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로 칩이 3-D가 됨에 따라 성능, 전력 소비, 용량에서 획기적인 발전 가져왔다.     출처= HotHardwar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장치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 부품에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얇고 평평한 마이크로 칩을 팬케이크처럼 쌓는 것이다.

칩 설계자는, 이제 길이와 너비가 아닌 깊이에 대해 연구하며, 성능, 전력 소비 및 용량에서 예기치 못한 다양한 세부 기술을 발견한다.

이 기술이 없었다면 애플 워치(Apple Watch)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삼성의 최첨단 반도체 메모리, 엔비디아와 구글의 인공 지능 시스템, 또는 소니의 차세대 초고속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이 3-D 적층 기술을 도시 계획으로 생각해 보자. 이 기술이 없었다면, 마이크로칩을 회로 기판에 평면으로 하나씩 깔아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능 요소가 생기면 한 없이 계속 칩을 더 멀리까지 깔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칩을 쌓을 수 있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을 보다 근접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실리콘 도시 같은 풍경이 생겼다.

요점은 간단한 물리학이다. 전자가 구리선을 통해 먼 거리를 여행하면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고 열이 발생하며 대역폭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칩 설계 회사인 ARM의 미래 실리콘 기술 담당 이사인 그레그 예릭은 칩을 쌓기 시작하면서 보다 효율적이고 열이 덜 발생하며 더 짧아진 상호 연결 거리를 빛의 속도로 통신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3-D 마이크로칩의 기본 원리는 간단하지만 그걸 만드는 것은 결코 그렇지 않다. 1960년대에 처음 제안된 이 기술은, 군사 하드웨어와 같은 최첨단 용도에만 산발적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AMD, 인텔, 애플, 삼성, 엔비디아(NVIDIA) 등 대부분의 주요 칩 제조업체나 자일링스(Xilinx) 같은 소규모 전문 기업들이 칩 적층 기술을 도입한 것은 불과 5년 내외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고 마이크로칩 리서치 회사인 테크인사이트(TechInsights)의 딕슨 워렌 애널리스트는 말한다. 무엇이 바뀌었느냐고? 엔지니어들은 마이크로칩에서 더 많은 성능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들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적층 칩은 종종 다른 집적(集積) 칩 "패키지"의 일부이다. 적층 칩을 만드는 회사는 공간을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제조 공정이 다른 여러 가지 칩을 만든 다음 글자 그대로 모두 함께 합칠 수 있는 것이다. "3-D 시스템 패키지"(3-D system in package) 방법은, 휴대 전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휴대 전화의 모든 다른 부품이 하나의 실리콘 위에 새겨지는(etched) "시스템 온 칩”(system  on chip) 방식과 대조된다.

▲ 최근 개발된 가장 첨단 기술의 3-D 칩 패키지가 애플 워치에 전력을 공급한다.       출처: IFIXIT

애플 워치도 최근 개발된 가장 첨단 기술의 3-D 칩 패키지가 전력을 공급한다고 딕슨 워렌 애널리스트는 말한다. 30개의 서로 다른 칩이 플라스틱 봉투 안에 밀폐되어 있는데, 공간을 절약하기 위해 논리 회로 위에 메모리 칩이 적층되어 있다. 칩 적층 기술이 없이는 애플 워치가 그렇게 컴팩트할 수 없다.

