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만족경영(Customer Satisfaction Management)이라는 용어가 한동안 유행처럼 기업광고에 많이 등장했던 적이 있다. 고객만족경영은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부터 마케팅, 그리고 사후관리까지의 모든 경영활동들을 고객만족의 실현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고객만족은 기업이 구매자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서비스 개념이었지만 시장의 개념이 기업 중심의 Market 1.0에서 완전한 고객 중심의 Market 4.0 시대로 변화함에 따라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요소가 되었다. 다시 말해, 현재의 시장환경에서 고객만족경영은 더 이상 화두가 아닌 모든 기업의 기본 철학이자 핵심 전략이며, 기업은 이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CRM 관점에서 고객만족경영을 위해 필수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해야 하는 정보는 기업의 내부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있는 VOC(Voice Of Customer)이다. 미리 얘기하자면, 필자는 CRM 뿐만 아니라 마케팅 등과 같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핵심이 되는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성공요소 중 하나로 항상 VOC를 강조한다. 그만큼 VOC는 기업에게 아주 가치 있는 자산인데, 정의를 살펴보면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들을 통해 수집되는 고객들의 자발적인 의사표현으로 정리되며, 실무적으로는 대부분 고객불만사항으로 통용된다.

거래가 발생하는 모든 곳에는 불만족이 존재하고 그로 인한 VOC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특히 관여도(Involvement)가 높은 제품의 경우에는 구매 고객이 훨씬 더 예민하게 평가하고 반응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필자가 근무한 뷰티 회사의 경우에는 제품 자체가 외부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닐 뿐만 아니라 신체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구매자들의 로열티가 타제품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VOC의 발생 빈도도 꽤 높은 편이다. 더불어 구매 과정에서 판매자의 카운셀링(Counselling)이 필요한 경우가 많음에 따라 친절 등과 같은 응대 태도에 대해서도 VOC가 많이 접수된다.

이러한 VOC는 CRM 관점에서 보면 상당히 중요한 데이터다. CRM 부서에서 주로 수집 및 분석하는 데이터는 고객의 개인정보, 구매내역, 구매주기 등과 같이 대부분 매출과 관련된 정보들이기 때문에 결과 중심의 객관적인 접근이 많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고객들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주관적인 의견들은 주로 소비자 조사나 최근 사용하는 빅데이터 등을 통해 수집된다. 하지만 다양한 경로로 확보되는 고객들의 의견 정보를 확인해보면 가장 유의미하면서도 활용도가 높은 것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발생하는 VOC 데이터다. 이유는 소비자조사의 결과나 소셜네트워크상에서의 빅데이터는 수집 방법과 분석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나, 기업의 공식 채널로 접수된 고객들의 의견이나 불만 사항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정확한 파악이 가능하며 개인정보와 연계되므로 CRM 차원에서의 추후 관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VOC가 상당히 가치 있는 정보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필자가 많은 기관이나 기업의 교육 및 컨설팅을 하다 보면 의외로 이를 세심하게 들여다보거나 체계적인 분류를 통해 관리하는 곳은 많지 않다. 이유를 들어보면 대부분 고객들의 불만 사항은 신속하게 처리해주는 걸로 끝나지, 그것을 별도의 담당자가 시간을 들여 분석하고 요약해 내부 공유한다 할지라도, 관련 부서나 담당자의 개선은커녕 분란만 생긴다는 것이다. 물론 필자도 오랫동안 CRM과 CS 업무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VOC 데이터 수집과 분석보다는, 결과의 보고와 공유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조직 내 부작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아주 힘들겠지만 내부적으로 수집되는 VOC 정보들을 우리의 현황에 맞게 분류하고 담당자를 통한 처리와 해당 고객의 만족도를 마지막까지 관리할 수 있는 단순한 고객만족의 개념을 넘어선 CRM 차원에서의 업무 프로세스가 구축되고 활용되어야 한다.

VOC는 일반적으로 불만, 문의, 칭찬, 상담의 대분류로 나뉘며, 특히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불만의 경우에는 다시 태도, 비용, 지식, 제품, 약속 등의 하위분류로 구분된다. 만약 우리 회사가 CRM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고객들의 매출 정보만을 분석하고 있다면 필히 VOC 데이터와 연계해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그들이 행동과 의견을 복합적으로 분석해 보길 바란다. 성공적인 CRM을 위해서 VOC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