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네럴모터스(GM) 로고. 사진=야후픽처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GM은 2009년 뉴GM(New General Motors) 출범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 자회사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많은 공장이 사업 축소와 폐쇄가 동반됐다. GM의 공장 폐쇄 방식으로 유명한 것은 향후 생산 물량 할당을 놓고 공장간 경쟁을 시킨 후 이 경쟁에서 패배한 공장을 폐쇄하는 것이다. 경쟁에 패배하면 공장을 폐쇄할 수 있다는 압박도 한다. 이 방식은 1990년대부터 유럽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활용된다. 유럽 공장들은 1990년대부터 최근 오펠이 푸조·시트로엥그룹(PSA)에 매각되기 전까지 GM의 투자를 받고 공장 폐쇄를 피하기 위해 갖은 해법을 동원하나, 결국 GM의 사업 전략에 시달린다.

벨기에 앤트워프 공장 폐쇄
‘유럽 노조의 목줄을 잡고 흔든 GM’

벨기에 앤트워프 공장은 1980년대에 1만2000명까지 고용하면서 연간 40만대를 생산하는 공장이었지만, GM의 계속된 구조조정으로 2009년에 근로자가 2600명까지 줄어든다. 폐쇄 당시 시에는 아스트라와 아스트라 트윈탑(쿠페) 모델을 생산했다. GM은 고용 감축을 시도하다가 2010년 10월 최종폐쇄를 발표, 같은 해 12월 문을 닫아버린다.

이러한 고용 감축 과정에서 GM 유럽 경영진들은 신차 배정을 해준다며 GM 유럽 자회사 간 경쟁을 끝없이 유도해왔다. GM은 1997년 유럽공장 경쟁을 위해 차세대 벡스트라 생산지를 놓고 유럽 공장 간 생산 능력 경쟁을 부추긴다. 생산지로 거론된 공장들은 독일 뤼셀하임 공장, 영국 루턴 공장, 그리고 벨기에 앤트워프 공장이었다. 이때 GM은 앤트워프 공장 가동을 유지하는 대신 다른 공장에 신차배정을 하는 조건으로 특별한 ‘양보’를 요구한다. 신차 투입을 놓고 공장 간 경쟁을 시키면서 개별 자회사 노조들에게 신차 배정 양보를 요구하는 것이다.

GM 유럽 경영진은 당시 경쟁에서 뒤쳐진 앤트워프 공장 근로자 7800명 중 1900명을 축소해야 한다고 발표했고, 이후 노사 교섭을 통해 노조는 고용 축소를 막아 냈다. 그런데 노조가 방어한 고용 축소는 ‘강제적인’ 방식의 정리해고를 의미했다. GM의 축소 방식은 ‘자발적인’인 퇴사로 인한 고용 감축이 주요했다. GM은 앤트워프 공장에서 ‘강제적인’ 정리해고를 실시하지 않는 대신, 조기 퇴직과 사내 하도급화와 같은 방식으로 상당수의 인원을 감축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1997년 교섭 라운드가 끝났을 때, 앤트워프 공장에는 1600명의 인원이 줄어들었다.

▲ GM 벨기에 앤트워프(Antwerp) 공장. 사진=야후픽처

벨기에 공장은 2001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GM 유럽 자회사 간 경쟁 압력을 받게 된다. 당시 GM은 1~2개 공장 폐쇄가 불가피하다며 유럽 사업장을 죄었다. 이때는 유럽 GM 노조는 ‘유럽종업원평의회’를 구성, 전 유럽 차원에서 GM에 대응해 구조조정을 막아냈다. 앤트워프 공장 역시 살아남는다.

그러나 2005년 다시 위기를 맞는다. GM 경영진은 델타 플랫폼 차량에 해당하는 차세대 GM 아스트라와 자피라의 생산 입지를 자회사의 공개 입찰을 통해 선정한다고 발표한다. GM은 유럽 6개 델타 플랫폼 생산기지 중 입찰받은 세 곳만 생존하게 될 것이라고 경쟁에 불을 지핀다. 이때 쉐보레 크루즈의 플랫폼인 델타를 생산하는 공장들은 ‘델타 플랫폼 그룹’이란 조합을 형성하여 모든 델타 플랫폼 공장들이 생존하는 방식으로 생산 분배를 유도했다. 조합은 공장 간 상생을 위해 상호 정보를 공유하고, 경영진에 대한 공동 요구안을 마련하며, 각 공장 생산 현황과 시스템을 정기적으로 점검하자고 GM에 제안했다.

