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Quicken Loan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자금이 풍부한 스타트업들이 현금에 쪼들리는 주택 소유자들에게 이색적인 제안을 내 놓았다. 집을 공동으로 소유하자는 것이다.

몇몇 스타트업들(이들 중에는 안드레센 호로위츠나 마크 저커버그 자선단체 같은 실리콘 밸리의 유명 인사들로부터 투자를 받은 회사들도 있다)은 주택의 원소유주와 함께 공동으로 주택을 소유하는 새로운 상품을 실험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지분공유 계약(shared-equity contracts)이라고 하는 이 계약은, 투자자들에게 미국 전역의 주택 가격 상승을 이용하는 새로운 투자 방법을 제공해 주고 있다.

지분공유 상품은 집을 새로 사기 위해 계약금이 필요한 사람들이나, 현재 모기지 리파이낸싱(신용등급이 낮은 주택보유자들이 저금리로 갈아타는 제도)이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있는 주택 소유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 지분공유 상품이 대형 모기지 금융회사인 프레디맥 (Freddie Mac)의 관심을 사로 잡았다. 프레디 맥이 최근 유니슨 어그리먼트(Unison Agreement Corp.)라는 부동산 회사가 계약금을 제공해 준 부동산의 대출을 인수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 경우 주택 구매자는, 주택의 미래 가격 상승을 담보로 계약금의 일부에 해당하는 돈을 받는다. 이런 회사들은 은행의 낮은 계약금 대출보다 더 좋은 대안을 제공하고 있다며 자신들을 홍보한다. 고객들에게 높은 이자의 담보 대출을 받지 않고도 집을 구매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랜디드(Landed Inc.)라는 회사는 교사나 기타 교육자들에게 주택 구매를 위한 계약금을 제공한다. 지난 해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가 공동 설립한 자선재단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Chan Zuckerberg Initiative)는 랜디드에 5백만 달러(54억원)를 기부해 새 기금을 조성했다.

마이클 니즈니코브 박사는 자신의 모기지 대출 기관인 개런티드 레이트(Guaranteed Rate Inc.)로부터 유니슨의 지분공유 상품에 가입했다. 그는 서던 코네티컷 주립 대학교(Southern Connecticut State University)의 심리학과 직책을 맡기 위해 이사하면서, 이 상품을 이용해 계약금 20%의 절반을 조달했다.

올해 46세인 니즈니코브 박사는 처음에는 자기 집의 소유권을 공유한다는 아이디어가 다소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를 설득한 한 마디는 “집값이 떨어지면 유니슨이 손실을 분담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안심이 되었지요. 끔찍한 일은 생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계약 기간은 몇 년에서부터 30년까지 다양하다. 기간이 끝나기 전에 집 주인이 집을 팔면 일찍 상환할 수도 있다. 그런 회사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는지는 집의 가치가 어떻게 변하는가에 달려 있다. 기본적으로 차입이 아니고 소유 지분을 나누는 것이기 때문에 매월 돈을 갚을 필요도 없다.

예를 들어, 유니슨의 고객은 가격이 50만 달러인 집을 살 때 10만 달러의 계약금 중 5만 달러를 지원 받는다. 나중에 집이 60만 달러에 팔리면 고객은 집값 상승분 10만달러중에서 65%를 차지하고 유니슨 (Unison) 측은 상승분 10만 달러의 35%를 계약금중 5만달러를 제공한 대가로 수익을 챙기게 된다.(모기지는 40만 달러 수준에서 변동이 없다).

만약 주택 가격이 하락한다면 손실 부담을 어떻게 될까. 유니슨은 손실의 전액이 아니라 일부만 분담한다. 집이 40만 달러에 팔렸다고 가정해 보자. 40만 달러의 모기지를 갚고 나면 집주인의 지분 5만 달러는 사라진다. 유니슨은 손실의 35%만 분담하되 지분은 그대로 갖는다. 즉, 집주인은 그 차액에 대한 책임이 있으므로 유니슨에게 1만 5천 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지분공유 계약은 주택 구매자가 부동산 가치 하락 위험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만, 주택 가격이 오르는 경우에도 어느 정도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주택가격 분석회사를 창립한 알란 웨이스는 "이 상품을 구매하는 주택 소유자들은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패치 홈스(Patch Homes Inc.), 포인트 디지털 파이낸스(Point Digital Finance Inc.), 유니슨 같은 회사들이 주택담보대출이나 모기지 리파이낸싱의 대안으로 이런 상품을 파는 회사들이다. 주택담보대출이나 모기지 리파이낸싱과는 달리, 지분공유 계약은 고객의 미지불 채무가 늘어나는 일을 막아주고 자격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장점이 있다.

캘리포니아주 마린 카운티의 라주 만은 2016년에 포인트 디지털로부터 지분공유 계약을 통해 8만5000 달러를 받았다. 당시 포인트 디지털의 주주인 안드레센 호로위츠와 전 시티그룹 CEO를 지낸 비크람 팬디트로부터 격려도 받았다.

54세의 라주 만 부인은 노벨상 수상자인 그녀의 할아버지 토마스 만이 쓴 책 판매 로열티를 포함 해 그녀의 수입원이 예측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은행들이 대출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포인트 디지털로부터 자금을 받은 라주 만은 이 돈으로 빚을 갚았다. 이웃의 주택 가격이 오르고 있었지만 그녀는 포인트에 돈을 갚지 않고 더 기다려줌으로써 회사가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해주었다. 그녀는 지난 달 기존 모기지를 리파이낸싱한 돈으로 계약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그녀는 포인트에 12만 달러를 지불하는 것으로 포인트와의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그들은 제게서 짭짤한 수익을 올렸습니다.”

지분공유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유니슨은 지난 해 600건의 계약을 맺었으며 다른 회사는 이에 훨씬 못 미친다고 밝혔다.

이런 회사들 입장에서, 이 아이디어는 기업들이 부채와 지분을 통해 자금을 모으는 것과 동일한 옵션을 주택 소유자에게 제공하는 것과 같다. 회사는 또 계약을 주선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청구하기도 한다.

투자자에게는 수익률이 매력적일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킹스브리지 자산운영(Kingsbridge Wealth Management Inc.)은 2016년 5월부터 포인트 디지털이 운영하는 펀드에 약 3백만 달러(32억 4천만원)를 투자해 내부 수익률을 약 16%까지 올렸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자본이 이익을 보기 전에 수 년 간 묶여 있을 위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