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GM은 1931년 호주에 진출했다. 진출 이후 GM은 '홀덴' 이라는 이름으로 고성능 세단 코모도어(Commodre)를 생산·판매했다. 이 자동차는 제타(Zeta) 플랫폼이라는 GM고유 플랫폼을 사용했는데 호주와 미국에서만 생산했다. GM호주법인인 ‘홀덴’은 2011년에야 쉐보레 크루즈의 플랫폼인 델타Ⅱ를 생산하기 시작하는데 2012년 이 차의 생산대수는 3만1562대에 불과했다. 결국 2013년 GM은 플랫폼 통합을 추진하기보단 홀덴 자동차 공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한다.

물론 GM의 공장폐쇄 결정은 호주 자동차 시장 몰락도 원인이다. 호주 자동차 생산시장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쇠락하기 시작했다. 열악한 시장상황에서 GM만이 아니라 토요타(2014년 2월)와 포드 (2013년 5월) 등 외국 기업들도 철수가 잇따라 결정했다. 1992년 호주에서 자동차 시장 생산은 26만대, 수입은 15만대 규모였다. 2007년에 가서는 이 수치가 크게 역전한다. 생산은 16만대, 수입은 48만대가 된다.

이러한 현상은 키팅(Keating) 노동당 정부(1991~1996년)부터 시작된 자동차 정책 변환의 영향이 컸다. 키팅 정부는 자동차 산업에 대한 ‘보호 정책’에서 ‘시장주도 정책’으로 전환했다. 이는 호주 자동차 시장을 해외 경쟁의 압력에 노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세계 굴지의 자동차 회사들은 호주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한 계기가 된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호주의 환율이 0.51달러에서 0.94달러로 두 배 가까이 오르면서 호주 자동차 회사들은 큰 타격을 받는다.

▲ GM 호주 법인 '홀덴'. 사진=홀덴 홈페이지

앞서 홀덴은 2001년부터 정부 보조금을 연평균 1억5300만달러씩 받아왔는데, 이 시기에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추가로 지원받는다. 2010년 말 호주 연방정부와 지방정부는 크루즈 생산유치를 위해 홀덴에 1억4900만달러를 지원한다. 이후 2012년 3월 두 정부는 2022년까지 GM공장 유지를 목적으로 홀덴에 10년간 10억달러 지원을 약속한다. 이에 1차로 2억7500만달러를 선지급한다. 이후 GM은 호주 북애들레이드에 있는 조립공장을 계속해서 가동할 수 있기 위한 방안으로 2억달러 이상의 추가 지원을 요구한다. 그러나 2013년 9월 호주 여당이 홀덴에 보조금 지원 불가를 통보하자, GM은 바로 다음 달 공장 폐쇄를 선언한다. 폐쇄 직전까지 홀덴이 호주 주정부로부터 받아온 보조금은 15억7000만달러(약 1조7000억원)에 이른다. 보조금 지급에 불구하고 홀덴은 2010년과 2011년 단 두 해만 흑자를 기록한다.

생존 위한 정부와 노동자의 '단결'

홀덴의 예를 보면 GM은 일명 ‘연합전략’을 사용했다. 노동조합이 정부로 대표될 수 있는 국민경제의 이해관계자와 연합하여 사용자의 폐쇄나 축소 전략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를 유도했다. 이에 정부의 지원제도는 노동자의 고용을 10년간 더 연장하면서 호주 공장 폐쇄 전망을 무력화했다. 그러나 새로운 정부 반대로 폐기되면서 GM은 ‘폐쇄전략’을 사용했다. GM은 홀덴 생산공장 폐쇄를 계기로 ‘먹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끊기기 바로 전달인 2013년 8월에 홀덴 노동자들은 자발적으로 3년간 임금동결을 합의 했음에도 불구하고 철수를 선언했다.

GM이 호주 공장을 폐쇄하면서 남긴 것은 호주 국민들의 원성이었다. 그러나 다른 하나의 생산 기지 설립 계기도 남기게 된다. 바로 전기차 생산기지 변모다.

홀덴은 2011년 말 크루즈 판매 감소가 이어지자 고용 감축을 검토했다. 이후 2012년 초 계약직과 임시직 150명을 해고했다. 정규직 120명은 희망퇴직 했고, 직원은 2700명에서 2000명 이하로 줄었다. 이 과정에서 GM은 생산라인을 1개로 통합했다.

당시 호주 주정부는 ‘지역공동체건설계획(Regional Community Building Initiatives)’을 설립한다. 홀덴 공장 폐쇄로 인하여 영향을 받게 되는 북애들레이드의 플레이포드, 세일스베리, 온카파링가 등의 지역에 대해 인프라 건설, 일자리 개발 프로젝트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연방정부는 지역공동체건설기금(the Community Building Fund)에 2000만달러(약 160억원)를 제공했다.

