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글로벌 GM은 2009년 회생에 성공하면서 ‘수익성’을 기반을 둔 사업 전략을 구상한다. 생산성과 수익성이 약한 지역에서는 철수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면서 향후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으로 생산 및 연구 개발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한국GM 관련 일련의 철수설들은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암시한다. 메리 바라 회장은 지난해 5월 아태지역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중대한 철수로서는 마지막”이라는 발언을 했음에 불구하고, 다시 한국GM에 손대고 있다. 당시 GM 경영진들은 글로벌 구조조정 속에서 한국GM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GM은 KDB산업은행이 철수를 반대할 수 있는 권한인 ‘특별결의거부권(비토권)’이 지난해 10월 말소되면서 철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한국GM은 계속 운영된다고 하더라도 최근 재무 추세를 볼 때 사업 축소 문제는 장기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한국은 기술력과 부품 공급 역량이 여전히 GM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연구개발(R&D) 및 생산기지로써 운영 가능성도 존재한다.

꾸준한 매출 감소와 영업이익 적자… 부채비율 8만5000%

한국GM은 최근 3년간 매출 감소와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GM의 매출액은 2003년 약 4조원에서 2016년 약 12조원으로 3배가량 증가했지만, 2012년에 15조원에서 2016년 12조원으로 3조원가량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영업기간 14년 동안 누적해서 2340억원 흑자이지만, 최근 3년간 1조2000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이 급격히 감소한 최근 3년간 매출원가율은 90%를 웃돌아왔다.

2016년 기준 한국GM의 자본총계는 87억원이고 부채는 7조4000억원으로 부채비율(총부채/자본총계)이 8만5000%에 달했다. 한국GM의 부채는 2003년부터 꾸준히 증가해서 2016년 현재 총자산의 99%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에 부채가 많으면 상환부담이 크고 재무구조가 나쁘다고 볼 수 있다. 부채비율은 200% 미만이 정상적인 수치다.

신용평가회사는 한국GM에 대해서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한국기업데이터(Kreport)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GM은 현재시점에서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현금흐름 창출능력이 거의 없거나 총차입금 대비 현금흐름 창출액이 매우 적어 현금지급능력이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한국GM의 유동비율은 2003년 이후 꾸준히 낮아졌다. 유동비율은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할 부채에 대한 지급능력을 말한다. 기업의 부채 지급능력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로서 높을수록 양호하다고 평가된다.

한국GM이 당장에 심각한 경영상의 위기에 빠지지 않는 이유는 주차입처가 GM 관계사인 GM홀딩스이기 때문이다. 한국GM은 전체 차입금의 70%인 2조1290억원을 GM홀딩스에 2018년까지 갚아야 한다.

한국GM과 현대자동차의 매출 및 영업이익을 비교하면, 2016년 기준으로 한국GM의 영업이익률은 -4%이고 현대자동차는 6%다. 매출원가율은 한국GM이 93%로서 현대자동차의 76%보다 상당히 높다. 반면 매출액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GM이 현대자동차보다 낮다.

국내 한 회계사는 “한국GM의 재무상황을 볼 때 영업이익이 적자인 이유는 과도한 매출원가 때문”이라면서 “높은 매출원가율이 영업이익 손실을 크게 발생시켰다. 인건비로 인한 손실기여도는 크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GM은 인건비 등 비용 절감을 위해 간부급 인력 감축을 검토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전무급 임원을 35%, 상무와 팀장급을 20%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한국GM의 팀장급 이상 인원은 약 500명, 임원급은 100여명이다.

비용 관련 대책으로는 단체협약 개정 사항으로 명절 복지포인트 지급 삭제, 통근버스 운행 노선 및 이용료 조정, 학자금 지급 제한(최대 2자녀), 중식 유상 제공 등 복리후생을 대거 축소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앞서 한국GM은 임원을 포함한 팀장급 약 500명에게 일방적으로 ‘올해 임금 동결’ 사실을 통보한 바 있다. 이들은 노조원이 아니기 때문에 임금 조정 과정에 합의나 동의가 필요 없다. 이 간부급 구조조정 계획은 사측이 노조에 희망퇴직과 임단협을 통한 인건비 절감을 요구하는 가운데, 비노조원인 간부급도 ‘고통 분담’에 동참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국GM 근로자의 노력에 불구하고 지속생산 물량 축소로 고용 미래는 불투명하다. GM 글로벌 문제를 연구해온 황현일 사회학 박사는 “한국지엠 노조가 처한 상황에서 문제의 핵심은 GM의 철수 여부가 아니라, 지속적인 생산 물량 축소로 고용의 미래가 매우 불안정하다는 것”이라면서 “이와 더불어 노조가 GM 경영에 개입할 수단과 정보가 극히 부족하여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초국적 기업의 자회사가 가지게 되는 근본적인 제약인데,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내의 이해관계자들과의 공동의 대응을 모색한다”면서 “쉽지는 않겠지만 국외 GM 자회사들과 협력 및 교류를 지속해 나가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출 감소 원인은 ‘G2’에 집중한 결과… “GM, 더이상 글로벌 기업 아냐”