GM은 이런 대응에도 불구하고 2007년 앤트워프 공장에 델타 플랫폼을 배정않기로 결정한다. 앤트워프 노조는 즉각 파업에 들어갔고, 유럽의 다른 노조들은 연대 행동을 취했다. 노사는 일주일 후 교섭이 타결되는데, 주요 내용은 앤트워프 공장에 최소 2개의 차세대 신차종을 배치한다는 것이다. 한국GM과 상황이 비슷하다. 하지만 2개의 신차 생산 규모는 앤트워프 공장의 생산능력 25만대의 절반 수준인 12만대였다. 이 마저도 반대한다면 공장 폐쇄에 직면할 수 밖에 없었다. 노조는 조합원 투표에 이를 부친 결과 찬성률 50.39%로 통과되고 파업은 마무리된다.

2009년에 앤트워프 공장은 또다시 폐쇄 대상에 오른다. 2009년 GM이 파산하면서 유럽에서는 GM 유럽 사업 부문을 자동차 부품 기업 마그나(Magna)에 매각하려고 협상 중이었는데, 이때 앤트워프 공장은 폐쇄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러다 갑작스레 GM이 회생하면서 매각 철회 결정을 내리게 되었지만, 앤트워프 공장의 전망이 안정화된 것은 아니었다. 매각 철회 이후 바로 다음 해인 2010년에 GM 유럽 경영진은 앤트워프 공장 폐쇄를 발표한다. 그리고 이 결정으로 앤트워프 공장은 완전히 폐쇄한다.

GM은 이러한 앤트워프 공장 폐쇄 방식을 GM독일 보훔 공장에도 대입한다. 보훔 공장 역시 앤트워프 공장과 비슷한 과정으로 폐쇄에 이른다. 독일 보훔 공장은 앤트워프 공장과 함께 GM 유럽의 공장 중 빈번하게 폐쇄 대상에 오른 사업장이다. 보훔 공장은 1962년에 지어졌는데, 1980년대 이후 지속해서 구조조정 압력을 받다가 2014년 공식 폐쇄된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는 처음 있었던 완성차 조립 공장 폐쇄였다.

▲ GM 러시아 생 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 공장 전경. 사진=야후픽처

러시아 생 페테르부르크 공장 폐쇄
협상은 폐쇄를 위한 ‘립서비스?’

GM은 2001년 러시아 자동차기업 아브토VAZ(AvtoVAZ)와 50대50의 합작을 체결을 발표한다. 러시아 톨리아티 공장에서 쉐보레 니바(Niva)를 생산하기 위해서다. 2004년에는 오펠 아스트라에 기반을 둔 쉐보레 비바(Viva)를 생산하였으나 5000대라는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 생산 중단한다. 이후 2006년 러시아 국유기업인 로소본엑스포트(Rosboronexport)가 아브토VAZ를 인수하면서, 합작의 두 당사자 사이에는 문제가 발생하고 엔진과 부품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2008년 GM은 완전 자회사 형태로 생 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새로 연다. 여기서 GM은 오펠 아스트라와 쉐보레 크루즈(델타 플랫폼)를 생산한다. 2012년 GM은 러시아 생 페테르부르크 공장의 생산규모 확장을 발표한다. 10만대 생산 능력을 2015년까지 23만대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1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도 발표했다. 고용 인원은 2500명이었는데 이 계획으로 인해 GM은 4500명까지 증원을 예상했다.

