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인 케빈 하셋이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인터뷰하면서 ‘대통령경제보고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출처= 워싱턴포스트(WP)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 경제 성장의 주요 역할은 더 많은 물질적 재화의 축적이 아니다. 과거의 어느 역사적 기준에서 보더라도 오늘날의 가난한 사람들이 과거보다는 훨씬 부유하다. 경제 성장은 단순한 부의 축적보다는 더 미묘한 역할을 한다. 경제 성장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앞서 가고 있으며 자신들의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또 우리를 함께 묶어주는 사회적 접착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우리를 분열시키는 인종, 계급, 종교, 민족 및 지리적 영향에 어느 정도 대응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제 성장이 더 이상 이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경제가 수백만 명의 미국인을 좌절시키는 장기간의 침체에 들어섰다면 어떻게 될까? 더 이상 접착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경제 불평등이 확대되면서 바로 이러한 질문들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연간 경제보고서와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의 학술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이런 토론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문서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비판론자들 간의 경제적 논쟁의 틀을 제공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CEA 의장을 지낸 하버드 대학교의 경제학자 제이슨 퍼먼은 미국의 뉴스 웹사이트인 복스(Vox)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경제 예측은 내가 본 중에서 가장 터무니 없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진영의 경제학자들은 향후 10 년간 매년 3% 성장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퍼먼이나 다른 경제학자들은 약 2% 내외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 차이는 엄청나다.

이 논쟁을 이해하려면 아래 표를 보아야 한다. 경제 성장은 노동력 증가(근로자 수)와 근로자 생산성(효율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로 나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을 합치면 전체적인 경제 성장률을 얻을 수 있다.

이 숫자들은 역사를 반영한다. 2차 세계 대전(1950-1973) 이후 처음 몇 십 년 동안 노동력과 생산성은 급속히 증가했다. 많은 여성들이 유급 직업에 대거 참여하기 시작했다. 제트 항공기, 합성 섬유, 항생제, 에어컨 등 많은 새로운 기술 발전도 있었다. 이 시기의 경제 성장률은 연평균 4%였다.

그러나 최근(2008-2016)의 상황을 보면, 노동력과 생산성 증가 모두 둔화되어 전체 성장률은 1.4%로 감소했다. 이 모든 수치를 제공한 의회 예산국이 예상한 향후 10년간의 전망은 평균 1.8%의 경제 성장율이다.

이러한 추세를 보면 퍼먼 같은 비평가들의 말을 쉽게 일축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노동력 성장 둔화는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반영된 것이다. 그들 중 일부가 퇴직을 연기하더라도 노동력 성장 둔화가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생산성 저하의 원인은 미스테리이지만 기술에서부터 경영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을 반영하기 때문에 쉽게 개선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퍼먼은 성장이 두 배로 늘어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트럼프의 3% 경제성장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퍼먼의 계산 논리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CEA 의장인 케빈 하셋이 바로 이를 반박했다. 그는 뉴스 브리핑에서 최근의 법인세 감면으로 기업들이 신기술에 투자하여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규제 완화 정책이 각종 규제를 철폐하면서 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것이다. 이 모든 가능한 이익들을 합하면 “향후 10년 동안 매년 3% 성장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시간이 논쟁을 해결할 것이다. 현재까지의 증거는 트럼프 비평가들에게 유리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러나 보장할 수는 없다. 진실은 경제학자들이 생산성 변화 예측은 좋든 나쁘든 거의 맞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예기치 않은 원인에 의해 생산성이 놀라울 정도로 상승한다면, 트럼프와 그의 경제학자들이 옳을 수도 있다.

물론, 그런 놀라움은 반대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트럼프의 예산 프로젝트를 보면 수 년간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 오래 동안 휴면 상태에 있던 인플레이션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신호도 감지된다. 연준은 금리를 서서히 인상할 것이다. 경제 위협은 항상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한다.

우리는 국가의 정치적, 사회적 기후를 형성하는 데 있어 경제가 큰 역할을 담당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경제적 성장의 속도를 올릴 수 없다면, 우리는 더 논쟁이 심해지고 정치적으로 긴장된 미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국가의 소득 성장이 둔화되면 성장의 열매를 따 먹기 위해 미국인들 간에(부유층과 빈민층, 젊은 층과 노인, 도시와 주, 기업과 정부)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또한 경제 성장이 국가의 다른 갈등과 불만을 완화시키는 효과도 놓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