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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김윤정 기자] 한국 연극계가 성추문으로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들의 연이은 실명 공개가 또 다른 화두가 되고 있다.

예전과 달리 성폭력 피해자들이 뒤로 숨지 않고, 자신의 실명을 공개하며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즉 가해자의 만행을 알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윤택과 조민기 사태를 종합해보면 ‘성추행 폭로→의혹 부인→실명 추가 폭로’ 양상으로 흘러갔다. 

가장 먼저 세상 밖으로 나온 사람은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자신의 SNS에 10여 년 전 이윤택 연출가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고, 19일 이윤택 연출가는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 사과했다. 이윤택은 피해자들을 언급하며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성관계는 합의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밝히면서, 성폭행 사실은 부인했다.

이윤택의 사과는 오히려 숨어있던 그녀들을 밖으로 나오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기자회견 직후 배우 김지현은 “여자단원들은 밤마다 돌아가며 안마를 했었고, 저도 함께였다. 수위는 점점 심해졌고, 급기야 저는 혼자 안마를 할 때 성폭행을 당했다”고 자신의 SNS에 고백했다. 

또 그녀는 성폭행을 당한 후 임신과 낙태까지 하게 됐고, 이후에도 성폭행은 지속됐다고 밝혀 충격을 안겼다. 

뒤이어 배우이자 어린이극단 ‘끼리’의 홍선주 대표가 실명을 밝혔다. 

당초 홍선주는 익명 인터뷰를 통해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가 이윤택의 안마를 위해 후배들을 선택하는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고, 김소희 대표는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했다.

며칠 후 홍선주는 자신의 SNS에 “접니다. JTBC뉴스룸 손석희씨와 전화 인터뷰하고 영상 인터뷰까지 한사람, 접니다”라면서, 김소희 대표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이윤택 사건에 이어 배우 조민기의 성추문도 터져 나왔다. 

청주대학교에 따르면 연극학과 교수를 맡았던 조민기는 제자 성추행 의혹으로 징계를 받고 교수직에서 사임했다. 

반면 조민기 측은 “성추행을 한 적이 없다. 억울하다”고 부인했다. 특히 조민기는 JTBC 인터뷰를 통해 “가슴으로 연기하라고 손으로 툭 친 걸 가슴을 만졌다고 진술을 한 애들이 있더라. 회식으로 간 노래방이 끝난 다음에 ‘얘들아 수고했다’고 안아줬다. 나는 격려였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배우 송하늘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조민기 교수가 억울하다며 내놓은 공식입장을 듣고 분노를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며 “저와 제 친구들, 그리고 선후배들이 당했던 일은 명백한 성추행이었다”고 밝히며 실명 Me too# 대열에 합류했다. 

일각에서는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처음부터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으면 상황이 악화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망을 빠져나갈 궁리를 하거나, 부인하고 변명하는 적반하장의 태도에 피해자들을 오히려 더 자극했다는 것. 

누리꾼들은 “피해자가 더 당당해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라면서 세상밖에 나온 그녀들을 향한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