당시 GM 최고경영자(CEO)였던 댄 애커슨은 “GM은 러시아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것이다. 러시아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시장의 하나로, 이번 우리의 계획은 파는 곳에서 생산한다는 우리의 전략 일부이기도 하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GM은 2015년 3월 18일 불현듯 러시아 공장 생산중단을 선언한다. 시장 쇠락이 문제였다. 특히 오펠 브랜드의 판매 성과가 저조했다. 2008년 GM 러시아에서 오펠 브랜드는 9만9000대나 팔리며 러시아 진출 이후 최대 성과를 내지만, 2014년이 되면서 6만5000대로 급감하게 된다. GM의 생산 중단 결정은 2015년 3월에 이뤄졌지만, 이후 3개월 반 동안 부분조립생산(SKD) 작업을 지속하였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6월 30일을 기점으로 중단됐다. 이 기간에 538명의 직원이 일시 해고됐다.

GM의 이러한 갑작스러운 변심은 지난해 10월 폐쇄한 GM 호주법인 ‘홀덴’에서도 나타난다. GM은 호주에서 “우리는 여기에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삽입된 TV 광고까지 방영하며 잔류 의지를 표명했지만, 호주 주정부의 지원금이 중단되자 미련 없이 짐을 쌌다. 폐쇄 직전까지 홀덴이 받은 지원금은 15억7000만달러에 이른다.

한국GM의 쇠락, 예상된 시나리오?

이러한 GM의 구조조정 사례로 인해 자동차 업계에서는 GM의 군산공장 폐쇄가 향후 한국시장에서의 전면 철수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는 크루즈와 올란도뿐 아니라 부평공장에서 만드는 말리부, 창원공장에서 생산하는 스파크 등 다른 차종들도 최근 판매량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앞선 글로벌 구조조정 과정을 비춰보면 GM이 이번 군산공장 폐쇄 이후, 창원과 부평 공장 중 가동률이 떨어지는 곳이 나타나면 추가 폐쇄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한국GM 사태가 미리 예견된 시나리오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GM 관련 구조조정 자문의견서를 작성한 바 있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위한종 경영학박사는 “다국적기업에서의 글로벌 사업구조조정은 최소 5년 이상, 길게는 10년을 내다보는 중장기 경영계획에 따라 이루어진다. 시장 진출 또는 퇴출과 거점이동 등의 전략을 수립하여 두고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따른다”면서 “이러한 일반적 특성에 비춰 볼 때, 한국GM에서 발생하고 있는 한국시장 생산물량 축소, 재무건전성 악화, 구조조정 등 일련의 사안들은 GM의 한국시장 진출 때부터 계획했던 '생산지 판매 원칙' 전략의 일환이다. 한국GM 설립부터 설계되온 GM의 출구전략으로 해석 가능하다”고 말했다.

2014년 메리 바라 GM 회장은 사업 전략으로 ‘생산지 판매 원칙’을 선언했다. 이는 양질의 생산기반을 갖춘 국가에 거점을 두고 글로벌 수출기지화해 생산 능력이 부족한 신흥시장에 물량을 맡게 한 후, 신흥시장의 소비와 생산 기반이 갖춰지면 상황에 따라 국가로 거점을 이전하고 생산과 소비시장을 일치시키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비용 효율성과 마케팅 효과 증대를 꾀할 수 있다.

위 박사는 “최근 수년간의 한국GM 재무건전성 악화는 한국시장에서의 사업철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시행된 ‘인위적 부실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이것이 유추 가능한 이유는 GM이 인위적으로 물량조정을 하기 이전까지는 한국GM의 사업성과가 매우 우수했다는 점이다. 즉, 현재 한국GM 부실은 한국 시장과 생산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GM의 전략적 선택에 따른 외생적 요인에 의한 것이다. GM은 해외 시장에서도 한국GM과 비슷한 운영 방식을 고수했다”고 설명했다.

위 박사는 “이 과정에서 GM은 한국에서 생산된 완성차와 반조립제품을 해외 소재에 자사 판매 법인이나 최종 완성차 공장에 국내 생산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납품하는 방식을 채택했다”라면서 “이렇게 되면 한국GM의 매출과 이익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대 주주인 GM은 해볼 게 없다. 한국에서 본 손실은 해외 시장에서 마진 폭 증가로 보충되며, 오히려 해당 국가에서 고용창출과 자국 내 생산이라는 우호적 인식을 바탕으로 시장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결국 GM은 글로벌 측면에서 성공적인 사업전략을 펼치는 셈이며, 단지 피해는 2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GM 근로자들에게만 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