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26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통신의 축제 MWC 2018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다른 듯 비슷한 스마트폰 전략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하드웨어 폼팩터의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지며 사용자 기능 고도화를 노리기 위한 각자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9은 하드웨어, 디자인 측면에서 전작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인공지능 빅스비 2.0 탑재가 하반기 갤럭시노트9으로 결정된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기술은 카메라다.

삼성전자 IM부문장 고동진 사장은 "의미 있는 혁신은 언제나 사람에게서 시작되었고 발전되어 왔다”면서 “갤럭시 S9는 비주얼로 메시지와 감정을 공유하는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최적화된 사용 경험을 제공하고, 모든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갤럭시S9은 초당 960개 프레임을 촬영하는 초고속 카메라(슈퍼 슬로우 모션) 기능을 탑재했다. 이는 기존 일반 촬영과 비교해 32배 빠른 것으로 약 0.2초 정도의 움직임을 약 6초 정도로 보여준다. 후면 카메라는 1200만 화소 슈퍼 스피드 듀얼 픽셀 이미지 센서를 탑재해 전작 대비 저조도 환경에서의 이미지 품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 가장 밝은 F 1.5 렌즈와 F 2.4 렌즈의 듀얼 조리개(Dual Aperture)를 탑재해 사람의 눈과 같이 주변 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최적의 사용 조건으로 촬영할 수 있게 해준다.

▲ 갤럭시S9 증강현실 이모지 시연에서 관람객이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증강현실 이모지도 카메라 기술 발전의 연장선에 있다. 일각에서는 RCS 기술 발전과 연동될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RCS는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 주도로 내놓은 표준 메시지 플랫폼이며 삼성전자는 2016년 뉴넷 캐나다를 인수하며 RCS에 관심을 두고있다. 모바일 메신저 기업에게 메시징 주도권을 빼앗긴 통신사와 협력해 삼성전자가 증강현실 이모지를 RCS와 연결한다면 의미있는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고동진 사장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MWC 2018에서 논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9을 통해 카메라에 집중했다면 LG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LG V30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LG V30S를 들고 나왔다. 황정환 부사장은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LG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신뢰를 빠른 시간 내 완전히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고객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본질에 집중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오디오(Audio), 배터리(Battery), 카메라(Camera), 디스플레이(Display)의 ‘ABCD’로 대표되는 핵심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데 중점을 두며 공감형 인공지능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LG V30S의 비밀무기는 공감형 인공지능의 연결이다.

비전 AI는 듀얼 카메라, 저왜곡 광각, 글래스 소재의 크리스탈 클리어 렌즈(Crystal Clear Lens) 등 기존 카메라 기술에 대폭 적용된다. 카메라로 사물을 비추면 자동으로 인식해 최적의 촬영 모드를 추천해주는 기능을 새롭게 선보이며 이미지 분석 전문 업체와 손잡고 사진 데이터를 1억 장 이상 분석해 1000여개의 분석 알고리즘도 개발했다.

▲ LG V30S의 비전AI가 구동되고 있다. 출처=LG전자

음성 AI 기술은 음성 인터페이스 기술 강화에 방점이 찍혔다. 구글 어시스턴트에서 LG만의 편의 기능을 음성으로 명령하면 실행해주는 음성 명령어를 23개에서 32개로 크게 늘린다.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는 LG전자의 카메라 기능을 음성으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9과 LG전자의 LG V30S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갤럭시S9은 올해 상반기 정식으로 출시될 새로운 스마트폰이지만 LG V30S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버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드웨어 폼팩터 경쟁이 베젤리스 이후 폴더블로 넘어가기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측면에서의 변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갤럭시S9의 카메라 기능 강화는 LG전자가 줄곧 강조하던 스마트폰의 멀티 미디어 기능 강화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결국 두 회사는 스마트폰 출시 주기나 패턴 등이 달라졌지만 지향하는 방향은 동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하반기 갤럭시노트9에 빅스비 2.0을 탑재하면 LG전자가 LG V30S에 연결한 공감형 인공지능 패러다임도 완성되기 때문이다. 단기 성과에서는 폼팩터의 변화가 거의 없지만 모든 하드웨어 스펙이 올라간 갤럭시S9이 유리할 전망이다. 그러나 두 회사는 소프트웨어 전략에서는 폐쇄형과 개방형 차이만 존재하며, 사실상 동일한 길을 걷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