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정부와 산업은행이 한국GM에 대한 28억달러(약 3조370억원) 상당의 신규 투자에는 조건부로 참여하기로 했다. GM이 제시한 27억달러(약 2조9300억원) 상당 출자전환 참여 요청은 거부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한국GM의 쇠락을 일으킨 GM의 경영부실은 당사가 책임지도록 하면서, 유사 상황 발생을 막기 위한 견제장치 전제로 신규 투자에 동참한다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정부는 22일 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GMI) 사장을 만나 이러한 의견을 전달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GM이 한국GM에 빌려준 27억달러 상당의 대출금을 출자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데 대해 정부와 산은은 높게 평가하고 있다”면서 “다만 산업은행이 17% 보유지분만큼 증자에 참여하라는 요청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출자전환은 지금까지의 부실을 처리하는 문제인데 산은이 한국GM의 경영부실을 책임질 이유가 없다”면서 “본사에서 차입해 쓰던 돈을 회수하면서 모자란 돈을 산은에 메우라는 식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앵글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GM이 한국GM에 빌려준 27억 달러를 해소하지 않으면 연간 2000억원씩 이자가 나가기 때문에 장사를 하나 마나”라고 발언하자 앵글 사장은 ‘출자전환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GM은 본사 차입금 27억 달러를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산은에 지분 비율 만큼 참여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산은의 지분율 17%를 감안하면 원화로 약 5000억원 규모다.

정부와 산은은 GM의 경영 실패에 따른 책임을 복구하는데 들어가는 ‘올드머니’(Old Money)와 신규 투자에 필요한 ‘뉴머니’(New Money)를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2대 주주인 산은에 일상적인 자료 제공을 거부하고 산은의 주주감사권 행사를 무시하는 등 행위를 반복한 GM의 손실을 분담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GM이 제시한 28억달러 상당의 신규 투자 계획에는 장기투자 약속과 경영 견제장치 등 안전장치가 충족된다면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GM은 시설투자 등 28억 달러 상당의 신규 투자 계획을 밝히며 산은에 지분 비율만큼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원화로 약 5000억원 상당으로, 대출 등 형태가 유력 거론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신규 투자는 일종의 ‘뉴머니’인 만큼 정부와 산은이 일정 비율을 분담할 의지가 있다”면서 “다만 이는 일정 기간 이상 GM이 한국시장을 떠나지 않는다는 서약과 과거의 경영부실을 또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는 GM이 최소 10년 이상 한국시장을 떠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해야 이른바 ‘먹튀’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정부는 앵글 사장이 기획재정부나 산업부 등 정부 관계자들을 만날 때 구체적인 경영정상화 방안을 내놓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 과거 한국GM의 부실화를 살펴볼 수 있는 실사 역시 이달 안에 시작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GM은 외부 실사기관으로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했다. 실사는 본사로부터 고금리 대출과 이전가격 논란 등을 검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산은이 주주로서 감시·견제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주요한 의사 결정에 거부권을 받아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