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헐리웃의 영향력 있는 영화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이 지난 30년 동안 다수의 여배우들을 성희롱한 것에 대해 미국 여배우들이 SNS에 ‘나도 피해자’라는 의미의 #MeToo 태그와 함께 피해 사실을 밝힌 것에서 ‘미투 운동’은 시작됐다. 이에 많은 여성들은 사회에 만연한 성 차별의 뿌리를 뽑기 위해 성희롱을 당한 기억을 다시 떠올림으로 오는 수치스러움을 감수하면서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그들은 자기를 성희롱한 대상의 실명을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여검사가 법조계 남성들에게 성희롱을 당한 피해 고백으로 미투 운동이 시작됐다. 이 여파는 문학계, 공연계 그리고 연예계까지 이어졌고 유명 인물들의 이름이 SNS를 통해 공개되면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지인 중에도 미투 운동의 확산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가 있다. 어느 날 SNS에서 우연히 그 지인이 작성한 미투 운동 관련 게시물에 한 남성이 단 댓글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댓글의 내용인 즉, “성희롱을 당하는 상황에서 ‘불쾌감’이나 ‘거절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피해자들의 가치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나름 논리가 있는 것처럼 꾸며진 말에 동조할 이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최근 상황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으면서도  ‘남성 우월주의’에 입각한 주장이었다.

최근 미투 운동으로 폭로된 성희롱 피해 사례들은 공통점이 있다. 사회에서 평가하는 지위의 ‘높음’을 이용해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은’ 이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것이다.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의 인생이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이유로, 혹은 특정 분야에 대한 경험이 앞선 선배라는 이유로 상대를 농락하고 폭력을 가했다.  피해자들의 입지를 고려할 때 가해자들의 성희롱 행위를 거절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에서 나온 치졸한 행동이다. 가해자들이 가진 ‘권력’은 피해자들이 감히 거스를 수 없는 벽과 같은 것이다.

피해자들이 ‘불쾌감을 밝히거나 거절하기 힘든 사회의 부조리한 구조’를 교묘하게 악용한 이들 앞에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억울함과 치욕을 가치관 탓으로 돌린 그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댓글을 달았을까. 

‘미투 운동’은 사람들의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성적인 내용의 텍스트가 아니다. 사회 약자들에게 불합리하게 적용되는 부조리를 고쳐 나가기 위한 저항운동이다.  이 같은 저항으로 사회는 차차 진일보한다고 믿는다.  

나라를 뒤흔든 국정 농단의 흑막을 들춘 것은 ‘입시 부정’이라는 부조리에 대한 여대생들의 저항으로 시작됐다. 그들이 저항이 없었다면 국정농단 세력은 아직도 자기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며 온갖 호사를 누렸을 것이다.  미투 운동도 이와 같다.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고백과 저항은 우리 다음 세대들이 더 좋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밑거름이다. 이들에게힘을 보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