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글로벌 금리인상기를 맞아 세계 각국이 기준금리 인상 채비에 나선 가운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임기 내 마지막 금통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금리 역전’의 리스크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145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내일(27일) 열리는 금통위는 이 총재의 임기 내 마지막 통화정책회의다. 다음 금통위는 한 달을 건너뛴 4월에 있기 때문에 3월말로 임기가 끝나는 이 총재가 연임에 실패한다면 금리 결정의 향방은 차기 총재에게로 넘어가게 된다. 현재 청와대는 한은 내외부 인사를 대상으로 적임자를 선정한 뒤 1차 검증을 마치고 2차 검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이나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신임 총재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지난 2014년 4월 취임한 이 총재는 취임 직후인 8월을 시작으로 3년간 다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거푸 인하했다. 2014년 8월 세월호 사태로 얼어붙은 경기 부양을 위해 2.25%로 인하했으나 이듬해 터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다시 기준금리는 2.00%까지 조정됐다. 2015년에는 대우조선해양 등 대규모 해운∙조선업 구조조정 사태가 맞물렸다. 결국 같은해 3월 1.75%에서 6월 1.50%로, 이듬해 6월 1.25%까지 기준금리는 낮아져갔다.

'이주열 4년'...가계부채 사상최대 책임서 자유로운가 

같은 기간 낮은 금리를 등에 업고 가계부채는 가파르게 증가했다. 2014년 1085조3000억원이었던 가계부채는 2015년 1203조1000억원, 2016년 1342조5000억원으로 매년 크게 늘어났다. 증가 속도도 갈수록 빨라져 2015년과 2016년은 매년 전년보다 10%대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해 가계부채는 1450조9000억원으로 증가율은 8.1%로 소폭 줄었으나 여전히 연간 100조원 이상의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이 총재는 가계부채 급증세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특히 일각에서 박근혜 정부가 기치로 내걸었던 “빚 내서 집 사기”에 한은이 일조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한은의 독립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져갔다.

지난해 10월 열린 한은의 국정감사장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 총재는 박 정부 사람이냐, 문 정부 사람이냐”면서 “한은의 독립성이 보장돼있다면 왜 정부 정책을 따라 금리를 인하하기만 했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글로벌 금리 인상기 오는데…깊어지는 한은의 고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세계는 이제 ‘긴축’을 위한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지난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올리며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주요 투자은행은 올해 최소 세 차례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FOMC에서 대다수 위원들은 점진적인 금리인상이 적절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긍정 평가했다. 경제 성장이 추세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고 노동시장 역시 강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목표치인 2%를 밑돌았던 물가상승률에 대해서도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여건이 보인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유럽과 일본 등도 금리 인상 채비에 나서고 있다. 유럽 중앙은행(ECB)은 지난해 10월 통화정책회의에서 향후 1년간 채권 매입 규모를 줄여 점진적인 긴축에 나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운영 중인 일본 중앙은행(BOJ)은 올해 한 차례 이상 금리를 올릴 것을 시사하고 있다. 세계적인 긴축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은이 금리 인상 잰걸음을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3.1%를 달성한 경제성장률이 올해 들어 꺾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가계부채 역시 한국 경제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 전문가 10명 중 9명은 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26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채권시장 전문가 200명 중 93%는 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현 수준인 1.50%로 동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금통위를 앞둔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전원이 금리 동결을 예상한 것과 비교하면 만장일치는 아니었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이 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과 국내 경기회복의 불확실성 등으로 2월 기준금리는 동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계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면 소비 심리가 얼어붙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책과 기준금리 인상이 맞물리게 되면 부동산 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확률이 높다. 건설투자 부문의 침체로 경제성장과 고용 창출의 감소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보고서를 통해 “금리 인상기에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 한계 가구의 상환 부담이 급격하게 커질 수 있다”면서 “내수를 중심으로 우리 경제 성장세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