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취임 후 가는 곳마다 파격적인 발언으로 세간에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마침내 서슬 퍼런 개혁의 칼을 꺼내들었다.

지난 2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 8월부터 추진해 온 ‘공정거래법 집행 체계 개선 TF(이하 TF)’ 논의 결과를 최종보고서 형태로 발표하면서, 작년 11월에 중간보고서로 이미 발표된 5대 과제를 포함한 11대 과제의 결론을 향후 공정위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공정위는 앞으로 관련 법안이 발의되는 경우에는 국회 심의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공정위 의견을 제시하는 한편, 필요한 경우에는 올해안에 정부입법안으로 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38년 만에 전면 개정되는 공정거래법안에도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이번 TF의 추진은 한마디로 ‘균형 잡히고 실효성 있는 공정거래법 집행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평소 소신이 반영된 결과다.

즉, 지금의 공정거래법 집행수단은 시정명령, 과징금 등 행정적 수단에 치중되어 있어, 갑질을 일삼는 대기업에게 실질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는 형사상 고발이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등의 집행수단은 유명무실한 상태이기에 실효성 있는 집행수단 마련을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른 나라의 입법 예를 살펴보면, 미국은 집단소송제, 징벌배상제, 증거개시제도 등 민사적 수단을 이용하여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의 94% 이상을 처리하고 있으며, EU나 일본 역시 행정적 조치 중심의 집행에서 민사적 수단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의 경우도 현 집행체계로는 불공정행위를 실질적으로 근절하기 어렵고 국민의 신속한 피해구제에도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다른 나라들의 선례를 참조해 이번 TF를 구상하게 된 것이다.

▲ ‘공정거래위원회 법집행체계 개선 TF 최종보고서 발표’ 공식자료(2018. 2. 23.자) 출처=공정위

이번 TF 최종보고서 발표로 공정거래법과 관련한 ‘절차법’적인 밑그림을 그린 김상조 호(號)는 내달 초부터는 개정 공정거래법의 주요 내용이 될 ‘실체법’상의 포석을 깔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해당 위원회는 ① 대기업의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편법적 경영권 승계, 일감몰아주기 등을 강력히 제재하는 방안 ② 대·중소기업간 공정한 거래기반을 마련하기 위하여 대형 유통업체 4대 불공정행위(상품대금 부당감액, 부당반품, 납품업체 종업원 부당사용, 보복행위) 및 프랜차이즈 업계에서의 갑질 문제를 해소할 방안 ③ 혁신경쟁을 촉진하기 위하여 정보통신기술(ICT), 헬스케어 등 4차 산업혁명을 기반한 신성장 산업을 발굴·개선하는 방안 등을 주로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문재인 정부 2년차를 맞이하며 개혁의 선봉에 선 김상조 호(號)는 개혁 아젠다가 절반 정도만 수면 위로 드러난 상태에서 과연 끝까지 개혁을 이끌고 나갈 수 있을 것인가?

또한 이번 TF가 내어놓은 ‘절차법’과 관련한 결과물은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을 고려해 보았을 때 공정위가 지향하는 목표에 부합하는 해결책인가? 다음 회부터는 공정위의 구체적인 개혁안을 담고 있는 TF 최종보고서를 바탕으로 이번 TF가 집중적으로 논의한 ‘법집행체계 개선’과 관련한 11대 과제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분석해 보기로 한다.

▲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