그러나 애플의 칩이 2층 밖에 되지 않는 반면, 삼성은 고층의 실리콘을 만들어 냈다. 전화기, 카메라, 랩톱 등에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 사용되는 삼성전자의 V-NAND 플래시 메모리는 64개의 칩을 켜켜이 쌓았다. 삼성은 최근 앞으로 96층까지 쌓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메모리가 칩 설계자들을 오래 동안 괴롭혀 온 문제, 즉 아이패드(iPad)에서 슈퍼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무엇에든 코어를 추가하면, 논리 회로와 기능 수행에 필요한 메모리 사이의 통신 지연 때문에 원하는 속도로 전환할 수 없었던 문제를 해결해 주자, 칩 적층 기술은 메모리에 자연스럽게 적용되기 시작했다. 칩 위에 메모리를 바르게 고정시키면 둘 사이에 더 많은 짧은 연결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 부사장 브라이언 켈러는 이것이 바로 인공 지능을 위해 제작된 볼타 마이크로 프로세서가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런 칩들이 고대역폭 메모리를 GPU 위에 최대 8층으로 직접 쌓아 올림으로써 프로세스 효율의 기록을 깨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켈러 부사장은 시스템에 책정된 전력량을 언급하며 전력이 제한되어 있다고 말한다. 시스템에 투입되는 전력과 시스템이 생성하는 열 모두 전력을 잡아 먹기 때문이다. 

“메모리 시스템에서 가져올 수 있는 모든 전력을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 인공 지능을 위해 제작된 엔비디아의 볼타(Volta) 마이크로 프로세서는 GPU에 최대 8층의 고대역폭 메모리칩을 쌓아 만들어졌다.      출처= techspot.com

그러나 칩 적층은 완전히 새로운 용량을 가능하게 해 준다. 일부 전화기 카메라에는 이미지를 처리하는 칩 위에 직접 이미지 센서를 올려 놓았다.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이미지의 다중 노출을 잡아서 그것을 함께 융합시켜 어두운 장면에서도 더 많은 빛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니의 프로토타입 카메라는 2층이 아닌 3층으로 칩을 쌓아 한 층 더 발전시켰다. 이미지 센서, 메모리, 로직 회로를 3층으로 초당 1000 프레임까지 찍을 수 있다. 이로 인해 빛이 센서에 닿으면, 그 데이터가 메모리에 직접 저장돼 실시간으로 처리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기능은 빛이 적은 곳에서 더 나은 시야를 확보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초 슬로우모션 비디오나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단일 프레임에 포착하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3-D 적층 마이크로 칩을 더 많은 장치에 적용하는 데에는 아직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ARM의 예릭은 3-D 마이크로 칩이 너무 새롭고, 단순히 배치시키는데 사용되는 설계 도구도 아직 충분히 발전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현재 평면 칩에 사용되는 단순한 설계 도구가 널리 보급 될 때까지는, 적층 칩은 그런 최고의 엔지니어링 인재를 보유한 회사만의 영역이 될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제조사들이 칩을 물리적으로 위로 겹쳐 쌓아 그것을 신뢰할 수 있을 만큼 연결하는 기술에 관해 아직 배우고 있는 단계라는 것이다. 이것은 제조 공정으로부터 사용할 수 있는 칩이 나올 가능성이 적어 생산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딕슨 워렌 애널리스트는 3-D 칩의 확산이 매우 빨라 3-D 칩이 시장을 모두 장악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10년 전에 이 기술은 거의 대학 실험실에서만 국한되어 있었다. 시간이 경과한 5~6년 전에도 상업적인 예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네트워킹이나 고성능 컴퓨터 같은 곳에 적용되면서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나 애플 워치 같은 첨단 웨어러블 제품이 등장하게 되었다. IT기기 분해 전문 사이트인 아이픽스잇(iFixit)의 카일 윈스 CEO는 아이폰X의 두뇌에도 칩 적층 기술이 사용됐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결국 3-D 칩 기술로, 훨씬 더 큰 장치 만한 용량의 웨어러블 제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고, 모든 센서를 다 가동시킨 상태에서도 며칠 동안 작동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언젠가 시계가 혈당을 검사 할 수 있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입니다."

칩을 평면에서 3차원으로 쌓는 기술은 이제 시작 단계다. 적층 칩은 전기가 아닌 빛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것이다. 미래에 회로 기판을 유사 이래 볼 수 없었던 처리 능력을 보이는 백열 크리스털로 교체하게 되면, 칩도 실리콘 대신 아마도 합성 다이아몬드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마치 슈퍼맨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