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똑같은 반값도 마트마다 가격이 다르니 권장소비자가격이 궁금하죠”

▲ 서울시 동작구 슈퍼마켓에서 아이스크림을 50% 할인 판매하고 있다. 출처=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A슈퍼에서 만난 김소연씨(35세)의 말이다. 마트의 50% 또는 80%의 파격적인 할인 문구가 소비자의 발길을 잡는 건 맞다. 그러나 제각각인 아이스크림 가격은 소비자의 가격에 대한 불신과 브랜드 신뢰를 떨어뜨리며 빙과업체의 수익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에 빙과업계는 가격 경쟁력이 아닌 제품력으로 국내 아이스크림 브랜드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업계는 ‘가격 정찰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매점 매출 기준 빙과시장 규모는 2012년 1조9723억원에서 2014년 1조7699억원 2015년 1조4996억원, 2016년 1조596억원으로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반면 편의점을 중심으로 고가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수입 아이스크림 '하겐다즈'는 국내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 하겐다즈 매출은 2009년 199억원에서 지난해 508억원으로 10년만에 2배 넘게 늘었다. 2010년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해 지난해 9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국내 빙과업체 빙그레는 올해 2월부터 아이스크림 가격 정찰제를 시행하겠다고 지난해 12월 밝혔다. 빙그레에서 판매하는 투게더 아이스크림 소매가격이 유통업체의 가격경쟁으로 4000원에서 7000원까지 큰 차이를 보여 소비자들이 가격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브랜드 신뢰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제품력과 브랜드력 제고에 중점을 두고 반값 아이스크림 시장을 정상화 시키겠다는 의지다.

현재 빙그레는 30여개 빙과류 제품 중 10개 제품에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하고 있고 롯데제과는 20여개의 빙과류 제품 중 13개 제품에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하고 있다. 해태제과도 가격정찰제 확대를 통해 할인율 개선과 수익성이 낮은 제품군의 판가 정상화를 통해 이익 개선할 계획이다. 빙과업계는 소비자들의 가격 혼란을 막기 위해 순차적으로 가격정찰제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아이스크림 가격정찰제가 안착하고 빙과업체들이 브랜드력을 높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지난 2016년 8월 8일부터 정찰제가 시행됐지만 소매점의 반발이 커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녹기 쉬운 아이스크림의 특성상 대형마트보다는 집 근처 동네에서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아 가격을 주도하는 판매 채널이 동네슈퍼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 동작구의 A슈퍼를 직접 방문해보니 30여개의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었다. 빙그레 15개, 롯데제과 7개, 해태제과 5개 제품이 있었다. 빙그레 아이스크림은 15개 제품 중 메로나, 비비빅, 요맘때 등 10개의 제품에 가격이 표기돼 있었다. 롯데제과와 해태제과는 각각 7개, 5개 제품 모두 가격이 표기돼 있지 않았다.

가격정찰제를 시행한지 일년 반이 돼가지만 마트에서 권장소비자가격이 표기된 제품은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A슈퍼 관계자는 “많지는 않지만 가끔씩 아이스크림 권장소비자가격을 물어보는 손님들이 있긴 하다”면서 “주변 다른 소매점들도 모두 할인행사를 하기 때문에 소매점 입장에서는 할인행사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이 슈퍼를 찾은 소비자 10명 중 5명은 “권장소비자가격이 적혀 있으면 더 신뢰가 가는 건 사실이다” 고 말했다. 이들은 “가격정찰제로 가격이 더 비싸지는거 아니냐”는 우려를 갖는 소비자 또한 5명으로 의견이 양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