또 호주 정부는 GM 홀덴 공장 옆에 노동자를 구할 연구를 진행하는 콘트롤 타워를 만들고 GM의 지원을 받아 주정부의 ‘노동력 개발계획(Workforce Development Plan)’을 실행한다. 주정부에서 790만달러, 연방정부에서 3740만달러를 이 계획에 지원한다.

이를 주도한 정부 태스크포스(TF)팀 수장은 정부측 인사가 아닌, 호주자동차노동조합(AMWU)의 남호주지역본부장 존 카밀로(John Camillo)였다. AMWU의 조합원 수는 10만명 정도다. 금속, 자동차, 식료품, 광업과 건설업, 수리 서비스업 등을 조직대상으로 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에 종사하는 조합원 수는 약 1만5000명이다.

존 카밀로를 중심으로 TF는 부품업체 다각화 지원을 역점으로 두고 자금을 운용해 나갔다. 지역의 전문가들은 제조업 분야에서 값싼 제품을 공급하는 중국 및 인도와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생산의 주기가 빨라지고 변동성이 심하며 빠른 속도로 시장에 제공하는 부품공급산업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것이 그들의 진단이었다.

이때 TF는 구 산업지역(Old Industrial Areas, OIAs)을 갱신하여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중요시 여겼다. 이에 지역 대학교들이 신제조업을 재생시키는 데 필요한 고급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결론을 지었다.

이후 TF는 제조업으로부터 새로운 선진적인 산업으로의 이행을 촉진하는 ‘스마트 전문화(Smart specialization)’ 콘셉트를 적용하여 지역의 새로운 갱신을 도모하는 계획이 추진한다. 미래산업을 위한 선진 기술개발연구에 몰두하고, 가능 인력들을 총동원했다.

▲ 호주 아들레이드 엘리자베스 공장이 생산한 마지막 코모도 세단. 사진=뉴스닷컴호주

'뜻밖의 만남' 전기차 공장으로 변모

올해 1월. TF를 구성해 발돋움 계기를 만들어온 호주 정부는 특별한 행운을 만난다. GM의 남호주 엘리자베스 공장을 영국 철강회사 리버티하우스가 주축으로 구성된 GFG(Greensteel Sustainability Global Reach)얼라이언스 약 7억호주달러(약 7580억원)에 인수한다. 엘리자베스 공장은 지난 10월 20일  주력 차종인 코모도어를 끝으로 생산을 마무리했다. GFG의 주축인 리버티하우스는 영국 ‘철강의 남자’라고 불리는 억만장자 산제브 굽타(Sanjeev Gupta)가 운영하고 있다.

GFG는 성명을 통해 “혁신적인 i-Stream 기술을 활용하여 전기 자동차 제조 기지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이스트림은 빅데이터 기반 통합 데이터 솔루션이다. 다양한 통계와 글로벌 데이터 마이닝, 인공지능 알고리즘 등을 활용하여 업무를 분석 수행한다. 이를 통하여 현상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마련, 기업의 안정성이 증대되고 비즈니스 외부 영향에 대한 대응력을 키울 수 있다.

인수 소식을 들은 공장 노동자 호응은 좋았다. 호주제조업노동조합은 정부에 GFG를 지지해달라는 성명을 보내기도 했다. GFG가 이 공장을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하기로 하자, 호주 정부는 전기차 산업 지원 대책 검토에 착수했다.

정부의 검토는 긍정적이다. GFG의 인수에 대해 톰 카우트산토니스(Tom Koutsantonis) 남호주 정부 재무총장은 “GFG의 인수와 후속 계획을 지지한다”면서 “우리는 GFG의 계획에 따라 남호주를 호주 시장에서 전기 자동차로 옮길 수 있는 최전선에 설 것”이라고 밝혔다. 남호주 정부는 노동자와 협약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통신기술을 접목해 공장 사업 다각화를 노리고 있다.

다만 GFG연합장인 굽타는 호주 자원에너지부 장관인 조시 프라이겐버그(Josh Frydenberg)와의 면담에서 “많은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앞서 굽타는 지난해 8월 호주 남부 화이앨라에 위치한 아리움(Arrium)이라는 철강회사를 인수했다. 이후 애들레이드 건전지회사인 젠에너지(Zen Energy) 지분을 50.1%까지 인수해 철강회사 운영을 위한 주요 에너지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TF를 주도해오던 존 카밀로는 “전기자동차는 미래다”라면서 “홀덴의 상징적인 장소에 미래 주도형 자동차 공장이 들어서는 것만큼 더 좋은 일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숙련된 전직 홀덴 근로자가 이곳에 있다”면서 “이들은 즉시 생산 라인에 투입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홀덴은 120헥타르 규모의 엘리자베스 공장 철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홀덴은 오는 2019년까지 엘리자베스 공장 소유권 일부를 유지할 계획이다. 홀덴은 이 기간 동안 환경 영향평가 및 설비 제거, 부품 보관 시설 마련 등에 착수하기 때문이다. 해체 작업은 약 18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