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방남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비롯한 북측 고위급 대표단이 25일 오후 평창에 도착했다. 북측 고위급 대표단은 이날 오후 7시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폐회식에 참석한다. 폐회식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을 비롯한 미국 정부 대표단도 참석한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의 중재로 북미 접촉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김영철 등 북고위급 평창 도착...북미접촉 주목

김 부위원장 일행은 이날 오후 4시 11분께 KTX를 타고 평창 진부역에 도착해 출구로 나와 검은색 승용차와 승합차 등 차량 여러 대를 나눠 타고 역을 빠져나갔다. 김 부위원장이 이끄는 북측 고위급 대표단은 이날 오전 경의선 육로로 방남해 숙소인 서울 워커힐 호텔에 들렀다가 경기 남양주 덕소역에서 KTX를 타고 평창으로 왔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2박 3일 간 남한에 머물 예정이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단장인 김 부위원장, 단원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수행원 6명 등 모두 8명이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이날 오전 9시 49분쯤 군사분계선(MDL)을 건너 남측으로 이동한 뒤 9시 53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했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의 영접을 받으며 입경 수속을 밟은 북한 대표단은 남측이 준비한 차량을 타고 10시 15분 CIQ를 출발했다. 김 부위원장은 방남 소감과 천안함에 대한 생각, 방남 기간 남측과 나눌 이야기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CIQ를 빠져나갔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날 김영철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에 거세게 반발했다. 한국당은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16시간 넘도록 김 부위원장의 방남 경로로 예상된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남단에서 밤샘 농성을 벌이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당은 김 부위원장이 통일대교를 피해 통일대교 동쪽의 전진교를 통해 방남했다는 소식을 듣고 "군 작전도로를 주적에 공개했다"며 '이적행위'라고며 정부를 몰아붙였다. 국방부는 작전도로가 아닌 일반 지방도라고 해명했다.

홍지만 대변인도 논평에서 "우리는 청와대에서 이뤄질 김영철과의 밀실 담합을 거부한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천안함에 대한 분명한 입장과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과 없이는 그 자리에서 이뤄질 어떤 합의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통일부 “긴 호흡으로 남북관계 개선 노력”

통일부는 이날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참가 관련 종합 설명 자료’를 내고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남북대화를 지속하는 데 중점을 두고 향후 남북관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남북관계의 추가 개선을 위해서는 북미대화 등 비핵화 과정에서의 진전이 필요하다며 남북관계 진전과 한반도 비핵화의 선순환 구도를 형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이날 설명자료에서 "긴 호흡으로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하겠다"면서 "특사 답방, 고위급 및 군사 등 분야별 대화를 이어가며 남북 간 시급한 현안을 협의하고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북한의 문재인 대통령 방북 요청과 관련해 "차분하게 여건을 조성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남북교류를 단계적으로 복원하고 확대를 모색하겠다면서 우선 내달 9일 시작되는 동계패럴림픽의 북한 참가를 착실하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 등 민족 동질성 회복사업과 보건의료·산림·종교·체육·문화 분야의 민간·지자체 남북교류를 활성화하며, 이산가족·납북자·국군포로·억류자 문제와 북한 취약계층 삶의 질 개선 등 인도적 문제의 실질적 진전에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북미대화와 관련해 통일부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주도적으로 역할을 하고 북미대화 진입을 지원·견인하면서 필요시 주선·중재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설명했다.통일부는 아직까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공식적 입장변화는 없지만 북미 모두 대화 자체에는 긍정 입장을 표명하는 등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에 진전 가능성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성장 “대결 지속과 한반도 안정 중 어느 게 국익 부합하나”

자유한국당이 김 부위원장의 육로 이동 경로인 경기도 포천 통일대교 남단을 점거해 물리력 행사에 나서자 더불어민주당이 국제적 망신이라고 비난하는 등 김 부위원장의 방남을 놓고 여야가 충돌했다.

▲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민간 씽크탱크인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의 대남정책 총책임자의 방남을 막고 ‘핵을 가진 북한’과 대결을 지속하는 것과 국제사회의 초고강도 대북 제재로 인해 남한과의 타협을 원하는 북한을 잘 설득해 한반도 안정을 가져오는 것 중 어느 것이 한국의 국가이익에 더 부합하는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냉정하고도 지혜로운 판단을 바란다”며 야당권 의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했다.

정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이날 오후 낸 논평에서 “김일성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한국전쟁을 일으켜 100만 명이 넘는 사상자를 가져온 김일성과도 1994년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려 했다”면서 “김정일이 115명의 사망자를 초래한 1987년 KAL기 테러를 주도했다는 것은 김현희의 증언을 통해서도 확인이 되지만 그런 김정일을 평양에서 만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이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었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46명의 희생자를 초래한 천안함 폭침보다 대한민국에 더 막대한 피해와 고통을 준 김일성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만나려 했던 것과 KAL기 테러를 주도한 김정일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만났던 것은 한반도에서 불행했던 과거의 경험이 반복되는 것을 막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젅제하고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이 현재 북한의 대남정책 최고 책임자인 김영철을 만나려고 하는 것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므로 문 대통령이 김영철을 만나면 더 이상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주장은 '내가 하면 로맨스고 다른 사람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잣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 실장은 러시아혁명을 성공시킨 레닌은 공산주의 운동에서 혁명 활동에는 어떠한 타협도 있을 수 없다고 하는 좌익적 편향을 ‘좌익소아병’이라고 비난했는데 북한과의 관계에서 일체의 타협을 거부하는 경향은 반대로 ‘우익소아병’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 실장은 “북한이 천안함을 폭침시킨 것이 맞는다면 당시 이명박 정부는 아무리 미국이 반대하더라도 북한에 대해 상응하는 군사 보복을 가했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그럴 용기도 없고 북한과 대화도 할 줄 모르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당시 일부 청년들은 ‘싸울 줄도 연애할 줄도 모른다’고 비판했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