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우 기자] 한국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군산지역경제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군산공장이 지역 내에서 가지는 경제적인 비중이 큰 만큼 폐쇄될 경우 지역 내 수십여개 협력업체의 경영난은 물론 수천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내몰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고용위기 지역 지정에 이은 신속한 후속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군산지역에서 실직된 인력들을 재흡수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기반을 확보해 기존 주력산업의 다변화와 산업기반의 근본적 체질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22일 업계에 정부는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와 관련해 전라북도 군산지역을 ‘고용위기 지역’으로 지정하고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에도 포함했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군산지역에서 한국GM 군산공장의 폐쇄 여파가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군산공장과 협력사의 노동자, 노동자의 가족들까지 포함한 인구은 5만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군산시 전체 인구가 27만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약 5분의 1의 인구가 군산공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군산공장이 문을 닫을 경우 예상되는 실업인원은 1만3000여명이다. 군산공장의 노동자수는 약 2000명으로 한국GM 전체 고용 인원(2016년 기준 1만5906명)의 12.6% 수준이지만 이들이 모두 일자리를 잃을 경우 군산 실업자는 지금의 2배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계청은 군산공장 폐쇄로 군산지역의 실업률이 8~9%까지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군산, 중장기적으로 산업기반의 전환 이뤄져야

전문가들은 지역경제 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고용위기 지역와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의 절차 이행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산업기반 다변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송영남 전북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산업기반의 전환이 필요하다. 조선소와 자동차 공장 하나가 폐쇄한다고 해서 지역경제가 무너진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군산공장 매각에 대해 르노삼성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빨리 매각하고 라인을 재정비해 인력 유출을 막아야한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또 “한국GM의 인력들은 대부분 고연봉자들이기 때문에 군산지역에서 그 만한 일자리를 다시 찾지 못한다면 지역을 떠나버릴 가능성도 있다”며 “불필요한 정책에 돈을 쓰는 것보다는 근로자들이 떠나지 않을 수 있도록 지역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 산업기반의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하진 전북도지사 역시 정부의 군산지역에 대한 산업기반 다변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 지사는 22일 세종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를 만나 ▲기존 상용차 산업의 미래형 자율주행 혁신클러스터 육성 ▲조선산업의 지능형 해양 무인이동체 거점 클러스터 조성 ▲군산·새만금 일대의 재생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 육성하는 등 정부의 다변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말뫼의 눈물’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로

조선업 쇠퇴로 인한 경제침체로 도시가 쇠락의 위기를 맞았지만 조선소 부지를 관광자원으로 전환하는 도시재생으로 다시 살아난 스웨덴 말뫼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인구 30만명의 해안도시 말뫼는 1980년대 초까지 조선업으로 잘나가던 산업도시였지만 스웨덴의 조선업이 한국에 밀리면서 조선소들이 문을 닫고 쇠락의 길을 걸었다. 말뫼의 상징이었던 골리앗 크레인도 220억원에 달하는 해체·운반 비용을 부담할 회사를 찾지 못해 방치되다 지난 2002년 현대중공업에 단독 1달러에 매각됐다.

이후 말뫼는 도시재생 계획을 세워 기존 조선소 부지를 생태 주거단지로 개발했다. 전력은 풍력·태양광으로 해결하고, 음식물 쓰레기는 차량용 바이오 가스로 재생시켰다. 그 결과 2007년엔 유엔환경계획(UNEP)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송 교수는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정부는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형식적인 정책보다는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고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제조업의 산업기반 비전을 만들어야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