른들이 요즘 청년들을 대상으로 “태도, 태도”, “인성, 인성” 하는 것이다. 그래야 고객의 마음을 훔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학생은 그 감성역량을 가진 것이다. 부모님이 없는, 할머니 슬하의 성장 여건이라는 역경 속에서도 할머니의 마음을 사는 방법을 키워 왔기 때문이다. 요즘 이 시대의 취업준비생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여러분도 이제 노래 몇 곡 혹은 드라마, 영화, 좋은 여행지, 좋은 맛집, 맛있는 음식 등에 비장의 무기를 가져라. 제법 다양하게 취미, 특기의 영역에서 나오는 질문이다. 그런데 가급적이면 어른들의 것을 알고 가져라. 아빠의 것으로….

여러분 또래의 것은 별도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하지 않는가? 아버지의 것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면, 그분들의 마음을 흔들 것이다. 그분들이 여러분에게 일자리의 기회를 줄 것이고, 일을 가르쳐 줄 것(본인들이 평생 몸으로 터득한 남들보다 일 잘하는 법을 포함해서)이며, 오래 버티는 법을 가르쳐 줄 것이다.

그리고, 입사 후 회식장소에서도 최고의 인기맨이 될 것이다.

오늘 밤 아빠를 모시고 노래방에 가서 좋아하는 노래 두 곡만 여쭤보고서, 외우고 공부해 보아라. 위로를 위해 한 번 불러드려도 좋을 것이다.

그러면 이런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은 흔히 말하는 직무역량일까? 아닐까?

이런 노래 부르는 특기 역량이 직무역량이 되고 안 되고는 그것을 활용하는 여러분의 손에 달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