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공정거래법 집행 체계 개선 TF(이하 TF)는 ‘민사적 제재방안’ 중 하나로 공정위가 조사 개시 자체를 하지 않거나 조사 후에 무혐의 결정을 한 사안에 대해 피해자가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도 법원을 통해 직접 자신에 대한 침해행위를 적극적으로 중단시킬 수 있는 제도인 “사인의 금지청구제도”를 마련했다. 

일반적인 형사사건과 달리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항고나 재정신청 등 무혐의 결정을 다툴 별도의 불복수단이 없는 점을 고려해 민사적인 방법을 통해서나마 피해자가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를 중단시킬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다.

물론 그 동안에도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피해자가 위반행위를 한 사업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어 왔다.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를 저지하는 것은 공정위만이 갖는 고유권한이기에 법원을 통해 ‘공정거래법 위반행위 자체’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사후적’으로나마 그 피해를 금전적으로 배상받게 된다면 피해자로서는 입은 손해를 회복할 수 있고, 간접적으로는 장래에 발생할 위반행위를 감소시키는 효과도 가질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다만, 손해배상청구만으로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항상 거론되어 온 문제점이다. 가령 공정거래법 위반행위가 너무나 강력하여 일단 한 번 행해지고 나면 경쟁사업자가 시장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경우라면, 시장에서 사라진 경쟁사업자로서는 사후적으로 금전적인 배상을 받는다 하더라도 이미 시장에서 도태되어 더 이상 시장에 재진입이 불가능해진 상태에서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실질적인 구제로서의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입법화될 것으로 보이는 “사인의 금지청구제도”는 개인이 굳이 공정위의 힘을 빌지 않아도 법원을 통해서라도 직접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사인의 금지청구제도는 미국, 독일, 일본 등 다수의 국가들이 도입하고 있는 제도로 미국의 경우는 클레이튼법에서 실제 발생된 손해가 아닌 ‘손해의 우려’만 있어도 개인이 법원을 통해 금지청구 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사인의 금지청구제도”에는 당연히 ‘남소’현상으로 말미암아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인의 금지청구제도”는 기본적으로 공정위의 처분 결과에 상관없이 누구라도 사업자 등을 상대로 소송제기가 가능하므로 기업입장에서는 상시적으로 소송을 당할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TF에서는 남소방지 차원에서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금지를 청구하는 쪽에게 상당한 담보제공을 명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포함시키기로 하였다. 또한 “사인의 금지청구제도”는 주로 공정위의 문턱을 높게 여기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에게 유용한 제도가 될 것인 만큼 하도급법, 유통업법, 가맹법, 대리점법에 우선 적용하기로 하였다. 만약 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기만 한다면, 그 동안 서민을 상대로 갑질을 해오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하청업체를 둔 대기업 등으로서는 공정위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더라도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워 심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문제는 과연 우리 법원이 어느 정도의 적극성을 가지고 이 제도를 제대로 운영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공정위를 중심으로 공정거래법을 집행해 왔고, 법원은 대체로 공정위의 처분이 옳은지 그른지 만을 판단하는 소극적인 역할만을 수행해 왔는데, “사인의 금지청구제도” 하에서의 법원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자에게 직접 금지명령을 내리는 적극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공정위조차도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한 사건에서 적극적인 조사권한이 없는 법원이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반대로 법원의 적극적인 심리와 판단으로 공정위의 무혐의 처분과 다른 판결을 내리는 사례가 많아진다면, 공정위로서도 기존의 보수적인 심사기준을 재고할 수밖에 없기에 “사인의 금지청구제도”의 성패, 더 나아가는 공정위의 궁극적인 태도 변화도 결국은 ‘법원 하기 나름’일 것이다.

▲ 조태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