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가는 달러가 더 붕괴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헤지 펀드와 투기성 투자자들은 달러 회복에 약 80억 달러를 걸고 있고 유로화 강세에 190억 달러를 걸고 있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달러 추락에 당황한 분석가들과 투자자들은 과거의 미국 통화 약세 기간을 면밀히 조사하며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에 대한 단서를 찾고 있다.

미국 달러는 올들어 WSJ 달러 지수가 2% 하락한 것을 포함해, 2016년 말에 비해 주요 통화 대비 11% 하락했다. 이런 달러 약세가 미 연준의 계속된 금리 인상으로 미국 채권이 독일 채권 같은 유사 증권보다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달러 강세를 예상했던 월가의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채권 수익률의 격차는 일반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의 국채가 자본을 끌어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달러가 강해지는 가장 강력한 결정 요인 중 하나다.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였던 시기에 달러가 급등했던 지난 2011년 이후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수익률 격차는 통화 가치를 끌어 올림으로써 수익률이 높은 통화에 유리하게 작용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 23일 미국의 10년 만기 채권이 2.87%의 수익률을 보인 반면, 독일 국채는 0.66%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두 수익률 간의 차이는, 2017년 초 이후 가장 크게 벌어지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달러가 최근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다른 통화에 비해 여전히 비싸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있는가 하면, 유럽과 일본, 신흥 시장의 경제 성장이 미국보다 더 높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이전의 달러 약세 시기와 유사하다고 지적하면서, 다만 과거에는 여러 가지 경제적, 정치적 및 시장 역학을 이런 현상 또는 그 반대의 현상에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를 그렇게 철저하게 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강조한다.

이유야 어찌됐든, 투자자들이 달러 붕괴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ommodity Futures Trading Commission)의 자료에 따르면, 헤지 펀드와 기타 투기성 투자자들은 달러 강세에 약 80억 달러의 돈을 걸고 있는 반면 유로화 강세에 190억 달러의 돈을 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즈호 은행(Mizuho Bank)의 외환 전략가 사이린 하라즐리는 "사람들은 달러가 왜 그렇게 빨리 상승하고 있는 미국 채권 수익률의 덕을 보지 못하고 있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며 "나는 그것이 미국의 예산 적자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런던의 경제연구 컨설팅 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분석가들은 "현재의 달러하락은 연준이 금리를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통화 가치가 크게 떨어졌던 2000년 중반을 연상케 한다"고 말하면서, 현재의 원인은 아마도 미국 정부 예산의 적자와 미국 무역수지 적자가 더 확대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의 무역 적자 증가는 달러 하락세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1970년대 미국의 무역이 흑자에서 적자로 바뀌면서 달러는 급격히 하락했고, 동시에 금 본위제의 붕괴와 10년 간 지속된 인플레이션과의 전투로 이어졌었다.

1980년대에는 7년 간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다시 미국의 무역 적자에 대한 우려를 불러 일으켰고, 이것이 유럽·일본과의 무역 균형을 깨뜨리기 시작했다. 1985년 미국, 일본, 서독, 프랑스, 영국 정부는 미국 통화를 약화시키기 위해 플라자 협약(Plaza Accord)에 서명하기도 했다.

달러 하락에는 이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최근 몇 년 간의 달러 강세로 인해 미국산 제품의 해외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다국적 기업의 이익에 타격을 주었다. 달러 강세는 또 신흥국들의 달러 부채 상환을 더 어렵게 만듦으로써 신흥 시장 경제를 위협할 수도 있다.

헷갈리는 증거

달러 가치는 종종 금리 차이로 인해 상승하고 하락하지만, 그 관계가 깨지면서 과거의 달러 하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의 애널리스트들은 연구 보고서에서 "달러 가치의 하락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활성화시켜, 대차 대조표를 강화하고 통화 부조화(currency mismatches)를 완화함으로써 글로벌 유동성을 높여 주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한다.

뉴욕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벤 스타일 국제경제 담당 이사는 이번 달러 약세를 과거의 약세장과 비교하는 것은 거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시기 별로 각각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달러 가치와 금리와의 연동성이 낮아졌지만, 그는 여전히 높은 미국 금리가 올해 달러의 주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시장은 지난 10~15년 동안 상대적 금리 차이에 극도로 민감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외의 모든 다른 요인은 다를 게 없지요. 미국의 금리 상승이 올해 달러 입장에서 좋은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