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의 팀쿡 CEO가 지난 해 12월 중국 우전(Wuzhen, 烏鎭)에서 열렸던 월드 인터넷 컨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다음 달 중국개발포럼의 공동 의장을 맡는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애플의 팀 쿡 CEO는 다음 달 중국 정부의 쇼케이스 글로벌 비즈니스 포럼 공동 의장을 맡는다. 애플을 비롯한 여러 회사들이 사이버 보안에 대한 중국 정부의 새로운 요구에 맞서 밀고 당기는 가운데 그의 이번 역할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3월에 열리는 중국개발포럼(China Development Forum)을 주도하게 될 팀 쿡 CEO는 지난 1년 남짓 기간 동안 중국에서 벌어지는 행사에 다섯 번이나 참가했다. 중국개발포럼은 웬만해서는 접근하기 까다로운 중국 정부 고위직을 만날 수 있는 자리여서 세계 비즈니스 엘리트들이 자주 찾는 행사다.

더구나 이번 행사는 애플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는 데다 중국정부가 애플의 운영에 대한 새로운 요구 조건을 제시하는 등 애플로서는 여러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 열리는 행사다. 애플은 이번 주 그 동안 중국이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고객 아이클라우드(iCloud) 데이터를 중국 본토의 서버로 이전한다. 이렇게 되면 애플은 중국 정부의 간섭에 더욱 취약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국에 양보하는 회사가 애플만은 아니지만,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켈로그 경영대학원 마케팅 교수 팀 콜킨스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애플의 선택이 까다롭게 됐다고 지적했다.

“오랫동안 애플은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를 모토로 삼아온 기업입니다. 그런데 이제, 적어도 중국에서는 ‘너무 다르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 명확해 졌습니다.”

쿡 CEO는, 인터넷 제한을 우회할 수 있는 약 700개의 앱을 삭제하겠다는 결정을 포함해, 중국에서 애플이 취한 조치들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비록 회사가 동의하지 않는 것일지라도 회사는 전 세계 정부들과 우호적 관계를 설정해야 합니다. 방관적인 입장에서는 아무 것도 변화시킬 수 없으니까요.”

▲ 출처= slideshare.net

서구 기업들은 막대한 소비자 시장에 대한 접근의 대가로, 컨텐츠를 검열하고 국영 중국 기업과 합작 제조회사를 설립하는 것 등 중국의 권위주의 정부에 양보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스탠포드 대학 후버 연구소(Hoover Institution)의 마이클 오슬린 연구원은 애플이 중국에서 취한 입장은 중국과 서구 비즈니스 시스템이 유사하다는 잘못된 인상을 조장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 IT 기업들은 본래 중국의 권위주의와는 반대로 정보가 공개적으로 공유되는 환경에서 성공했기 때문에, 애플과 같은 기업들의 본성과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은 본질적으로 중국 체제에 대한 파괴적인 파트너가 아니라 건설적인 파트너가 된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중국과 서구의 시스템은 전혀 비슷하지 않지요.”

중국의 많은 애플 사용자가 불만을 제기하지는 않지만, 일부 사용자는 중국과 다른 나라들과의 표준이 다른 것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이징 애플 스토어에서 아이폰을 구입한 한 고객은 애플이 최근 중국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에 동의함으로써 회사 이미지가 나빠졌다고 말했다.

애플에게 있어, 중국은 시장으로서 뿐 아니라 제조 센터로서도 중요하다. 아이폰과 기타 제품 대부분이 현지 파트너를 통해 중국에서 조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애플과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와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캐널리스(Canalys)에 따르면, 애플은 2015년에는 시장 점유율 13%로 중국에서 3위를 차지했지만, 2017년에는 점유율 9%로 5위로 떨어졌다.

게다가 2016년에 애플은 아이북(iBooks)과 영화 서비스 아이튠즈(iTunes)를 폐쇄해야 했다.

애플은 지난 해에도 스마트폰에 중국 친화적인 기능을 추가하고 중국에서의 업무를 총괄하는 새자리에 중국 태생 임원을 새로 지명하는 등 중국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여러가지 조치를 취했다.

쿡 CEO는 3월에 포드 자동차의 CEO였던 마크 필즈, 캐터필라(Caterpillar)의 더그 오버헬먼 전 회장과 함께 중국개발포럼의 공동 의장을 맡는다.

포럼을 주관하는 국영 중국개발연구재단은 26일, 보잉(Boeing Co.)의 데니스 뮬렌버그 CEO, 블랙록(BlackRock Inc.)의 래리 핑크 CEO,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의 엠마 왐슬리 CEO, 억만 장자 투자자 피터 티엘 등 수 십 명의 기업들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럼의 중국측 의장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관례적으로 중국 국무원 개발연구센터 장관이 맡아왔다.

▲ 출처= Wccftech

지난 2011년 고(故) 스티브 잡스의 후임으로 애플을 이끌어 온 팀 쿡 CEO는 최근 들어 중국에 높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그는 2012년에 중국을 한 차례 방문했고 2013-15년에 해 마다 두 차례 방문했다. 2016년 이후에도 매년 최소한 세 차례의 출장을 다녔다.

쿡 CEO는 지난 해 3월에도 중국개발포럼에 참석해 세계화에 관해 연설했다. 10월에는 베이징의 칭화대학교 경제경영대학원의 자문 이사회에 참석해 시진핑 국가 주석을 만났다.

12월에는 우전(Wuzhen, 烏鎭)에서 중국 정부의 사이버 검열 부서가 주최하는 월드 인터넷 컨퍼런스에서 연설했다. 쿡 CEO의 참가는 미국의 보수적인 중국 비평가들의 공격을 촉발시켰지만, 중국 국가 언론은 ‘각국의 법률을 준수할 필요성’을 강조한 그의 발언에 박수를 보냈다.

중국 인민일보는 지난 1월 사설에 이렇게 썼다.

"규칙에 따라 경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 만이 기업 경쟁 게임에서 승리 할 수 있다. 애플의 팀 쿡 CEO도 이제 그것을 이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