재무상황을 양호하게 만들기 위해서 자동차 및 부품 판매량이 증가해야 하지만 현재는 감소하는 추세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GM의 글로벌 구조조정으로 인하여 수출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GM의 판매실적은 2012년을 기점으로 하락추세를 보인다. 한국GM은 총판매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90%로서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다. 최근 5년간 실적을 보면 내수는 증가하는 데 반해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수출 감소는 2016년까지 중국과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중남미의 수출 물량 감소 영향이 컸다. 한국GM의 수출량 변화를 보면 2012년 유럽 완성차 수출 비중은 10%에서 12%까지 증가한다. 그러나 수출량은 20만대에서 13만대로 줄어들며 33%가 감소한다. 같은 기간 중국은 반조립제품 수출량이 34만대에서 11만대로 67%나 줄어든다. 비중도 18%에서 11%로 축소된다.

러시아와 우즈벡도 수출 비중이 완성차 6%에서 1%로, 반조립제품이 18%에서 8%로 줄어드는 동안 수출량 감소율은 완성차가 95% 줄었고 반조립제품은 76% 낮아졌다. 중남미도 완성차 수출량은 85% 감소하고 반조립제품도 75%나 하락한다.

이러한 수출 감소세는 2017년 3월 유럽GM인 오펠과 GM의 영국 계열사인 복스홀이 프랑스 푸조·시트로앵(PSA) 그룹에 매각되면서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같은 기간 북미지역 완성차 판매 비중은 97%로 급격하게 높아진다. 북미지역 완성차 수출 비중은 5%에서 17%로 오른다. 반조립제품 수출비중도 17%에서 24%까지 상승한다.

위한종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소속 경영학 박사는 “이러한 변화는 GM이 G2(미국·중국)에 시장을 집중하려는 경향에서 나타난 결과”면서 “이들 지역에서 고용창출과 자국 내 생산이라는 우호적 인식을 바탕으로 시장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자동차 전문 평가기관 켈리 블루북(Kelley Blue Book)의 애널리스트 레베카 린드랜드(Rebecca Lindland)는 외신 언론과 인터뷰에서 “GM이 수익성을 고려해 G2에 집중한 사업재편을 보면 GM은 더 이상 글로벌 기업이 아니다”라며 지적하기도 했다.

▲ 자료=각 연도 한국GM 사업보고서

2009년 이후 변화한 한국GM

한국GM의 이러한 재무형태는 2009년 뉴GM 출범 전후를 기점으로 변화한다. 2005년 GM은 ‘홈룸(Homeroom)’ 전략을 수립하고 미국과 호주, 독일, 한국 등 4개의 글로벌 플랫폼 개발 기지를 선정했다. 한국GM은 대우자동차시절부터 누적된 소형차 개발능력을 인정받아 GM의 소형차 플랫폼 개발 기지 역할을 맡았다. 이에 2003년부터 2009년까지 한국GM의 영업이익은 총판매량 증가에 동조하는 경향을 보인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설립된 뉴GM은 홈룸 전략을 폐기하고 수익성 위주의 새로운 사업 전략을 설계한다. 2010년 GM 회장에 선임된 대니얼 애커슨(Daniel Akerson)은 기존 8개 브랜드의 절반인 4개 브랜드와 14개 공장을 폐쇄하고, 판매점의 40%를 축소하면서 2만여명을 해고한다. 금융위기 여파로 인하여 유가가 상승하고 실질임금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중·소형차 판매를 강화하게 된다.

이때 GM본사의 중·소형차 판매 강화전략에 따라 한국GM의 자동차반조립제품(KD) 수출도 급격히 증가한다. 그러나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보인다. 2007년 한국GM의 반조립제품 수출은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0%였다. 영업이익률은 3.8%다. 반조립 제품 수출은 2008년에 57%, 2009년 65%에서 2012년 61%가 된다. 반면 영업이익률은 2008년 2.4%에서 2009년 1.6%, 2012년 -2.1%로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반조립제품 수출 증가가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감소하는 상반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GM은 개발도상국에 자동차 수출을 위해 반조립제품 생산량을 늘린다.

