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뉴미디어 업계의 선두주자인 미국의 '복스미디어'가 최근 5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각) 보도했습니다. 전체 직원의 5%에 해당되며 추가로 12명의 직원들이 보직이동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뱅크 오프 복스미디어 최고경영자(CEO)는 "계산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면서도 자신의 전략 실패가 위기를 불러왔다고 인정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멘트가 하나 나옵니다. WSJ에 따르면 뱅크 오프 CEO는 은근히 페이스북 탓을 합니다. 그는 "페이스북은 우리의 심층적인 비디오 콘텐츠를 수익으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페이스북 미워요"입니다.

사실 뉴미디어로 분류되는 기업들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버즈피드와 CNN디지털 등 많은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들이 직원을 해고하거나 조직을 축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을겁니다. 경쟁이 심화되거나 기존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들이 뉴미디어로 빠르게 진출하며 시장의 분산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다만 WSJ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페이스북을 지목합니다. 최근 페이스북이 알고리즘 변화를 통해 뉴스피드에 친구나 지인의 콘텐츠를 우선 배치하는 방안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뉴스 채널의 신뢰도와 관련된 순위 매기기도 이어집니다. 이러한 변화는 페이스북과 같은 SNS 플랫폼 의존도가 높은 뉴미디어 업계에 직격탄이 됐다는 해석입니다.

복스 미디어의 어려움과 지나친 SNS 의존도에 대한 논란을 보면, 국내 미디어 업계의 숙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현재 국내 미디어 업계는 철저하게 포털에 종속돼 있습니다. 차선책으로 SNS로 눈을 돌리는 곳도 생기고 있지만 복스미디어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국내 사정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은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면서 수단만 '뉴미디어'에 가까운 접근법을 보이고 있으며 신생 뉴미디어 업체들은 페이스북 알고리즘 한 방에 휘청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력한 자체 플랫폼을 강화하면 모두 해결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뉴미디어 실험은 죽음의 계곡으로 들어가는 것일까요? 혹독한 기간을 거치고 살아남은 이들이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요? 사건이 발생하면 기계적으로 콘텐츠를 배출하며, 별다른 투자없이 직원을 압박해 뉴미디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의 오만이 계속되는 한편, 이제 포털에 이어 SNS에도 유동성 리스크가 너무 커졌습니다.

페이스북이 가족이나 친구를 중심으로 콘텐츠 노출 빈도를 올리고 상업적 콘텐츠의 노출을 줄이겠다는 주장을 한 의도가 무엇일까요? 다양한 포석이 있겠지만 저에게는 '이제 상업 콘텐츠를 덜 노출할테니 노출하고 싶으면 돈을 더 내라'로 들립니다. 세상에 믿을 것 하나 없네요.

▲ 수시로 알고리즘을 바꾸는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가 강연하고 있다. 출처=페이스북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또 승산도 낮겠지만 역시 레거시나 뉴미디어나 모두 콘텐츠 '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당연한 결론에 이릅니다. 콘텐츠의 길이가 짧든 길든, 동영상을 덕지덕지 붙이든 이미지로 화려하게 장식하든 인터랙티브를 노리든 결국 사람들이 환호하는 '질'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풍부한 취재와 현장 중심의 깊은 인사이트가 더욱 각광을 받을 것이며, 결국 이들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약간' 높습니다.

그런데 한 편으로 이런 생각도 듭니다. 사람들이 환호하는 '질'이 과연 무엇일까? 바꿔 말하면 사람들이 환호하는 것은 무엇일까? 글쎄요. 전 단순 트래픽 기준으로 연예인 가십이나 가상통화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IT여담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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