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윤선 기자] ‘유리천장’이란 능력을 갖췄는데도 성별이나 인종, 나이 등이 원인이 돼 회사에서 고위직을 맡지 못하거나 응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가부장 문화가 뿌리박힌 한국 사회에서 이 유리천장은 특히 여성들이 감히 쳐다볼 수 없을 만큼 높고 단단했다. 업종과 기업규모를 불문하고 여성은 능력과 무관하게 승진에서 제외되거나 늦게 승진하는 등 유리천장의 지독한 차별을 받아야 했다.

그렇기에 여성들의 선택지는 ‘전업주부’거나 ‘독신’이거나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 결혼 후에는 직장에서 잘려 ‘경력단절여성’으로 전락하는 만큼 어쩔 수 없이 전업주부를 선택하는 게 보통이었다. 아이를 어느 정도 나이까지 키운 후 사회에 다시 복귀할 경우 예전과 같은 직책과 대우를 받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이런 이유에서 여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혼을 미루거나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아니면 결혼해 회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회사에 보여주기 위해 마치 일과 결혼한 듯 남성들보다 몇 배로 ‘충성심’을 보여줘야 자리보전을 할 수 있었다.

이제 여성을 속박한 이 유리천장에 굵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불굴의 투지를 불태운 여성들의 유리천장을 뚫고 비상하는 사례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기업 내의 고위직은 남성 임원들이 꿰차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10대 대기업의 평균 여성 임원 비율은 2.4%였다. 그럼에도 이제 여성이 진출하지 못할 분야는 없다는 인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제약바이오 업계의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여성의 진출이 활발하면서 임원들의 비율도 급등하는 중이다. 국내 주요 제약사의 평균 여성 임원 비율은 7% 정도로 10대 대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보다 3배 가까이 높다. 전문성을 특히 중시하는 업계의 특성상, 고학력에 전문성을 갖춘 여성들은 진입 후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고위 임원으로 승진하는 사례가 급속히 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 진출한 대다수의 다국적 제약사에선 직원뿐 아니라 임원의 비율에서도 여성이 남성을 추월했고 보수적인 국내 제약사도 이제 여성 임원을 채용하는 사례가 점점 더 늘고 있다. 제약업계에서 ‘여풍(女風)’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전문성을 갖춘 여성들은 제약업계에서 ‘파워여성’으로 뿌리를 내리고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코노믹리뷰>는 이들 파워여성들이 현재의 자리에 오른 비결과 유리천장에 대한 그들의 시각을 전파하기 위해 제약바이오 업계 여성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제약바이오女波’를 연재한다.

‘여파(餘波)’란 ‘큰 풍파가 지나간 뒤에 일어나는 물결’ 혹은 ‘어떠한 일이 끝난 뒤에 남아 미치는 영향’이란 뜻이다. 바람(風)처럼 한 번 불고 말 것이 아니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성 임원들이 전하는 이야기가 잔잔한 물결로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바람을 담았다. 이들의 여파가 제약바이오 업계에 진출하길 희망하는 취업준비생과 ‘유리천장’을 깨부수기 위해 도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인미답의 땅으로 안내하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