업계에서는 미국GM의 관계사들이 한국GM으로부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을 매입하고, 여기에 마진을 10~15%가량 더 붙여 판매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이러한 관측이 사실이라면 한국GM에서 더 싸게 조달하면 할수록 미국GM 관계사의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한국GM이 취해야 할 생산마진은 되도록 최소화해 원가를 낮춰 미국 관계사들이 매입해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기로 GM이 위기에 몰리자 이런 거래는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위한종 박사는 “한국GM의 한국시장 생산물량 축소, 재무건전성 악화, 구조조정 등은 GM의 글로벌 시장전략의 하나로 진행되어 온 출구전략으로 이해된다”면서 “다국적 기업에서의 글로벌 사업구조조정은 최소 5년 이상, 길게는 10년을 내다보는 중장기 경영계획이다. 시장 진출과 퇴출, 거점이동 등의 전략을 수립하고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행한다. 이러한 특성을 비춰볼 때 GM은 한국시장에서의 사업철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인위적 부실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렇게 유추가 가능한 이유는 GM이 인위적으로 물량조정을 하기 이전까지 한국GM 사업성과은 우수했다는 점이다. 즉 현재의 한국GM 부실은 한국 시장과 생산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GM의 전략적 선택에 따른 외생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위 박사는 “인위적 부실화는 전체적인 생산물량 축소와 함께 한국에서 생산된 완성차 및 KD를 해외에 소재한 자사 판매법인이나 최종 완성차 공장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국내 생산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납품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위 박사는 “이 과정에서 GM은 한국에서 생산된 완성차와 반조립제품을 해외 소재에 자사 판매 법인이나 최종 완성차 공장에 국내 생산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납품하는 방식을 채택했다”라면서 “이렇게 되면 한국GM의 매출과 이익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대 주주인 GM은 해 될 게 없다. 결국 GM은 글로벌 측면에서 성공적인 사업전략을 펼치는 셈이며, 단지 피해는 2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GM 근로자들에게만 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GM의 수익성을 중심으로 한 사업 전략은 경영진 내부에서 판단하고 실행에 옮긴다. 한국GM에서 재무관련 업무를 맡았던 A씨는 “재무 업무를 맡아왔음에 불구하고 실질적인 자금 흐름과 집행 전망은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면서 “모든 시스템과 과정들은 고위 임원들의 경영 판단 하에 진행되며, 거의 모든 것들이 사내 전산망에서조차 비밀로 감춰진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한국GM 회생자금 지원에 대해 “GM의 경영진을 제외한 누구도 회사 재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본 투입은 옳은 해결책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중 있는 한국GM과 근로자

휘청이는 한국GM은 우리나라에서 꽤 비중 있는 회사다. 한국GM은 자동차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200만대 이상의 생산이 가능한 완성차 업체다. 2016년 기준으로 한국GM은 국내에서 18만대, 수출물량 107만대를 팔아서 국내 자동차산업 내수 판매량의 11%, 수출물량의 32%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판매량의 4분의 1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이어서 3위의 기업이다.

국내 부품업체로부터 수요 비중도 높다. 2016년을 기준으로 한국GM에 납품하는 부품업체는 318개다. 전체 부품업체 858개 중에서 37%를 차지하고 있다. 납품총액은 5조2200억원으로 전체부품업체 납품액의 11%나 차지한다.

자동차 산업은 산업연관효과가 높은 특성을 가진다. 이를 볼 때 2016년 한국GM은 매출액 12조를 기준으로 국민경제에서 생산유발효과 30조원, 부가가치유발효과 8조2900억원에 달한다. 취업자 10만명의 효과를 발생시켰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산업연관표에 의하면, 2014년 기준으로 자동차산업에서 수요가 1단위 늘어나면 국민경제에서 2.525만큼의 생산유발효과가 발생한다. 부가가치는 0.689, 취업은 8.6(10억원 당 8.6명)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GM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우조선해양과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다. 한국은행 산업연관표 기준을 근거해 재무를 분석하면 대우조선해양과 한국GM의 매출액은 1조원가량 차이가 난다. 한국GM의 국민경제에 대한 생산유발효과는 대우조선해양보다 4조원 크다. 취업자는 1만명을 더 발생시킨다. 2014년 기준 한국은행 산업연관표 기준으로 선박업종의 생산유발계수는 2.373이다. 부가가치유발계수는 0.575다. 취업유발계수는 8.2(10억원당 8.2명)다.

한국GM 규모만큼 근로자 기술력도 으뜸이다. 업계에서는 한국GM의 전기자동차 개발 능력과 자율주행 기술개발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이러한 면에서 GM이 한국GM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GM 내부 관계자는 “글로벌 GM이 보유한 기술은 3개의 거점인 북미와 호주, 한국 등에서 기술개발 실적을 쌓아 올린 결과”라면서 “어떠한 자동차 도면을 받는다면 이 차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생산과정에서 수정이 들어간다. 한국GM에서는 도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그간 기술력을 투입하고 보완된 도면을 GM 디트로이트 본사에 제공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물론 도면 자체는 GM 본사가 보유하고 있으나, 생산과정에서 차를 조립하는 실질적 기술력은 한국GM 근로자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GM 공장을 기반으로 한 근로자 조립기술력도 뛰어나다. 정주교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한국GM 공장은 어떠한 도면을 가지고 와도 자동차 플랫폼의 일정 부분만 교정한다면 생산 가능한 상태”라면서 “완성차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 미국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GM 본사인 'GM 르네상스 센터'. 사진=위키커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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